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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활동가 4인의 자기역사쓰기 워크숍 후기

2025.05.20 | 조회 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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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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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가들의 워크숍에 가면 여러가지 자기 소개 도구들로 상대를 알아가는데, 그중에 ‘3키워드’라는 도구가 있다. 세가지 키워드로 자기를 소개하는 간단한 도구다. 누군가는 직업을, 취미를,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들어 자기 자신을 설명한다.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세가지 키워드를 선택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세개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나는 무엇을 꼽아볼 수 있을까. 이전의 나는 스스로를 ‘활동가’로 정의하고, 그런 동료들과 함께 '기록'과 '활동'을 매개로 이런 저런 작당들을 하며 조금은 세상을 나아가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더 현업에 둘러싸여서, 활동가인 누군가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뭐라도 해주고 싶고 그런 마음을 가진 비활성 활동가?가 되고 말았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 전인 2021년,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한 ‘활동가로서의 자기 역사 쓰기’ 작업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2021년의 작업물이지만 따끈따끈하게 소개할 수 있는 것은 이 작업물의 결과가 디자이너와 만나 올해 인쇄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초 한권의 책으로 묶으려던 것을 분권화 하면서 편철형태의 얇은 책 시리즈가 되었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책에 담았던 에필로그글을 갈음하여 <기록과 사회>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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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역사쓰기라는 작업은 몹시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전혀 개인적일 수 없는 작업이었다. 개인의 삶의 사건들이 시대의 사건들과 맞닿아 있고 그 개인들의 삶의 하루 하루가 시대의 사건들을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에 영감을 받았다. 자원봉사 및 비영리영역에서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 온 활동가 4인의 자기역사쓰기 소책자를 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였다. 4인의 활동가는 자원봉사계에서 동료로 지내는 사이로 어느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21년에 함께 작업한 것이 디자이너의 손을 빌어 이제야 외피를 얻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한 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활동가의 자기역사쓰기 진행 과정
활동가의 자기역사쓰기 진행 과정

 

 먼저 우리는 책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각자 읽어왔다. 이후에 모여 기록이란 무엇인지, 책에서 소개한 자기 역사쓰기의 과정을 참고하여 우리 프로젝트만의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작업이 가지는 의미와 우리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 나누었다.

 낯설고 조금은 막연했지만 바로 연표쓰기를 했다. 가로의 사건 축에는 연도(생애나이)/영향을 준현대사의 사건/개인사의 시기와 시기 설명/당시의 영향을 준 주요 인물/내 생애사건 또는 에피소드로 연표의 항목을 정하고, 세로의 시간축을 채워나갔다. 참조할만한 국내외 현대사적 사건들은 길잡이가 일부 제시해 주었다.

 연보에서 나만의 시기구분을 하고 각 시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였다. 연보의 흐름, 각 시기를 구분한 이유와 명명에 대해서 함께 나누었다. 조금은 시처럼 작명하기를 권했다. 각 시기에 영향을 준 주요 인물과 각 시기를 대표하는 사건을 정해서 기술했다.

 

수기로 작성한 연보(식별이 안되도록 해상도를 낮추었다)
수기로 작성한 연보(식별이 안되도록 해상도를 낮추었다)

 

 주요 사건을 대표하는 기록을 각자 수집했다. 수집 전략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사건과 연관된 대표기록들을 떠올리고 직접 수집해서 공유 드라이브에 올렸다. 기록을 수집할 때는 원본 기록 수집을 우선으로 했지만 사본이나 해당 사건을 상징하는 기록을 수집하기도 했다. 공유 드라이브에 올릴 때 기록 건에 명명하는 방식을 통일했다. 서로에게 수집한 기록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개하기 위한 간단한 글을 써보기도 했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목차를 구성했다. 목차는 연보에서 정한 시적인 시기의 명명들이 목차의 장절이 되었다. 시기 구분의 명명은 장 제목으로, 사건의 명명은 절 제목이 되었다. 수집한 기록들이 각 장절에 배치되고 기록에 대해 기술하는 글들이 기록 건에 따라 붙었다. 본 프로젝트에 대한 저자들의 마음이 서문에 담겼고, 장절을 연결하는 글들을 더해 글이 더 매끄러워졌다. 글을 마무리하는 후기 글을 더해 각자의 소책이 완성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매주 한 번씩 만나 2개월 남짓 작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활동가가 자기역사를 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묻게 되었다. 4인의 활동가들의 기록과 글 속에는 자기 삶의 여건과 환경 속에서 왜 이 일에 몸담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 일을 지속하려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질문과 각자의 선택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활동가는 운명이고 숙명인 것 같기도 하고, 활동가로서의 성장에 대한 고민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개인의 내밀하고 솔직한 기록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새삼 느끼기도 한다. 그때는 괜찮던 것이 지금은 아니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이들의 친밀감이 이 과정에 보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자기역사쓰기를 하는 공동체는 때론 느슨해서 또 때론 친밀해서, 보다 솔직해질 수 있다. 언제이든지 솔직해져도 좋은 공간에서 보다 자유롭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일러둘 것이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연표작업을 할 때에는 개인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현대사를 연결시키는데, 이번에는 저자가 기억하고 싶은, 의미 있다고 여긴 현대사의 사건을 연표에서 삭제하지 않고 일부 살려두어 그 시기의 분위기를 떠올려보는 기재로 삼았다. 함께 연표와 연표기술을 정교화하고, 기록건의 기술서, 기록물목록 등을 다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이 책은 현대사와 활동영역의 역사와 활동가 개인의 삶이 뒤엉킨 하나의 거대 연표기술서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활동가들이 이런 시간과 경험을 가질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기록들이 켜켜이 쌓이며 활동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읽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 작업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크게 행복했다. 

 

 아래는 각자의 책 표지 이미지이다. 책의 제목을 <그래도>, <아직>, <어쩌다>, <언제나>라고 각기 붙였는데, 우리 활동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명사형이 아닌 접속사나 부사 등을 활용해서 지었다. 그리고 책이 따로 이지만 함께할때 한권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해주었다. (디자인도 활동가이자 동료인 라용이 맡아주었다. 라용디자인 (@rayong_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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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책 표지 디자인
따로 또 같이 책 표지 디자인

 

 실은 책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술술 읽혀서 책 자체를 자랑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기고에 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활동가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이런 자기 활동의 역사 쓰기와 같은 작업을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지만 바쁜 와중에도 자기 삶을 들여다보며 활동의 의미를 찾는 순간들이 활동가들에게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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