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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정신〉 또는 《시대 정신》 혹은 『시대 정신』

이 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2025.03.18 | 조회 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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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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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시대는 계속 바뀌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은 그대로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크나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그들은 계속 저항할 시대를 만드는가? 그러니 우리의 정신은 1960년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시대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졌다. 일례로 시위 문화에 응원봉과 아이돌 음악의 등장은 참여와 연대라는 상징이 되었다. 여기, 또 다른 시대 정신을 새로운 모습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프로젝트이자, 전시이자, 도서를 소개한다.

〈시대 정신〉 또는 《시대 정신》 혹은 『시대 정신』

 

1.〈시대 정신〉프로젝트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이 진행한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1960년 4.19 혁명부터 2024년 12월 비상계엄까지 발표된 250여 건의 시국선언문을 아카이빙하고, 여기서 63팀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단어나 문장을 발췌, 가공, 재해석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대한민국은 엄혹했던 군부독재 정권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회,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며 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역사적 분기점의 순간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 온 시민들이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시국선언문'이라는 텍스트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8년 전 탄핵을 겪었던 시민들은 오늘 다시 한번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혼란의 시간 속에 있습니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에서 우리가 체득했던 역사의 교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선명함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4년, 다시 한번 역사의 격변기를 지나며,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국선언문을 다시 소환하고자 합니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특정 정권의 파면을 넘어, 그 이후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소개글

 

그날이 2024년 12월 3일이었고 63팀의 참여 작가들이 개인 SNS에 작품을 게시한 시점은 2025년 1월 10일, 프로젝트 웹사이트(https://www.manifesto.ing/)가 오픈한 건 1월 24일이었으니 아주 기민하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웹사이트는 크게 '연대와 발언', '연표'로 구성되어 있다.

 

'연대와 발언'

포스터(작품) 또는 시국선언문으로 보기를 선택할 수 있다. 개별 작업을 선택하면 작품 이미지(포스터는 내려받기 가능하며 모션포스터가 있는 경우 함께 제공), 작업과 작업자에 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 김어진(일상의 실천),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캡처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 김어진(일상의 실천),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캡처

 

또한 그 작업의 배경이 된 시국선언문의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 김어진(일상의 실천),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캡처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 김어진(일상의 실천),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캡처

 

'연표'

1960년부터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시점과 사건들을 축으로 관련 시국선언문과 〈시대 정신〉 프로젝트 작품을 정리하고 있다.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시대 정신〉프로젝트 웹사이트.

 

 

2.《시대 정신》 전시 

《시대 정신》전시 포스터. (일상의실천 제공)
《시대 정신》전시 포스터. (일상의실천 제공)

 

아쉽게도 《시대 정신》 전시는 3월 16일(일)에 끝났다. 전시 기간 동안 도슨트, 기획자와의 대화, 작업자와의 대화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시의 끝자락에 가까스로 방문했는데 평일이고 훌륭하지 않은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균일한 대지(크기)로 전시된 포스터와 관련 설명을 하나하나 읽으니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대 정신》전시장 입구.
《시대 정신》전시장 입구.
《시대 정신》전시 전경 1.
《시대 정신》전시 전경 1.
《시대 정신》전시 전경 2.
《시대 정신》전시 전경 2.

전시가 끝났어도 작품과 그 내용은 〈시대 정신〉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3.『시대 정신』 책

『시대 정신』도서 표지.
『시대 정신』도서 표지.

 

시대 정신』 도서는 2025년 2월 28일에 발행되었다(빠르다!!). 프로젝트 웹사이트와 전시가 선언문을 시각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도서는 그 작업의 과정과 디자이너로서의 접근 방식, 그리고 선언문을 오늘날의 시각 언어로 기록(사실 창작)하는 방법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이 시국에 할 수 있는 고민과 질문이라 느껴져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하고자 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권준호, 『시대 정신』(서울: 안그라픽스, 2025), 159. 

 

 

우리의 시대 정신은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내가 아키비스트라 상기 헤드라인을 "아키비스트의"라고 적었다가 급하게 고쳐 썼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유사한데(?) 어디에서 일하고 무엇을 다루느냐에 따라 이름은 서른마흔다섯 개가 되는 사람들이니까. 

아무튼 이번 〈시대 정신〉 또는 《시대 정신》 혹은 『시대 정신』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직업명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시와 출판까지 확장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결과를 보고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그 반응 또한 뜨거웠다. 솔직히 부러웠다. 그리고 시국선언문을 아카이빙하고 정리하는 일은 사실 검색과 엑셀의 제왕인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또한 기록관리단체협의회의 성명서가 활용되었으면 어땠을까도...

물론 우리는 창작자가 아니기에 무언가를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본질적인 역할은 아니다. 게다가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민간에서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는 반면, 우리는 주로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다 보니 즉각적인 행동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 속에서 우리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기도 했다. 멋있다!)

우리의 시대 정신 표현에 앞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는 확실히 예술을 통해 시대를 재해석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기는 사람인가? 선별하는 사람인가? 지키는 사람인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여전히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되새기고, 다시 꺼내 읽고, 보여줘야 할 것인가?

그 질문을 여러분에게 무책임하게 던진다.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시대 정신〉 프로젝트의 작업 몇 가지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이를 모두 적시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이를 모두 적시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르다〉
김은지(개미그래픽스), 〈2024년에 쓰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다.〉
김은지(개미그래픽스), 〈2024년에 쓰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다.〉
권준호(일상의실천),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권준호(일상의실천),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진달래&박우혁, 〈친애하는 민주시민 여러분! 일어서라! 궐기하라! 승리하라!〉
진달래&박우혁, 〈친애하는 민주시민 여러분! 일어서라! 궐기하라! 승리하라!〉
윤충근, 〈겨울은 춥다. 그래도 봄은 온다.〉
윤충근, 〈겨울은 춥다. 그래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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