구독자님 안녕하세요!
3월의 마지막 주 뉴스레터는 감자대농인 에디터 N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자를 한 가득 심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600평의 밭에, 올해는 300평의 밭에 꼼꼼히 감자를 심었습니다. 한 알의 감자를 씨눈에 따라서 크게는 2조각, 작게는 5~6조각으로 잘라 하나씩 땅에 심는 작업이죠. 봄은 에디터 N에게 몹시 활기차고 기대 가득한 시기입니다.
농부지만 농사만 짓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른 봄에는 올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해볼지 기획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감수성을 채워 줄 행사들을 일정 사이사이 넣어두기도 하고요.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였습니다. 농사하며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 중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영화제에 대한 얘기가 작년에도 올해에도 큰 관심사네요.
구독자님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나는 이런 기준으로 영화를 고른다,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누군가에겐 장르나 감독, 배우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어떤 특정한 지표가 선택과 선호의 기준이 되기도 하죠. 바로 벡델 테스트처럼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벡델 테스트(영어: Bechdel test) 또는 벡델-월리스 테스트(영어: Bechdel-Wallace test)는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출처. 페미위키] 입니다. 그리고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통과하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출처. 페미위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서 여성혐오가 없다거나 페미니즘이 반영 된 영화인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간단하고 통과하기 쉬울 것 같은 기준이지만, 실제로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는 영화가 많지 않죠. 이와 비슷한 테스트로 란다우 테스트(주요 여성 인물이 사망, 임신, 혹은 남자의 문제로 귀결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 섹시한 램프 테스트(여성 인물을 섹시한 램프로 대체해도 스토리에 별 무리가 없는지 알아보는 테스트) 그리고 퓨리오사 테스트(어떤 것이 페미니즘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면 퓨리오사에 테스트에 합격한 것) 등이 있습니다. 모두 영화라는 미디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우리 사회에 침투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준들입니다.
👉 더 알아보기
영화 속 여성 인물의 대표성을 다루는 테스트에 대해 더 알아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페미위키 ; 벡델 테스트 (링크)
- 7 Tests (That Aren’t The Bechdel Test) That Measure Movies For Gender Equality And Representation (링크)
이런 테스트들을 전부 통과하는 영화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블록버스터나 상업 영화의 경우 더더욱 그렇죠. 그렇다면 다른 컨텐츠들은 어떨까요?
에디터 N은 평소 웹툰을 즐겨보는데요, 오래 보게 되는 것들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할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더라구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차별은 거의 없이, 여성이 주연이거나 다양한 여성상을 다루는 클-린한 웹툰들을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게요.
* 각 웹툰 이미지의 출처는 각각의 플랫폼이므로 따로 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 완결 웹툰의 경우 표기를 해 두었고, 표시가 따로 없는 것은 연재 중인 웹툰입니다.
* 가장 접근성이 좋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웹툰 중에서 선정했습니다.
클-린하면서 심장이 쫀득해지는 웹툰
1. 미래의 골동품 가게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여성 주인공 원탑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웹툰을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요즘 영화 파묘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천만 관객을 달성했죠. 미래의 골동품 가게도 파묘처럼 오컬트 장르이자 한국의 무속 신앙을 다룹니다. 그것도 고등학생인 '미래'를 원탑 주인공으로 해서요. 여성의 신체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표현하는 부분이 종종 등장해 아쉬움이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 되는 방식과 주인공의 조력자들이 다수 여성인 점 그리고 '여남로맨스'가 전혀 없다는 점으로 아쉬움이 상쇄됩니다. 영화화 된다면 꼭 보고싶은 웹툰 중 하나에요.
2. 어글리후드, 럭키언럭키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어글리후드와 럭키언럭키를 추천드립니다. 어글리후드는 야마누스교라는 가상의 종교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한 고등학생이 특별한 힘을 갖게 되며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여성과 남성 캐릭터들의 특징이 반전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포인트로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우리가 평소에 마주하는 미디어가 얼마나 성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죠.
럭키언럭키는 주인공 안녹희가 초능력을 가지며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녹희의 디폴트적 모습에 보게 된 웹툰이에요. 다양한 체격과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3. 겟백 [완결]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겟백은 여성 원탑 느와르물입니다. 느와르에서 여성 원탑인 영화는 정말 찾기가 어렵죠. 이것 하나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나, 겟백은 힘 센 (정말x100 센) 조/주연의 여성 캐릭터들과 숨막힐 정도로 몰입감을 만드는 그들의 권력 싸움으로 꼭 봐야할 웹툰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마인을 좋아하신 분이라면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4. 화장 지워주는 남자 [완결]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코르셋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한다면 이런 컨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남자가 메이크업 대회에서 주인공의 화장을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주인공이 대회를 통해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성장스토리와 더불어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 덧붙이는 말 : 코르셋과 외모강박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해 더욱 무거운 분위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껍데기(다음/완결)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감 그리고 각종 여성혐오의 총체를 웹툰이라는 형식을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죠.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보기 힘들 수 있어 추천 목록에서는 제외하였습니다.
그외.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다음), 성경의 역사 (네이버/완결), 텃밭부 사건일지 (네이버/완결)
클-린하면서 소소한 일상툰
1. 수영만화일기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주인공 해오가 수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작품입니다. 수영만화일기라서 수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MZ 세대라면 공감할 일상 속 고민거리와 그 고민거리를 해소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 에디터 N은 때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었어요. 여성인 해오 캐릭터를 민머리로 그리고 디폴트 모습으로 그린 것도 이 웹툰을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던 포인트였습니다.
2. 남남 [완결]
- 플랫폼 : 다음
- 추천 이유 : 충격적인 1화와 사실적이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엄마와 딸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주인공의 디폴트 모습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주인공 진희에 대한 묘사도 좋았지만, 진희의 엄마에 대한 묘사도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다면적으로 그려져 특히 좋았던 작품이에요. 연애, 사랑, 가족, 일상 그리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클-린하면서 마음 따뜻한 웹툰
1. 강아지는 멍멍하고 짖지 않아!!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마음이 복잡할 때 찾게 되는 힐링 웹툰입니다. 작가와 강아지의 소소한 일상이 마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듯 한 느낌을 주기도 해요. 특히 작가가 디폴트의 모습 (여성이라고 속눈썹, 리본 또는 신체 일부를 강조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 참고로 이 웹툰은 강아지와 작가만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둘 이상의 여성이 나와 서로 남자에 대한 것이 아닌 내용으로 대화한다'는 벡델 테스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주인공인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과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변 인물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여 선정하였습니다.
2. 어린이집 다니는 구나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어린이집 선생님인 구나의 일상 이야기 입니다. 어린이집에서의 일상이다보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나도 어릴 때 저랬겠구나, 하는 눈으로 보다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더라구요.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날 보면 좋은 웹툰입니다.
3. 마루는 강쥐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모죠의 일지로 유명한 모죠 작가의 현재 연재 작품입니다. 강아지가 사람이 되었다는 다소 판타지스러운 설정이지만, 강아지 마루와 반려인 우리 사이의 끈끈한 가족애가 매 화마다 녹아있습니다. 마루와 우리 주위에는 일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사실 보기 힘든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낯선 이에게도 호의를 베풀고, 아이들에게 친절하며, 이웃을 믿는 이들이죠. 마루는 강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마치 그 이웃 중 한명이 된 것 같은 따스함을 느끼곤 합니다.
4. 여성전용 헬스장 진달래짐 [완결]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운동하는 여성을 미디어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않고, 미용체중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여성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모습을 다루는 건 많지 않죠.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은 우연한 계기로 여성전용헬스장을 다니게 된 한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운동 웹툰이다보니 보다보면 가벼운 달리기라도 시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이 웹툰의 묘미는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 인물들을 다룬다는 것과 그들 사이의 관계성이에요.
클-린하면서 로맨틱한 웹툰
1. 정년이 [완결]
- 플랫폼 : 네이버
- 추천 이유 : 여성 캐릭터만 최소 열 명은 족히 나오는 웹툰이에요.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로 웹툰 내에 '소리'와 연기하는 장면들이 많이 그려지죠.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선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여성 국극의 특성상 작품 속 작품의 남자역할도 모두 여성 캐릭터들이 맡아서 합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만큼 그들 각각의 개성도 각양각색입니다. 인물들도 단면적이지 않아 완결편까지 새로움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죠. 주인공 윤정년은 김태리 배우를 참고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하니, 김태리 배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추천입니다.
2.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 플랫폼 : 다음
- 추천 이유 : 제목과 메인 이미지만 보고 '혹시 여자뮤지션이 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사람인가?' 싶어 긴가민가 했지만, 2화를 보고 바로 30화를 정주행 한 웹툰입니다. 헤테로로 살던 작가가 한 여자뮤지션에게 빠지게 되면서 겪는 감정들과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들개이빨 작가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에피소드 곳곳에 녹아있는 페미니즘 요소가 매력적인 작품이죠. 레즈비언(GL) 작품이지만 페미니즘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에,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외. 타원을 그리는 법(다음), 안녕은하세요(다음/완결)
에디터 N의 특별편, 벡델 테스트와 웹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구독자님이 추천하고픈 웹툰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댓글과 구독은 여성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큰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매 월 넷 째 주는 각 에디터의 추천, 소개 그리고 여성과 관련한 자유 주제로 무료 연재되니,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그럼, 4월 첫 주에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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