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새해 잘 맞이하고 있니?
나는 이제야 겨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아직 내가 2025년을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고~ 연말만큼이나 생각이 많아질 연초에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인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던져주는 연극을 하나 추천하려고 해.
바로 연극 <스타크로스드>야. 그러면 바로 시작해 볼게!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스핀오프 한 극이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줄리엣의 오빠 ‘티볼트’와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가 사실 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과 인물들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줄게.
이탈리아의 베로나 공국의 두 가문인 몬테규와 캐퓰렛은 서로를 원수라 생각하며 반목 중이야. 몬테규 가문 당주의 아들인 로미오와 캐퓰릿 가문 당주의 외동딸인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 여기서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게 되는 무도회에 로미오를 데리고 간 친구가 ‘머큐쇼’이고, 줄리엣의 사촌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티볼트’야. 이때 머큐쇼는 몬테규 가문의 사람은 아니고, 베로나 영주 에스칼루스 대공의 조카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보인 머큐쇼와 티볼트의 이야기는 이와 같아. 무도회에 몰래 숨어든 로미오를 처단하지 못해 이를 갈던 티볼트는 이후 로미오에게 결투를 청해. 하지만 로미오는 줄리엣의 사촌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지. 머큐쇼는 이를 남자답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해 대신 나서서 싸우게 되고, 결국 티볼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 그리고 이를 보고 분노한 로미오에 의해 티볼트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
하지만 <스타크러스드>는 머큐쇼와 티볼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데…. 이야기는 무도회에서 로미오를 발견해 쫓는 티볼트를 따돌리고자 머큐쇼가 티볼트에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해. 이 시놉시스를 보고 ‘미친 거 아니야? (positive)’ 라고 생각하며 바로 예매 했던 기억이 나네.
<스타크러스드>는 우리가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 속 이야기를 조금씩 비틀어 티볼트와 머큐쇼의 시점에서 보여줘. 나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간략한 줄거리 정도만 기억하는 사람이라 티볼트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없었어. 그런데 티볼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티볼트가 몬테규 가문을 위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이유 등이 덧붙여지니 흥미로웠어.
이 극의 끝에서 관객은 우리가 아는 티볼트와 머큐쇼의 싸움 속 숨겨진 진실을 보게 돼. 이때 머큐쇼가 죽기 전 두 가문을 향해 저주를 내뱉는 부분과, 죽은 머큐쇼를 보고 독백하는 티볼트를 보며 마음이 아팠어. 이들의 싸움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행이 시작된 게 맞지만, 이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로미오를 원망하게 됐어. 둘이 알아서 했을 텐데 왜 끼어드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 난 뒤, 에스칼루스 대공이 두 가문에게 “그대들의 오랜 불화가 불쌍한 젊은이 둘을 희생시키며 끝났다”라며 질타했다고 해. 이로 인해 두 가문의 오랜 불화는 막을 내리게 되지. 하지만 여기에 불쌍한 두 젊은이가 더 있었다는 이야기…
극에서는 둘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통해 각 인물의 성장을 꽤 심도 있게 그려내서 좋았어.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보여줬다고 생각해.
두 가문의 불화, 그리고 동성 간의 사랑 등의 이유로 비밀 연애를 하다 보니 떳떳할 수 없는 상황을 가슴 아파하며 울던 머큐쇼. 그는 500년 후에 태어날 아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증오와 싸움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더 가슴이 무거워졌어. 나는 아직도 많은 증오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머큐쇼가 티볼트를 향해 너는 왜 증오하고 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있냐고 묻는 장면에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티볼트와 머큐쇼가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싸우는 부분도 크게 공감이 됐어. 험악한 사회의 분위기와 나의 불안정성 때문에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티볼트의 감정에도 공감이 됐고, 그저 내일은 내일일 뿐인데 거기에 매여서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머큐쇼의 말에도 공감이 됐지. 나는 기본적으로 티볼트처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머큐쇼의 말이 좀 더 와닿았어. 왜 나는 내일을 두려워하며 오늘을 그저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좀 더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고 싶은 지점이란 생각도 드네.
나는 ‘양지원’ 배우와 ‘신주협’ 배우가 궁금했는데 때마침 *오프닝 위크 할인과 더불어 커튼콜 촬영을 할 수 있는 날에 자리가 있더라고! 그래서 부랴부랴 예매해서 보고 오게 되었어. 양지원 배우가 금발로 찍은 포스터를 보고 미쳤다(positive)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미쳤고요. 개인적으로 양지원 배우는 냉정한 표정으로 진지한 연기 할 때보다도 상대를 사랑하는 눈으로 따스하게 바라볼 때 더 빠져들게 만드는 배우임을 다시 한번 느꼈어.
*오프닝 위크 할인: 극이 개막된 주를 오프닝 위크라고 하며, 개막을 기념하여 한정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
개인적으로 신주협 배우에게 매우 빠지게 됐어.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머큐쇼를 너무 잘 연기하더라고. 난 티볼트는 너무 금쪽이 같아서 호감이 크게 생기지 않았거든. (*융니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그런데 티볼트의 불안을 안아주고 이해해 주며, 때론 티볼트가 스스로를 더 위한 선택을 하더라도 기꺼이 응해주는 머큐쇼가 좋았어. 사실 내가 티볼트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머큐쇼에게 더 끌렸던 걸지도 몰라.
연극엔 ‘플레이어’ 역할의 배우가 한 명 더 존재해. 티볼트와 머큐쇼를 제외한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멀티 역할이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줄리엣의 약혼 상대인 파리스 백작, 캐퓰릿 가문의 당주, 티볼트의 아버지, 줄리엣의 유모 등을 소화해 내야 하는 캐릭터인데, ‘조성윤’ 배우는 정말 이를 완벽하게 해냈어.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은 배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사실 극을 볼 때는 배우들이 희곡 속 문체를 그대로 읊다 보니 오글거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내 생각보다 티볼트와 머큐쇼가 서로 너무 사랑하더라고. 그래서 극을 볼 때 그들의 사랑에 좀 더 집중하며 보다 보니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
그런데 극을 보고 나와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곱씹어 보니, 마냥 사랑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거야. 기대보다 더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줘서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가 많았어. 한 번만 보고는 대사가 완벽히 기억에 남진 않기 때문에, 한 번 더 보면서 다시 극을 뜯어보고 싶었어.
<스타크로스드>는 로미오와 줄리엣 속 대사들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해서 셰익스피어 덕후들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더 자세한 정보는 해븐마니아 SNS에 올라와 있으니 참고해!
그 당시의 민요들도 같이 나와서 민요에 대해 미리 알고 간다면 좀 더 극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 또한 해븐마니아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미리 읽고 가면 더 좋겠지? 난 나중에 읽긴 했지만, 설명을 보고 해당 극을 더 흥미롭게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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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다시 한번 더 연극을 보러 가볼 예정이란 이야기야~ 3월까지 하니까 볼 수 있는 시간은 넉넉하단 사실! (하지만 시간은 빨리 흐르니 생각날 때 예매를 미리 해둬야 함) 현재 티켓은 2025년 2월 9일 회차까지 열려 있어.(*2025년 1월 10일 기준) 이후 티켓 오픈에 대해서는 해븐마니아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틈틈이 확인해 보길 바라.
두 청년의 사랑 이야기와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 뒤에 가려진 진실이 궁금하다면 한 번 보러 가보는 걸 추천해~
그럼 이번 추천 글은 이만 마칠게. 그러면 다음 뉴스레터로 만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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