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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년차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의 기록관 생존기(2)

도시의 중심에서 기록관을 확장하라!

2026.01.22 | 조회 5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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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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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이번 글은 지난 내용과 일부 연결됩니다)

 

우리 기록관에는...

 

지금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기록관 서고는 동급의 인근 기관과 비교해볼 때 가장 작은 면적인 약 33평을 차지하고 있다. 면적은 작지만 그래도 꼭 갖춰야 할 것들은 갖추고 있다:) 지하에 있지만 항온항습기도 1대 있고, 가스식 소화설비도 갖췄고, 수동형 이동식 서가(4연 6단 기준)도 최대한 꽉 차게 기록물을 채워 넣었다. 지금은 이 공간도 부족해서 통로에 기록물이 들어간 단프라박스를 쌓아놓은 상황이다.

우리 기록관 서고에는 다른 기관에서 잘 보기 힘든 장비가 하나 있다. 바로 홍채인식기!! 기관 전체에 딱 2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우리 기록관실에 있다:) 가끔 다른 부서 직원들이 내가 기록관으로 들어갈 때 홍채인식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깜짝놀라면서 신기해 하는데, 뭔가 퍼포먼스를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중요한 비밀을 은밀하게 보관하는 곳에 허락된 유일한 직원이 된 것 같아서 가끔은 느낌이 이상하다...

지하1층 기록관 입구 사진이고, 출입문 왼쪽의 기계가 홍채인식기이다.
지하1층 기록관 입구 사진이고, 출입문 왼쪽의 기계가 홍채인식기이다.

이런 것도 해주세요...

약 1년 전 이무렵 기록관 서고 조성에 관한 첫 회의가 긴급으로 열렸다. 참석자는 누가 봐도 공대 출신의 사람들(공사 담당 직원, 건축사 상무님, 시공사 부장님)과 누가 봐도 인문대 출신의 태생적 문돌이인 나...

그래도 최대한 모르는거 티 안내려고 자료도 이것저것 챙겨갔다. 회의 당일 아침에 전화가 와서 급하게 국가기록원 표준을 들여다보고, 최대한 무엇 하나라도 아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다들 연차가 좀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저연차(당시 8개월차)로 안보이게도 나름 노오오력했다:)

 

빈 평면도 위에 세부 구획을 그리며 약 5분간 주장한 나(우리 부서)의 의견은 아주 간단했다.

  1. 공기조화설비는 에어컨 대신에 항온항습기로 모두 대체한다.
  2. 소방설비는 무조건 가스식 소화설비로 설치한다.
  3. 11층 건물 중 9층(상층)에 짓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표준 <기록물 보존시설 신축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하중 문제를 꼭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4. 자외선은 모두 차단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창문은 모두 막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외벽을 아예 막는 것이다.
  5. 복도를 최소화, 서고를 최대한 확보하여야 하며 일부는 열람실(작업 겸용)을 갖추어야 한다.
  6. (서울기록원처럼) 복도로부터 내부를 조망할 수 있는 시창이 있어야 한다.
  7. 화재감지, 내부 보안 등을 위하여 cctv가 2대 이상 별도로 설치되어야 한다.
  8. 내부 서가는 이동식 서가(자동 혹은 수동) 설치를 기본으로 한다.

 

요구사항에 따른 조정안?

첫 회의가 끝나고 약 3주가 지난 어느날 다시 회의가 잡혔다. 지난 회의 내용과 관련하여 시공사, 건축사 측에서의 검토결과를 공유하고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난 3번으로 주장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주장은 전혀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번 회의 때엔 3번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다. 그리고 대부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두번째 회의에서 정해진 바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이 받아들여졌다:)

  1. [일부 수용] 항온항습기 구매는 부서에서 진행하여야 함. 다만 현재 시공단계에서는 바닥 패드, 배관 및 전기 관련 기초공사 작업은 사전에 해줄 수 있음
  2. [전부 수용] 모든 기록관 구역의 소화설비는 가스식을 채택
  3. [전부 수용] 현재 5층 기둥이 올라가고 있으므로 아직 여유가 있음. 충분히 하중보강이 가능함
  4. [일부 수용] 창문을 없애는 것은 가능함. 다만 나머지는 불가능함(특히 자외선 차단 관련 부분은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여야 함)
  5. [일부 수용] 열람실 조성은 충분히 가능함. 다만 「소방법」에 따른 소방관 진입창,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BF 인증으로 고려하여 서고 구역을 구성하여야 함
  6. [검토 중] 서울기록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추후 논의 필요
  7. [일부 수용] 서고 공간 내부에 3대~4대 설치 가능할 것으로 보임(추후 논의 필요)
  8. [불수용] 자산성 물품은 부서 예산으로 조달하여 설치하여야 함

 

그런데 내심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더 앞서갔다. 시스템 유지보수비를 제외하고 평균 약 500만원의 예산만 가지고 있는 기록관에서 몇 억 단위의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엄청난 무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도전해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발품을 팔아 알아보자

5월 기준으로 기록관 서고 도면만 최종 확정되었다. 가스식 소화설비의 분사 압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실내를 내화구조 벽체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소방법에 따라 소방관 진입창을 만들면서 동시에 실내 조망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cctv는 서고 내에 총 4개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무인출입통제시스템은 우리 부서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약 1억원 이상(아닐 수도...^^)의 추가 공사비를 들인 활하중 보강 공사가 완료되었다.

첨부 이미지
2025년 8월 2일 공사현장이다. 실제로 가면 되게 넓은 공간이고, 콘크리트 기둥을 제외하고 외부는 전부 통유리가 설치된다.
2025년 8월 2일 공사현장이다. 실제로 가면 되게 넓은 공간이고,
콘크리트 기둥을 제외하고 외부는 전부 통유리가 설치된다.

사실 기록관 서고 조성은 이제 예산만 받고 이것저것 장비(항온항습기, 이동식 서가)만 구매하면 될 줄 알았다. 입사한지 1년이 되어서 이제 신입 타이틀은 날라갔고 일은 몰려서 정신이 없었다.

안그래도 비밀(해제)기록물 이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의 생산현황 통보, 기록물 열람 지원, 각종 업무평가 업무, 정보공개 청구, 학교 수업과 매주 준비해야 하는 발제문/토론문 준비 등등... 월월월월월월월 요일로 쉬는날 없이 일과 공부만 하던 그때, 

“이제 기록관 서고 조성하는거 본격적으로 알아봐.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모든 것들을 다 파악하고, 각자 얼마의 예산이 드는지 모두 알아보고 비교견적까지 준비해야 해.
주변에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서 알아봐” 

팀장님께서 지시하신 내용 中

한동안 말씀이 없으셔서 천천히 준비하려 했는데... 하...

서울 대전 경기 등등 여기저기 막 알아보기 시작했다. 혹시 나보다 먼저 이런 경험(건물 상층부에 처음 기초(골조)공사부터 모든 것을 진행)을 한 사람을 수소문 했다. 나름 열심히 알아봤으나... 지상층에 짓는 신축공사 사례는 (내 주변 기준으로) 거의 0에 수렴했고, 그나마 리모델링한 사례를 하나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은 1~2층 혹은 지하에 서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조사를 진행하다보면 필요한 요소는 끝도 없이 나온다.

항온항습기, 이동식 서가, 온습도 측정기(백신 보관용 데이터로거), 이중 캐비닛(대형), 북카트(2단), 무인통제출입시스템, 자외선 차단 필름, 암막 롤업셰이드, 열람실 책상 및 의자, 기록관 재난대비용품 등등… 또 소독 용역도 맡겨야 하고, 기록물 정수점검 및 이관(이송) 용역도 맡겨야 한다. 이것만 해도 벌써 최소 필요예산으로 약 3.5억이다...

우리 DB구축 사업도 해야하는데... 그러면 2026년도 본예산은 얼마나 올려야 하는거지??

 

예산은...??

2026년도 본예산 준비 시즌이 다가왔다. No.2 보고(내부결재)까지 마치며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예산부서만 통과할 날만 남았다! 그런데... 역시나 예산 절감을 이유로 대부분의 금액은 삭감되었고 결국 처음 준비한 금액의 약 91%가 날라갔다...

그러면 남은 것은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것인데... 그런데 어디서 예산을 끌어오지...?? 여긴 농지도, 산지도, 하천도, 바다도 없는 그냥 도심지인데...? 기록관리쪽으로 연결할 수 있을 만한 공모사업이... 뭐가 있지...?? 행정안전부 같은 곳은 꿈쩍도 안할텐데...

정말 마지막으로 남은건 추경 뿐이다.

 

겨우 구한 공간인데... 새로운 곳도 기존의 곳도 모두 빼앗길 순 없지...!!

어느 기관에서 그렇듯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가 서로 서고 공간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다. 26년도 본예산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번 100평짜리 공간을 우리 부서에게 주면서 기존의 33평 서고를 다른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건 절대 안된다면서 혼자 결사반대를 외쳤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득하면서 다른 대안(타 공간을 확보시켜주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모든 서고 공간을 지켰다.

물론 언제 또 노리는 사람들이 있을진 모른다. 다만 이번에 확보한 공간은 전체 청사를 새로 짓는다 하더라도 빼앗기기 싫은 곳이다. 이 공간(외부 서고)은 전임자 선생님 덕분에 시작된 곳이면서 염원이 담긴 곳이라 생각된다. 여긴… 정말 절대 안된다…

 

2025년 말~2026년의 노력(진행중)

그동안 난 묵묵히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정해주고 기록관리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했다간 오히려 남들 좋은 일만 시켜주고 내 실속은 못챙길 뿐더러 이것저것 다 내어주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연말부터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중점추진 업무사항을 바꾸었다. 기본적인 기록물관리는 당연히 수행하면서, 내부 기록물 열람승인과 검색 지원 등을 많이 키우고자 한다. 또한 DB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하려고 생각중이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스캔파일 1개(1페이지)라도 그것이 결정적 순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것을 찾는 것을 다들 힘들어하기 때문에 내가 도와주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과정을 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했고 단골 고객님도 여럿 계신다:) 그들은 필요한 기록물을 찾아서 소송/심판/악성민원에 대응하고 난 내 민원인들에게 적극행정하기 때문에 서로 win-win 전략인 셈이다. 계속해서 이런 노력이 있으면… 이번 추경이나 내년 본예산때 예산부서에서도 좀 알아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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