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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록관리 제도의 가치 실현과 노동환경

2024.07.15 | 조회 1.1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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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Jay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기록관리 업무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따라 기관에 배치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하 '전문요원')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지만, 기록관 인력 문제*는 기록관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인력 문제는 기록관만의 것은 아니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모든 형태의 조직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1인 (전문요원)기록관 체계로 대표되는 기록관의 인력 문제는 단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이외에도 여러 조건과 얽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적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 끊임없이 제기해야 하고, 개선을 꾀해야 한다

전문요원이 충원되는 기관의 사례를 보면, 기관과 조직 차원에서의 미션과 연결되는 획기적인 사건이나 특정 사안(예컨대, 기관장의 의지나 감사지적 등 외부적 사건)이 있을 때 또는 경영성과와 관계된 사안(경영평가지표 포함) 등을 통해 확실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계기'를 맞이하거나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기록관리가 조직 전반을 포괄하는 업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현실을 모두가 주지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려면 거의 모든 기관기록 관리를 전문요원에게 위탁하는 일만큼은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의 구조와 인식이라면, 아무리 전문성 고양하고, 법의 의미와 가치를 소속기관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요원이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너무 애쓰지말고 조직이 기대하는 만큼, 법적 요건만큼 최소한의 '필수'업무만 하라는 강요 받기 쉽다.

필자는 정부산하 공공기관 기록관에서 인력문제야 말로 기록관리가 비전문적 지원업무 영역으로 치부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본다. 하여 이 글을 통해 기록관의 외연확장과 전문성을 높이고 기록관이 기관 전체의 기록 관리 업무의 중심에 있기 위해서 복수의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배치를 넘어 기록관 종사자의 노동권과 환경의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함을 살펴 보려고 한다. 그리고 한 명의 노동자인 전문요원의 노동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궁극적으로 기록관리의 목적과 가치 실현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공공기관 기록관의 인력문제와 기록관의 위상

기관에 고용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처우와 노동조건은 고용형태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전문요원들은 대체로 기관내 다수직렬과 구분된 별정업무를 부여받은 소수직렬로, 비정규 계약직, 촉탁직, 정규직에 준하는 무기계약 등 다양하다. 이는 대다수의 조직이 기록관리 업무의 보편성에 기반을 둔 종합적 업무가 아닌 별정업무로 인식을 보여준다.

애초 사회의 투명성과 민주적 가치 실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공공기록관리 제도는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제도가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구성인력이 잘 갖춰지고, 그들의 노동이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다. 현장에서 상시 이들을 차별적 조건에 놓면서도 개인의 전문성과 직업적 윤리관에 위탁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그 가치가 지켜지기 어렵다. 

반면 기록관의 인적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제대로 잘 갖추어지고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다면, 기록관이 시민 또는 내부직원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요구에 섬세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종사자는 기관의 조직과 기능을 파악하여 기록물관리 체계를 설계할 수 있고, 기록을 미시적, 거시적으로 독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록관 인적 구조로는 요원한 일이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상'과 '지속불가능한 노동 체계'

얼마전 한 지인이 필자에게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신의 친구가 팀장으로 있다는 말을 건네며, 언젠가 필자도 기록관리 부서의 팀장이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단언컨대 불가능한 구조에 있다고 답변했다. 짧지 않은 기간 정부산하 공공기관 기록관에서 일을 해왔지만 현장에서 조직관리자로 일하는 전문요원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업계 기록전문직 간의 차이는 미뤄두더라도 '별정'의 '특별'한 업무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관 내에서 겪는 차별은 보편적이다. 

조직관리자는 고사하고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도 없고 인적구성도 어려운 현실에서 나의 노동이 좀더 가치있게 쓰일 수 있으려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문제제기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고, 누구로부터 해결될 수 있는지는 막막하고 어렵지만 말이다.

(1)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가치 차별 개선

전문요원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법 중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있다.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이 워낙 크다보니, 이를 금지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다만 근로기준법과 기간제·파견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은 관련법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21대 국회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바도 있다. (다만 임기만료로 결국 폐기되었다.)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정의한 내용은 참고할 만한데, ‘동일가치노동’의 의미에 대해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동일한 노동 혹은 객관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인정되는 노동을 한다면 차별적으로 평가하거나 처우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사실상 같은 일(또는 더 특별하고, 더 많은 업무)을 하면서도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과 노동조건 차별이 허다하다. 기간제·파견 등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조항이 있지만 차별시정제도를 통해서 요구하고 이를 다투어야 구제받을 수 있다. 또한 차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인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고, 처우가 다르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별적 처우가 용인된다. '비교 대상'과 '합리적 이유'라는 요건에서 다시금 '해당 업무만을 위해 기관 보편의 인력과 달리 채용한 인력이라는 고용형태'가 근거로 소되고 차별의 굴레로 악순환된다.

(2) 보편 인력 구성 체계의 기록관 적용

기록관에 소속된 전문요원 역시 한 명의 직원으로 부서에 소속되며 대체로 '실무자'로 일한다. 공공기관의 조직 구조는 일반적으로 '실무자-실무책임자-중간 관리자(팀장)-조직 관리자(부서장, 기록관장)'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도서관, 법무, 특정 기술부서 등 별정 분야를 책임지는 업무부서의 장이 해당 지식을 전문적으로 습득한 경우가 없지 않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때문에 기록관의 전문요원은 사실상 실무와 실무책임, 기획과 수행을 모두 겸하는 경우가 많다. 실무를 겸하면서 기록관리 전반 정책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컨대 실무를 맡아 하면서도 정책 수립과 기획을 통해 기관 전체를 설득하려면 개인의 능력과 의욕 그리고 지속불가능한 형태의 과도한 노동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 현장에서의 전문요원의 처우 형평은 부재하고, 노동가치를 평가절하 받는 차별적 상황은 다시금 이들을 머뭇거리게 한다. 그러므로 전문요원 역시 기본적으로 기관내 보편 인력 구성 체계 속에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며

 최근 한 음식점에 갔을 때 일이다. 음식 주문을 받은 직원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관련 음식의 양과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어 이를 고려하여 주문을 하자 서빙을 담당한 직원이 음식에 대해 알려주고, 테이블 위의 조리도구 사용법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덕분에 과한 주문을 하지 않았고, 더 좋은 타이밍을 찾아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특별히 고가의 음식은 아니었으나 부족하지 않게 체계를 잡은 인력구조로 직원들은 노동강도로 허덕이지 않았고, 손님의 부름에 누군가가 쉽게 응답할 수 있으니 직원들은 손님에게 그리고 그들끼리도 인상을 쓰지 않았다.

 어떤 일터에서든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는 더 나은 방도를 찾는 아이디어가 샘솟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더 좋은 노동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노동이 곧 너의 노동과 격투하는 제로썸의 현장이 아니라 함께 노동하는 이들 간의 협업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기록관리 업무의 현장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관과 조직 내 기록물관리에 관한 낮은 인식과 충분치 않은 인력 현황, 전문요원 배치 이후에도 차별적 고용형태와 노동가치 저평가 지속되는 상황은 기록관리가 조직 내에서 풍성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록관리제도가 민주적 사회의 발전과 조직 업무 효율성의 극대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이들이 겪는 문제들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 인력 문제 : 현원 및 정원, 구성 인력의 직급 및 직책, 급여를 비롯한 처우문제 등 인사관리 전반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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