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파두부를 정말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맛없는 마파두부조차 좋아할 정도다. 한 때 일주일에 두세 번을 먹었다. 예전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옆에서 항상 "마파두부!"를 외쳐서 어느샌가 나에게는 메뉴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 퇴사할 때 받은 롤링페이퍼에는 여기저기에 마파두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얼굴 취향을 두부와 아랍으로 나눈다는 농담도 있던데, 내 얼굴은 확실히 마파두부다. 진심이다. 예전부터 쭉 말해왔다.
그런 나는 메뉴에서 마파두부를 마주치면 꼭 시키는 '병'에 걸려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서 먹는 마파두부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결국 간짜장만 시키는 사람이 되었다. 게다가 나는 본래 밥이 질척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마파두부 덮밥 대신 마파두부만 먹고 싶은데 그런 메뉴를 혼자서 먹기는 어렵다. 제발 1인분도 팔아주었으면…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마파두부란, 주르륵 흐르거나 찰랑거리기보다는 전분이 많아 걸쭉하고, 파와 다진 고기만 들어간 단순한 질감일 것이다. 고추장, 춘장, 고춧가루 대신 두반장과 첨면장만 사용해 특유의 쿰쿰한 맛이 나는 것이 좋다. 화자오를 듬뿍 넣어 입이 얼얼해지는 맛도 매우 좋아한다. 중국 본토에서 먹었던 것과 도쿄 아카사카의 첸마파두부, 사천반점, 그리고 신바시 미카쿠에서 맛본 것이 내 취향에 가장 가까웠다.
전설과도 같은 일본의 유명 중화 셰프 진 켄이치. 얼마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 분이 남긴 마파두부 레시피가 유튜브에 몇 개 남아 있다. 재료가 소박하냐 화려하냐 (두시, 소흥주, 산묘 등)의 차이일 뿐이지,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더 이상 마파두부 맛집을 찾는 걸 포기하고, 진 켄이치를 내 맘대로 사부로 모셔 사천반점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먼저, 다진 돼지고기를 기름에 볶는다. 처음에 뿌옇던 기름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야 한다. 스승님 말로는 그래야 고기의 누린내를 잡을 수 있다고. 그리고 두반장, 첨면장을 넣고 볶아 자장을 만든다. 이 때 기름이 분리되어 보글보글 끓어야 한다고 스승님(?)께서 덧붙이셨다. 아래 사진 처럼 항상 지키는 법칙이다. 다 만든 자장은 한 켠에 빼둔다.
그리고 나서 깨끗한 팬에 화자오 알갱이 몇 개,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함께 볶는다. 약간의 다진 생강도 좋단다. 이렇게 향이 강한 야채는 뜨거운 기름에 바로 넣으면 향기가 쉽게 날아간다고 하니 약불에 천천히 볶는다. 그 후 만들어 둔 자장과 간장, 설탕 조금, 고춧가루를 넣어 색도 입혀주고 치킨스톡과 물을 넣는다. 보글보글 끓으면 간을 살짝 본다. 양념이 다 되었다면 두부를 넣을 차례다. 스승님은 두부를 소금물에 따로 삶으라고 하지만, 바쁜 나는 그럴 시간이 없다! 얼른 먹고 싶다. 그냥 두부를 바로 넣고 요리를 진행한다.
마저 한 소끔 끓인 후 화자오 가루와 다진 파를 올린다. 불을 끄고 전분물을 넣어 잘 저어준다. 마지막으로 마유와 라유를 뿌려 마무리한다. 싹싹 핥아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마파두부가 완성!
로또가 되면 취미로 마파두부 가게를 하고 싶을 만큼, 마파두부를 좋아하는 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생각나서 먹게되는 지옥의 마파두부. 아마 로또보다 돈 더 벌 만큼 맛있는 레시피니까 꼭 해보시길. 건방진 점은 뚜이부치
- J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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