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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요즘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영적인 주제를 다룬 오컬트 장르의 작품으로 그동안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영화와는 조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적인 소재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이 등장한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고은 배우가 맡은 무당 역할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는데요. 주연 중 유일한 여성 배우이기도 하고, 무당이 실제로 행하는 의식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중요하고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무당을 찾습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영혼을 좋은 곳으로 천도하고자 할 때에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을 천하고 낮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당을 통해 신에게 소원을 빌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서도 그들을 천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시선이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인식되어 왔다는 뜻이죠. 영적인 통찰과 예언, 치유, 영적인 조언 등을 제공하며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던 무당에 대한 인식은 언제부터 바뀌게 되었을까요?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는 무당, 그들의 존재에 대해 지금 바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무당의 역사
인간은 예로부터 미지의 영역과의 상호작용에서 신비를 탐구해 왔습니다. 이 신비를 탐색하는 한 가지 방법은 무당의 능력에 대한 신앙이었습니다. 무당이란 무교(巫敎) 또는 무속(巫俗)의 사제자이며 길흉화복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인간과 신의 만남을 매개하는 존재로 ‘무(巫)’라는 한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을 추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이 글자의 생김새처럼 무당은 춤으로 신을 청하고, 노래로 신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재앙을 피하고 복을 받게 하는 제의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무속 신앙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주몽·혁거세 등의 시조 신화에도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신라시대부터 분화된 산천제와 기우제 역시 무속 신앙의 뿌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굿의 역사 또한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알려져 있고요. 이처럼 문헌에서 무당이란 말의 어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찾을 수 없지만, 무당이 고대부터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전통인 무교를 담당해 온 무당은 의례를 주관하는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또 치료사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과거 무당을 국무라 칭하며 국가가 관리하는 별도 기관에서 왕실의 축복을 빌었으며, 무속 신앙을 규제하던 조선시대에도 국무만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전통이면서 현재도 지속되는 민속 종교이므로 그 중심에 있는 무당은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민층은 물론이고 궁중이나 귀족들 또한 무당에게 각종 의례를 의탁했습니다. 국행 의례를 무당이 주관하는 전통 역시 지속되었고요.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성리학을 정치 이념으로 내세운 지배 권력이 종교는 오직 유교뿐이라며 노골적으로 무속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당들에게 무세라는 특정의 세금을 따로 부과한 것이죠.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경제적 부담을 주어 무당이 무업을 포기하고 민중들을 무속에서 멀어지게 하고, 무속을 제압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속 탄압 정책이 지속되면서 무당의 사회적 역할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엔 '유사 종교 단체'로 핍박받았으며, 해방 이후에는 '문명사회'로 가자는 움직임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시대인 1960~70년대엔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미신 타파를 내세워 전국의 신당과 점집, 성황당 등을 파괴했습니다. 반면에 기독교의 힘은 더욱 세졌고, 이를 통해 무속을 미신으로 보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융성하는 동안 무속은 점점 더 발붙일 곳을 잃어갔습니다. 무교도, 전통사상도, 전통 문화도 미신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당의 조상, 바리데기
불교나 기독교의 성직자는 해당 종교 신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습니다. 특히, 신도들에게는 각별한 경외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독실한 이들의 경우 신념을 갖고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 하며 주변에서도 그를 특별하게 인정해 줍니다. 목사, 신부, 스님을 지도층 인사로 각별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당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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