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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가 만난 예술가③ 정희우

체화(體化)를 통한 아날로그적 작업

2025.10.15 | 조회 6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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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설리반
기록과 사회의 프로필 이미지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각각 미술과 도시를 전공한 두 필자가 정희우 작가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아키비스트의 관점으로 ‘아카이브 아트’, ‘도시기록’을 주제로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옮긴다. (이 글은 두 필자가 작가가 제공한 포트폴리오를 보고 대화를 나눈 후, 녹음파일을 open AI로 요약한 것을 토대로 편집하였다.)

 

정희우 작가 소개

첨부 이미지

체화(體化)를 통한 아날로그적 작업

  • 아날로그적 제작 과정
  • 시간을 두고 여러번 두드리는 행위
시간을 담은 지도_신사역사거리, 수묵채색, 각 168x148cm, 2011
시간을 담은 지도_신사역사거리, 수묵채색, 각 168x148cm, 2011

4년에 걸친 양재역부터 신사역까지의 그림작업. 사진 및 위성지도를 참고했으나, 작가가 직접 걸으며 건물의 폭을 측정하고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등 몸으로 공간을 체험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사용함.

"작품을 접했을 때, 직접 찍은 사진이나 지도, 항공사진 같은 것을 활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작가 노트를 읽으니 작가가 실제로 걸으면서 각각의 건물의 폭을 측정했고, 또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흥미로운 포인트 같아요. 더 쉬운 방법이 있었을 텐데, 직접 길을 걷고 계단을 오르는 방법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고 느껴져서 독특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과에서도 그런 수업이 있거든요. 자기 몸의 일부를 사용해서 공간을 측정하는 방법. 손가락 하나, 손에서 팔꿈치까지, 발바닥이 몇 센치이고 해서 몸으로 공간을 실측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거든요. 공간을 수치로만 보는 게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 공간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리반/이대로

"작가 노트에 '사진처럼 한 순간에 찍는 것이 아니라 두드리는 작업을 통해 대상과 시간을 함께하며 재현한다.'는 문장이 있거든요. 사진찍는 것과 비교해서 오랜시간 두드리면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소통을 하면서 표현을 한다는 느낌의 문장 같았어요."

이대로

 

탁본의 기록적 효과

  • 시간의 중첩과 과거의 발굴
  • 질감과 입체감의 기록
  • 원본 크기의 재현
  • 탁본 행위의 의미
Peeling The City-직진, 탁본, 520x130cm, 2012
Peeling The City-직진, 탁본, 520x130cm, 2012
종로의 나무간판_이글양복점, 탁본에 채색, 2014
종로의 나무간판_이글양복점, 탁본에 채색, 2014

탁본은 여러 시간대의 층위를 포착하는 방법. 특히 ‘눈으로 보이는 것(현재)’보다 ‘과거의 것(이전 시기)’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흥미로움.

"'Peeling The City-직진' 작품에는 당시 기호를 바닥에 그렸던 순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요. 제일 처음 칠한 선과 그 다음 칠한 선의 중첩된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 작품은 기호를 칠하는 잠깐의 시간 층위였겠지만, ‘이글양복점’ 작품에서는 훨씬 오래된 시간의 층위가 들어있어요. 눈으로 보면 쉽게 알기 어렵지만 탁본에서는 옛날 간판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나요. 기존에 조각한 것에 페인트칠을 하고 위에 시트지를 붙였는데, 옛 글자의 조각이 더 깊게 패어있으니 탁본에서는 더 확실히 보이는거죠."

이대로

탁본은 사진이 포착하지 못하는 대상의 질감과 입체감(튀어나옴/들어감)을 흑백의 대비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냄. 사진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촉감으로 기록하는 방식.

"탁본을 하면,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나요. 우리 눈으로 보는 것, 사진으로 찍어서 알 수 있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게 되는 것이죠. 질감이나 재질은 작가가 만져서 느끼는  것들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탁본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잘 드러나요."

"그러게요. 이제 사진으로도 남기고 탁본으로도 남기고 그러면 좋겠네요. 색도 기록되고 질감도 기록되니까."

설리반/이대로

 

탁본의 결과물은 원본은 아니지만 크기 면에서는 원본과 같기에, 원본이 주는 압도감과 원본성을 일정 부분 갖고 있음.

"탁본의 결과물이 원본은 아닌데 크기는 원본이랑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큰 대상일수록 원래 크기가 주는 그런 압도감이 작품에서 느껴져요."

이대로
Peeling The City_직진금지, 작업과정, 2012
Peeling The City_직진금지, 작업과정, 2012

도로 한복판에서 대낮에 탁본하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며,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을 대단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행위 예술적 성격도 가짐.

 

"대낮에 도시 한복판에서 작업할 때 쑥쓰럽기도 하셨을 거 같아요."

"그렇죠. 쑥쓰럽기도 하고 사람들은 왜 이런 작업을 하는지 궁금할 거예요. 매일 반복해서 마주하는 것들이고, 일부러 존재를 확인하는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작가)이 그걸 소중히 다루며 탁본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문화재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것 같아요."

"탁본의 결과물인 작품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작업 상황 속에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탁본 행위 자체도 어떤 행위예술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이대로/설리반

 

기록하려는 의지

  • 제목/메타데이터의 내용
  • 사라짐에 대한 대응
종로의 나무간판 분포, 2014
종로의 나무간판 분포, 2014

작품의 위치, 벽의 방향, 시간 등 상세한 메타데이터를 명시. 이는 작가가 작품을 이미지로만 소비하지 않고, 기록으로서의 목적 의식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줌.

 

"종로의 나무 간판 분포도에 나름대로 점을 찍어 놨잖아요. 이것도 되게 재밌더라고요. 나무 간판이 도대체 어디 있었던 것인지를 알면 더 재밌겠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각각의 지점을 표시했어요. 아마도 작가는 각각의 빨간 점의 위치나 주소도 기록했을 것 같아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게 바로 이런 포인트예요. 나무 간판을 탁본하면서 기록을 하는 거잖아요, 그때 대상을 이미지로서 소비하는가, 혹은 기록으로 바라보느냐의 결과물은 정말 다르거든요. 만약, 작가가 이것들을 이미지로만 생각한다면, 종로 지도에 분포도를 남기지는 않았겠죠.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잖아요. 위치를 기록해서 알 수 있게 하고, 알려주는 데에서 작가의 의도와 목적이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작가가 추구하는 작업의 목적성."

"제목을 보면 위치 정보가 잘 담겨있는 거 같아요. 어디의 ‘남(南)벽’이라는 자세한 위치까지."

"저는 이런 걸 되게 중요하게 봐요. 여기서 작가의 목적 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니까. 대상을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활용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관람객에게 주는 최소한의 정보인 거니까요. 만약, 작품 제목을 그냥  '담벼락'이라고만 했다면,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닌,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거죠."

설리반/이대로

 

작가 노트에 "사라질 공간을 한 순간이라도 붙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명시하며, 사라져 가는 대상에 대한 강한 기록 및 보존 의지를 드러냄.

"'사라질 공간을 한 순간이라도 붙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문장이 아카이브에서의 '영구보존' 같은 느낌도 들어요. 붙잡아야 된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져요."

이대로

 

작품의 궁극적 의의

  • 예술의 힘과 역할
  • 기록학적 가치

 

정희우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유심히, 애정 있게 바라보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며, 이는 예술이 지향해야 할 지점임.

 

"만약에 저라면 그런 것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요. 사람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촉감이나 질감으로는 더 잘 보이는 것들. 아스팔트도 멀리서 보면 회색인데, 가까이서 보면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요철, 잠 깨게끔 하려고 소리나게 하는 요철 같은 것들이요." 

이대로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주변을 조금 더 애정으로 바라보게 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연결이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죠."

설리반

 

예술가들의 이러한 기록 행위는 미술/예술 분야 내에서만 논의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기록으로서도 충분히 살펴볼 의미와 가치를 가짐.

"기록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한 '미술작품'과 기록과 미술의 접점에서 예술가들의 행위는, 결코 미술계 안에서만 논의할 부분이 아니에요. '기록', '기록하는 행위'라는 연결 지점이 있으니 기록학적으로도 충분히 살펴볼 가치가 있어요."

설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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