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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창조자로서의 현대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이데올로기의 산물을 통해 탐구하다.

산업디자인과 기록물의 공통점 : “이데올로기의 산물”

2025.08.26 | 조회 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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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포티, 2004, 『욕망의 사물-디자인의 사회사』를 읽고나서


 

에이드리언포티, 2004, 『욕망의 사물-디자인의 사회사』에 따르면, 

 산업디자인의 원동력은 디자이너 개인의 창의성이 아닌 사회의 이데올로기이다. 즉 시대별 가구 및 인테리어 트렌드는 소비자가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사회·정치경제적 산물이다. 우리는 보통 개인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기업과 사회가 만들어낸 트렌드 안에서 통제된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디자인은 산업의 욕망, 정부의 정책적 욕망, 소비자의 통제된 욕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1.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 – 산업 디자인

Bathroom catalog, from 1912-15. Illustration: 1912 bungalow.com [출처 :Victorian Bathroom: A Quick History of the Bathroom]
Bathroom catalog, from 1912-15. Illustration: 1912 bungalow.com [출처 :Victorian Bathroom: A Quick History of the Bathroom]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 욕실과 주방의 디자인 변화를 들 수 있다. 19세기 초 실내 배수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 유럽은 목재 목욕통을 난로 앞에 두고 사용하거나 배설물을 방 안에 모았다가 거리로 버렸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산업화와 도시화의 가속화, 그리고 전염병 창궐로 인해 위생학이 발전하면서 청결은 단순한 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상과 연결되었다.

 이러한 위생학 담론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청결=문명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고, 이는 주거공간의 디자인 설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균이 없는 표면이 곧 문명의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욕실 디자인에도 목재, 직물 등 따뜻하지만 세균이 쉽게 번식하는 재질이 주로 사용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매끄럽고 청소하기 쉬운 재질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크롬 도금 강철, 하얀 타일 등이다. 욕실 내 대리석 세면대, 하얀 타일, 도자기 변기의 등장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위생적인 삶이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라는 제너럴 모터스 냉장고 광고(1926).                   [출처: 소년중앙, 도구로 읽는 과학사 19.가전제품]
그 어떤 것보다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라는 제너럴 모터스 냉장고 광고(1926).                   [출처: 소년중앙, 도구로 읽는 과학사 19.가전제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 실린 ‘여러분 아기의 건강이 얼마나 귀한지요?’라는 문구를 내건 세탁기 광고(1932).                                                 [출처: 소년중앙, 도구로 읽는 과학사 19.가전제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 실린 ‘여러분 아기의 건강이 얼마나 귀한지요?’라는 문구를 내건 세탁기 광고(1932).                                                 [출처: 소년중앙, 도구로 읽는 과학사 19.가전제품]

 

 1910~20년대 많은 여성잡지에는 가내하인을 대신하도록 전기하인으로서 가전제품 광고하며 가사노동 절약이라는 징표를 내세웠다. “여성을 가사에서 해방한다라고 하며 주방에 전기 오븐,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가 결합된 자동화된 주부의 공간을 미래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전기하인의 등장은 가사노동 문제 해결의 의도가 아닌 전기 관련 회사들의 더 많은 전기를 소비시킬 목적으로 산업용 전기제품을 가정용으로 만들어 팔기 위함이었다.

 가내하인의 감소와 가전제품의 증가를 통한 가정의 기계화라는 기술변화가 노동의 사회적 분담을 바꾼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미국 중산층 가정에는 가내하인이 감소하면서 등장한 전기하인이라는 사회적 흐름으로 인해 주부가 오롯이 가사노동을 담당해야 하는 구도를 만들게 되었다.

 

2. 이데올로기의 산물 – 아카이브

 기록은 생산되는 동시에 과거의 시점을 남기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전시나 책, 영화, 아카이브와 같은 재현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경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카이브라는 장소는 기록을 보존, 연구,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현재 사회와 연결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역사가 미디어에 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거 중 '가치 있는' 것이 우선 선택되어야 하며,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에는 다양한 지식과 시각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키비스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아키비스트는 더 이상 단순한 증거의 수호자가 아니라, 기록이 생산된 시기의 이데올로기 해석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기록을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조명하며 기록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의미창조자로서의 역할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앞서 예시로 든 산업디자인과 같이 기록 또한 이데올로기에 발맞추어 변화·발전해 나가야한다.

 

3. AI 시대, 아키비스트의 역할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많은 산업이 AI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아카이브 역시 예외는 아니며, 아키비스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록물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색인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AI는 인간의 역사적 맥락이나 이데올로기적 층위를 해석하지 못한다는 중대한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영상 콘텐츠들로 인해 이용자가 대량의 영상 데이터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지능형 검색 기술이 필수적이다. 멀티모달 학습 모델의 발전으로 탐색 범위가 확장되고 자료 탐색시간이 단축되었지만, 현재 아카이브 시스템에서 영상 데이터를 분류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용자의 기억과 분류 체계에 의존한다.**

 AI는 기록물의 분류, 색인화, 검색에 있어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나, 그 알고리즘은 인간의 역사적 맥락이나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키비스트는 AI가 다루지 못하는 사회적 기억과 의미의 층위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아카이브를 설계해야 한다. 기존의 의미를 해체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 그것을 큐레이션이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존 정보를 선별하는 것을 넘어서, 아키비스트가 주체적으로 가치를 재구성하는 창조적 활동이다.

 알고리즘 기반의 AI와 의미 창조자인 아키비스트 사이에 지속적으로 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AI 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아키비스트들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해석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김태현, 2024, 「오래된 미래와 멋진 신세계- 민주단체 문화적 기억 기관에 대한 관찰과 분석」, 5.18기념재단 국제포럼 발표자료, 20쪽. 

**이주희 외 4명, 2024, 「생성형 이미지를 이용한 멀티모달 장면 검색 시스템」,『방송공학회』 제29권,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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