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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기록관리 일은 하는데, 우리 경험의 기록은 어디서 하지?

무작정 만들어 본 '아카디아(akadia)'를 소개합니다.

2026.09.10 | 조회 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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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동식 다주택자

20년 전의 저를 돌아보면,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웹'이었습니다. '웹'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웹'이라는 걸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죠. '문송'하게도 아무런 IT 지식이 없었던 저로서는 두꺼운 웹 구축 실용서를 붙들고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록학을 공부하고 기록관리 일로 먹고살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우리 현장의 지식과 경험이 각자의 사무실 PC와 기록관, 그리고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고, 의문점과 고민과 하소연을 함께 나눌 웹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록관리 자료들도 국가기록원, 학회, 협회 등에 흩어져 있어 매번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분야의 역사를 함께 모여 쉽게 기록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먼 미래에나 있을 것 같았던 AI가 코딩까지 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노트북부터 새로 샀습니다. AI가 어디까지 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시범 케이스'가 필요했거든요. 그 첫 아이디어가 바로 우리 분야의 현장 경험과 실무 지식, 자료를 모으고 서로의 의문점과 고민을 나누는 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름도 거창하게 '아카디아(AKADIA) — Archive of Korea: Archivists' Document & Information Area'라고 붙였습니다. Archive(아카이브)와 DIA(지식의 집대성)를 조합해서 지어 봤습니다.

이거 다른 기관에서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기록관리 업무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묻게 되는 말입니다. 법령과 지침을 찾아보고, 작년에 작성한 문서를 열어보고,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아는 동료에게 연락합니다. 다행히 비슷한 일을 해본 분을 만나면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그 동료도 처음 겪는 일이라면요? 또 다른 동료를 찾아야겠지요.(이쯤 되면 업무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연락처 목록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고받은 답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지침의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는 업무의 맥락, 다른 부서와 협의하다 막혔던 지점, 시스템에서 발생한 오류와 해결 방법, 열심히 시도했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던 일까지요. 누군가에게는 몇 년에 걸쳐 얻은 경험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며칠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정보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어디에 남아 있을까요? 개인 메일함, 메신저 대화방, 컴퓨터의 어느 폴더에 있을까요? 그때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 해에 같은 일을 맡은 사람은 또 처음부터 같은 질문을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기록을 남기고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정작 기록을 관리하는 우리의 경험은 개개인이 알아서 기억하고, 아는 사람끼리 물어보는 방식에 꽤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카디아를 소개하면서 여러분과 먼저 나누고 싶은 질문입니다.

기록관리 분야의 뉴스, 소식, 토론, Q/A, 채용공고, 자료실, 행사일정 등의 게시판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기록관리 분야의 뉴스, 소식, 토론, Q/A, 채용공고, 자료실, 행사일정 등의 게시판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찾아볼 이야기가 있다는 것으로

아카디아 포럼은 전국의 기록인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포럼과 위키, 아카이브 기관 디렉터리로 이어지는 입구를 갖추고 있으며, 기록관리 분야의 뉴스와 관련 단체의 행사 일정, 기록관리 일자리 채용 공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공간에서 ‘질문’이 조금 더 편하게 오갔으면 합니다. 특정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좋지만, 지금의 업무방식이 적절한지, 우리가 당연하게 따르는 기준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관에서는 이렇게 했습니다”라는 경험에 “왜 그렇게 했는지”,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붙는다면 더 좋겠지요.

같은 지침을 읽고도 기관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력과 예산, 조직의 기능, 생산되는 기록정보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차이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개별 담당자의 어려움으로 여겼던 일이 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질문 하나에 정답이 바로 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의견이 갈릴 수도 있고, 한동안 답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이 남아 있다면 뒤늦게 찾아온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끝났던 이야기가 다음 사람의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저는 포럼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회원가입하시면 기록관리 분야의 뉴스, 채용공고, 행사일정, 소식 등도 메일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회원가입하시면 기록관리 분야의 뉴스, 채용공고, 행사일정, 소식 등도 메일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다음 사람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지만 이야기가 쌓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게시글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내용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의 답변이 지금도 유효한지, 서로 다른 설명 중 무엇을 참고해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화에는 대화의 장점이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모아 다시 정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나무위키', '위키백과'처럼 아카디아 위키는 기록관리 분야의 지식을 함께 정리 축적하는 공간입니다.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사실 중심의 서술을 원칙으로 삼고, 관련 법령·표준·지침이 있다면 근거를 함께 제시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거나 보완할 내용이 있다면 편집하거나 포럼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 우리의 경험과 전문성이 쓰였으면 합니다. 내가 잘 아는 용어의 설명을 확인하고, 빠진 근거를 보태고, 바뀐 내용을 고치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혼자 작성하려면 막막하지만, 이미 작성된 문장에서 잘못된 부분 하나를 찾아 고치는 일은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그 한 문장을 고치려고 자료를 찾다가 일이 커질 수도 있겠습니다.)

백지 상태로 시작하면 힘들 것 같아서 AI를 이용해 초안을 만들어놨습니다. 잘못된 내용들이 많을 수 있으니 많이 오셔서 바꿔주세요.
백지 상태로 시작하면 힘들 것 같아서 AI를 이용해 초안을 만들어놨습니다. 잘못된 내용들이 많을 수 있으니 많이 오셔서 바꿔주세요.

우리나라에 어떤 아카이브가 있는지 정리된 곳이 없더라...

기록관리에 관한 지식과 함께 필요한 것은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기록을 찾아보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자신이 찾는 자료가 어느 기관에 있을지 짐작조차 어려운데, 기관의 이름부터 정확하게 검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록을 공부하는 학생은 어떤 곳을 살펴보면 좋을까요? 다른 기관의 활동을 참고하거나 함께 일할 곳을 찾는 담당자는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요?

아카이브 잇다는 아카디아 위키의 ‘한국의 아카이브’ 문서로 연결됩니다. 공공·민간 기록관리기관과 관련 단체를 함께 정리한 디렉터리로, 기관 명칭을 통해 개별 위키 문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목록에는 기관의 유형과 설립 시기, 주소, 웹사이트,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항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관명과 주소를 모아놓은 목록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관이 존재하는지 알아야 그 기관이 하는 일을 찾아볼 수 있고, 찾아볼 수 있어야 방문이나 문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록을 보존하는 일과 함께, 그 기록을 관리하는 곳의 존재를 알리는 일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기관의 명칭과 홈페이지 주소가 바뀌기도 하고,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곳이 생기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곳을 빠짐없이 담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아는 기관이 보이지 않는다면 알려주고, 잘못된 정보를 발견했다면 바로잡는 일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잇다’라는 이름도 그렇게 조금씩 구체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큰 기관 단위의 '기록관' 홈페이지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를 반증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큰 기관 단위의 '기록관' 홈페이지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를 반증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도메인과 서버 비용을 지출하느라 용돈이 부족하지만...

못 먹어도 고!!! 묻고 더블로 가!!!
못 먹어도 고!!! 묻고 더블로 가!!!

홈페이지가 생겼다고 기록인들의 교류가 저절로 활발해지고, 위키를 열었다고 지식이 알아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행사 일정을 확인하고, 문서의 출처를 검토하고, 바뀐 기관 정보를 수정하는 데에는 결국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전문성을 서로 나누는 일은 늘 개개인의 자발성에 맡겨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남습니다. 몇 사람의 열심만으로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까요? 참여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운영하는 사람도 지치지 않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아카디아 역시 함께 고민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고민과 함께,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업무 중 해결하지 못했던 질문 하나, 위키에서 발견한 오류 하나,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아카이브 한 곳부터 꺼내놓는 것입니다.

아카디아는 6월 23일을 기점으로 전체 공개한 상태입니다만 그렇게 활성화되어 운영 중이진 못합니다. 웹, 게시판이 과거처럼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임을 새삼 더 절감하면서도 일단 2027년 6월까지는 어떻게든 운영해 볼 요량입니다. 그리고 더 관리를 잘 하시거나 활성화 방안을 가지고 계신 분과 함께 그 권한과 책임을 나눌 생각도 있습니다. 많은 기록인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카디아 포럼 홈페이지 : https://akad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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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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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절의 프로필 이미지

    사계절

    0
    약 7시간 전

    앗 개구리가 모일 장소가 여기 있었네요?

    ㄴ 답글 (1)
  • 스껄의 프로필 이미지

    스껄

    0
    약 6시간 전

    너무너무 필요했던 플랫폼이네요 여기저기 소개하고 다닐게요ㅎㅎ 다만 여러분 모두 나무위키는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성범죄에 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가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omn.kr/2a2n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2163217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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