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일시적 활용, 집회⋅시위
광화문,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남동. 요새 언론과 대화에서 많이 언급되는 장소들이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로 더 많은 집회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옥외집회, 시위에 대한 정의를 보면,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집회와 시위를 하는 공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로, 광장, 공원과 같은 야외의 개방된 공간을 주로 집회의 장소로 언급하고 있다. 이들 공간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로의 유형: 일반도로, 자동차도로, 보행자도로, 자전거도로, 고가도로, 지하도로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공원은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ㆍ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도시지역 및 도시지역 외의 지역에 설치하는 공공녹지 공간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광장은 대중교통, 보행 동선, 인근 주요시설 및 토지이용현황 등을 고려하여 보행자에게 적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주변의 가로환경 및 건축계획 등과 연계하여 도시의 경관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50조
광장과 공원은 주로 보행자ㆍ시민이 사용하는 공간이고, 도로는 자동차ㆍ자전거ㆍ보행자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다. 집회가 이뤄진 곳을 살펴보면 여의도지역은 국회의사당 앞 도로, 여의도공원 등이며, 광화문지역은 광화문 광장과 앞 도로이다. 자동차도로의 경우, 평시에는 자동차만이 통행하는 공간이다. 공원은 사람들이 건강, 휴양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녹지 공간이며 광장은 주로 비어있고 주변상황에 반응하는 공간이다.
집회가 이뤄지면, 도로를 주로 사용했던 주체가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완전히 바뀐다. 공원과 광장은 비어있고 느슨했던 장소가 빽빽하고 속도감 있는 장소로 바뀐다. 특히, 광장의 유형 중 하나인 '중심대광장'은 집회가 열리는 곳으로 법률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광장은 보통 비워져있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광장이 우리 도시에 필요하고 그런 광장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록하는 방법
집회와 같은 공간의 일시적 활용 모습을 공간(물리적) 기록 측면에서 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
우선, 각 공간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공간의 입지와 규모와 같은 것들이다. 해당 공간은 서울의 어디에 위치하고 사람들이 오기 수월한 공간인지(대중교통 접근이 좋은지), 얼만큼의 사람들을 모일 수 있는 면적인지, 집회구역의 모습이 어떤 형태인지(위에서 보았을 때, 선형, 원형, 마름모형 등) 등이다.
이어서, 집회가 있을 공간에 있는 시설이다. 집회가 없는 평시에도 있는 고정된 시설이 있고 집회가 있을 때만 임시적으로 설치되는 시설도 있다. 광장ㆍ공원의 바닥재질, 수목, 벤치, 둘러쌓고 있는 빌딩 등은 고정적 시설이며, 발언대, 전광판, 푸드트럭, 경찰버스 등은 임시적 시설이다. 나무에 조명이 설치되어 집회의 도구가 된다거나 주변 건물의 화장실이나 까페의 이용객이 많아지는 등 고정적 시설의 기능이 집회 때는 변하거나 확대되기도 한다.
또, 시설보다 크기는 작으나 사람들이 가깝게 두고 쓰는 물품도 있다. 깔개, 응원봉, 핫팩, 음료, 간식, 보온장비, 확성기 등. 이 도구들을 팔거나 나눠주는 가판대도 임시로 설치되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의 준비물 또한 다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록할 대상(공간ㆍ시설ㆍ물품 등)이 정해졌다면, 각 요소의 맥락정보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각 요소의 사용주체, 기능, 위치 등을 기반으로 요소간의 관계성을 살펴본다. 집회를 주도적으로 주최하고 이끄는 사람ㆍ단체, 참여하는 시민, 질서를 유지하기 하는 경찰, 집회장소 주변의 상인 등이 집회와 직간접적인 관계자들이다. 각 관계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적합한 위치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물품을 구비한다.
집회, 행사 등 특정시기에 한정되어 진행되는 사건은 주도하고 참여했던 '사람'과 준비, 진행과정을 증거하는 '문서' 뿐만 아니라, 집회를 더 긴밀하게 완성시키기 위해 중요했던 '물리적인 요소'들까지 함께 기록된다면 더욱 완전성(integrity) 있는 기록작업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