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의 중요한 입문서로 여겨지는 쉘렌버그의 '현대기록학개론'이 처음 출간한 해가 1956년이라고 한다. 내 부족한 학습능력으로 내용을 더듬자면, 그 시기에도 '기록의 폭증'이 기록의 선별과 평가에서 중요한 화두였던 것 같다. 그래서 기록을 '현용', '준현용', '비현용'의 3단계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 같다.(맞...지...?)
그렇다면 약 50년이 지난 2024년 현재 '기록의 폭증'은 어떤 국면일까? 1956년은 '종이문서의 폭증'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매체의 폭증'과 함께 '정보의 폭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자문서, 정보시스템, 웹, SNS, 이메일 등등... 바다와 같은 넓은 세상을 헤아리기에 역부족한 한낱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기에 절대적, 상대적인 수치를 가늠하기 어려워 인공지능에게 물어봤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종이문서는 점차 없어진다는데 우리들의 서고는 공간이 항상 부족하고, '법대로' 종이문서 전체를 이관받아 일일이 검수할 사람, 시간, 돈도 없다. 게다가 종이문서의 폐기까지 우리가 '대행'해줘야 한다. 그리고 전자문서는 이관할 때마다 오류가 발생해서 어디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는 것도 복잡하다. 국가기록원은 전자문서의 검수, 비전자기록을 정리하는데 매년 200명 넘게 약 50억 원씩 투여된다는데, 각 기록관에는 몇 명의 인력을 필요로 할까? 그럼 전국의 공공기관에는 기록관리 인력으로 몇 명이나 필요로 하는 것일까? 관련 예산의 필요성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는 있는 것일까?
종이문서, 전자문서도 이렇게 벅찬데 행정정보데이터세트나 웹, SNS 등등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모든 기록정보를 '물리적'으로 이관, 보존, 폐기하는 행위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또 '물리적'인 기록관리 행위가 많은 사람, 시간, 돈을 투여할 만큼 가치가 있는 업무일까? 우린 '1인 기록관'을 '2인'으로 늘리면 그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그 누군가에게 확언할 수 있을까?
'현용'은 '생산부서', '준현용'은 '레코드센터', '비현용'은 '아카이브'가 관리해야 한다는 우리들의 인식. 그리고 '생산 후 1년 내'는 처리과, '생산 후 10년 내'는 기록관, '생산 10년 이후'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관리해야 한다는 '법률적 기준'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공공기록의 관리는 특정 기록정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처리과 -> 기록관'의 관리가 아닌, 공공기관과 소속 직원의 '구체적인 책무'로 규정되어야 한다.
'기준표'가 아닌 '기준서'가 필요하다.
이제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1년, 3년, 5년, 10년, 준영구, 영구로 제한된 '보존기간표'가 아니다. 해당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기록정보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생산하는 시스템과 매체는 무엇인지, 그것의 관리 주체는 어느 부서인지, 그것의 처분 시기와 방법은 무엇이며 처분 주체는 어떤 곳인지를 '기술'하고 '기관 내 규정'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기록정보관리기준서'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부서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은 소속 기관의 기록정보 생산 현황을 분석하고 담당부서와 협의 과정을 거쳐 '기준서'를 정리하여 기관 내에서 '규정적'으로 통용되도록 하는 교육, 안내, 지도점검 하는 등의 행위가 주요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준서'는 처리과와 기록관 사이의 기록의 물리적인 이동, 보존, 폐기라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공공기관 내 담당부서 별로 기록정보 관리의 책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기준서'를 따르게 된다면 공공기관 내 기록관(보존서고) 또는 일정한 관리시스템으로 이관되지 않고도, 담당부서의 사무실 또는 생산시스템에 머무르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처분되기도 할 것이다. 역으로 이 '기준서'에 서술되지 않은 처분 행위는 '법률 외' 처분 행위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 '기준서'는 기록관리 부서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검토한 결과물로 공공기관 안과 밖에서 '규정화', '공식화'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 '기준서'를 어떻게 '규정화', '공식화'할 것인가? 필자는 그 해답으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필자의 끈기 부족을 탓하며 다음 회차로 넘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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