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밥캅스 S01.E06.

[리빙포인트] 고민을 소화시키는 방법

2024.08.21 | 조회 140 |
0
|
밥캅스의 프로필 이미지

밥캅스

재미없는 밥상, 너 오늘부터 범인해라

 최근 친구가 이별을 겪은 뒤로 식음을 전폐해 3kg이 순식간에 빠졌다. 이거 우리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읽고 있는 독자분들 중에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J에게 연락 주세요. 밥 대신 맥주만 먹다가 5kg 빠져본 저와 이야기 나눕시다.

 글쎄 마음이 뭐라고 밥까지 못 먹게 할까. 말이 밥이지, 사실 인간의 3대 욕구나 되는 중요한 놈이다. 다이어트 할 때는 이길 수도 없는 식욕 호르몬이 사랑의 호르몬을 못 이긴다니 참 씁쓸하다. 호르몬끼리도 위계질서가 제법 뚜렷한가 보다. 하여튼 그러니까 평소에 누군가를 챙기다가 어느새 본인을 잊어버린 사람은 혼자 먹지 마라. 끼니를 때우듯 먹게 될 거다.

 위에 언급한 친구와 얼마 전 서촌의 호라파를 방문했다. 고요한 호라파만의 분위기도 좋았고 친구 혼자 한 잔만 먹으려던 와인은 친절한 직원분 덕분에 아예 한 병으로 늘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맛있는 요리라 둘이서 네 그릇이나 싹싹 비웠다. 낮술에 웃음을 곁들여 멋진 식사를 했다.

 머리속이 고민으로 꽉 차면, 세상만사가 아웃포커스 되는 듯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럴수록 현실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 걸 아는데도 혼자 있으면 산발하는 생각들을 쉽게 멈출 수 없다.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 오면, 몸도 정신도 잠들어 있는데 걱정들만 깨어있는 기분이 때로는 잔인할 만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밥을 대충 때우면 침범하는 감정들에 머릿속 구석구석을 내주게 된다. 나도 모르게 추측하고 열거되는 최악의 가정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게 된다.

 그런데 분명 음식이 괴로움을 포개는 순간들이 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왜 바닥인 모습만 보일까, 회사 사람 걘 왜그럴까 같은, 날 불행하게 만드는 머릿속 대화들이 별거 아닌 궁금증들로 치환된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걸까. 이 매운맛은 어떤 재료로 낸 걸까? 무슨 후추를 쓰면 이렇게 향이 강해지지? 이건 별로다 등등. 막막하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 이런 하찮은 생각들로 얼마든지 갈아 끼워진다. 후추 한 알보다도 작아 소화 가능한 일상이 된다. 슬픔에 집중하던 시선이 흐트러진다. 날 힘들게 하는 추억들은 멀그스레해진다. 게다가 나도 모르는 새, 상대방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털어두며 마음의 짐도 나눌 수 있다. 혼자 있으면 속으로 맥주와 함께 꾸역꾸역 넘기고 싶은 기억들도, 누군가 함께하는 식사 기억으로 새롭게 빚어진다.

 문득 전 애인이 떠오르면 나에게 전화를 걸어 훌쩍이는 친구에게 하고픈 말을 밥캅스에 녹여보고자 했다. B야, 괴로운 날엔 날 언제든지 불러줘.
(근데 이거 밥상 머리 불만이란 주제는 어디로?)

- J의 글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밥캅스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밥캅스

재미없는 밥상, 너 오늘부터 범인해라

메일리 로고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