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 없이 어떻게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죠?"
"냉동도 아닌데 일주일 이상 버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첨가물은 최소화하고 싶은데, 그럼 맛이 변하지 않나요?"
직접 제조하시는 분들이 소비기한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막히는 지점입니다.
물론 방부제를 잔뜩 넣거나 고온으로 오래 가열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그토록 공들인 맛과 식감이 사라지죠. 그렇다고 맛을 위해 이런 과정을 생략한다면 과거처럼 당일 제조 당일 판매 전략을 다시 유지하셔야겠죠.
실제로 제가 경험한 현장에서 양념을 끓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100kg 분량을 전량 폐기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자는 아마 집에서 잡채를 만들 듯 공정을 설계 했던 모양입니다. 대량 생산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따뜻하게 불린 당면과 양념이 만난 뒤, 잡채 소분 대기 시간 동안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양념을 90℃ 이상으로 가열 한 후 사용해서 이슈를 해결하였습니다. 가열이라는 허들을 사용한 것이죠.
맛은 살리고 미생물은 잡는 방법 — 허들 테크놀로지를 알려드립니다.
허들 테크놀로지란,
식품 속 미생물이 넘기 힘든 여러 개의 '장애물(Hurdle)'을 설치하여 저장성을 높이는 복합 보존 기술을 말합니다. 넓게는 미생물 증식뿐 아니라 산화, 효소 변패 등 식품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다양한 요인까지 함께 제어하는 개념으로 확장됩니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으며 화학 첨가물은 적은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여, 고온 처리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약한 여러 허들을 조합해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는 기술이죠.신선하고 영양가 높으며, 화학 첨가물은 적은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여 고온 처리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약 허들을 조합해 식품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장애물 달리기를 떠올려보세요. 높은 장애물 하나보다, 중간 높이의 장애물을 여러 개 두는 편이 선수(미생물)를 훨씬 지치게 만듭니다.
잠깐, 그럼 미생물은 어떤 환경을 좋아할까요?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반대로 해보죠.
1. FATTOM: 미생물이 잘 자라는 환경
FATTOM은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의 약자입니다.
생산자는 이 6가지 중 우리가 제어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Food (먹이): 원재료 자체(단백질, 당 등). 우리는 이 원료를 이용한 간편식을 만들어야 하니 통제하기 가장 어렵습니다. 미생물에 취약한 원료(계란, 유제품 등)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가공처리가 된 원료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 Acidity (산성도): 산성도는 산성, 중성, 염기성의 척도가 되는 수소 이온이 얼마나 있냐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보통 pH로 표시합니다. 중성(pH 6.6~7.5) 환경을 가장 좋아합니다.
- Temperature (온도): 보통의 미생물은 상온 구간(25~35℃)을 가장 좋아합니다. 물론 냉동, 고온을 버티는 미생물도 간혹 존재하긴 합니다.
- Time (시간): 공정, 유통 중에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이 오래 지속될수록 좋아하겠죠. 시간이 지날 수록 미생물은 증식합니다.
- Oxygen (산소): 혐기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생물은 산소를 좋아합니다.
- Moisture (수분):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수분이 많은 환경을 좋아합니다.
허들 테크놀로지의 핵심 원리는 식품의 품질 저하는 최소로 하면서, 자체 환경을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만들어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 지치게 하거나 성장을 멈추게 합니다.
우리는 물리적, 이화학적, 생물학적이라는 세 가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허들의 종류
물리적 허들 (Physical Hurdles)
외부의 환경을 조절해서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렵게 하는 방법이죠.
- 온도 조절: 가열, 냉장, 냉동 등 외부 온도를 조절해 미생물을 일부 소멸시키거나, 증식이 활발한 25~35℃ 구간을 벗어난 환경(5℃ 이하 또는 60℃ 이상)에서 유통하는 방법입니다.
- 포장 기술:밀폐, 진공, 가스치환, 탈산소제·흡습제 동봉, 무균포장 등 산소를 제거하거나, 질소로 바꾸거나, 아예 균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서 포장하는 방법입니다. 단, 배달용 포장용기를 그대로 사용하면 미세한 틈으로 공기가 들어갑니다. 간편식은 반드시 밀폐 포장이어야 합니다.
- 신기술: 초음파, 자외선, 고압, 전기, 방사선 조사 등으로 식품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미생물만 제어하는 방법입니다.
이화학적 허들 (Physico-chemical Hurdles)
식품 자체를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배합비를 조절하거나 원료를 추가하는 방법이죠.
- 산도 조절: 식품 환경을 pH 4.6 이하를 만들기 위해 유기산을 첨가하는 방법입니다. 새콤한 제품이 아니라면 맛에 영향을 주지 않고 pH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수분 활성도 제어: 소금에 절이거나(염장), 당 절임을 하거나(당장), 아예 수분을 날리는(건조) 방법, 동결건조의 방법이 있습니다.
- 천연 보존제: 해당 식품 유형에 사용 가능한 보존제를 배합비에 소량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세척 단계의 오존수, 일부 식용 에탄올(주정), 로즈마리추출물 같은 식물 유래 항균 소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첨가물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소비기한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당일 생산–당일 판매'로 돌아가거나, 더 나쁘게는 변질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천연 유래 보존 소재도 적지 않게 개발되어 있으니,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제품 특성과 유통 환경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시는 쪽이 안전과 품질 모두에 유리합니다.
생물학적 허들 (Biological Hurdles)
유익 미생물을 늘리거나 대사 산물을 활용하여 유해 미생물이 증식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발효식품이 이에 해당되겠죠.
보통 많이 사용하는 제어는 산성도, 수분활성도, 온도입니다. 현실적으로 수분 활성도 측정이 어렵다면, 통제 가능한 온도, 산도, 그리고 산소 차단이나 염도/당도 같은 다른 FATTOM 요인을 조합해 최소 3중 허들을 설계해야 합니다.
| 구분 | 위험 구간 (미생물 증식) | 안전 구간 (허들) |
|---|---|---|
| pH (산성도) | 4.6 ~ 7.0 | 4.6 미만 (가급적 4.0 이하) |
| 수분활성도 (aw) | 0.91 이상 | 0.85 이하 (보존식품은 0.60 이하) |
| 온도 | 25~35℃ | 5℃ 이하 또는 -18℃ 이하 가열 : 63℃ 30분 이상 가열 과 동등 이상의 효력 조건 |
허들 설계 예시
| HMR 식품군 | 주요 허들 조합 | 핵심 통제 요인 |
|---|---|---|
| 양념·소스류 | 가열 살균 + pH 조절 + 냉장·냉동 | 가열 + 산도 |
| 신선 샐러드·나물류 | 세척(오존수·차아염소산) + 저온 + 가스치환 포장 | 초기 균수 + 온도 + 산소 |
| 절임·장아찌류 | 염장·당장 + pH + 저온 | 수분활성도 + 산도 |
| 발효 베이스 반찬 (김치·장류 활용) | 유산균 발효 + 염도 + 저온 | 유익균 우점 + 수분활성도 |
| 건조·분말 제품 | 수분 제거 + 흡습제 동봉 + 차광 포장 | 수분활성도 + 빛·산소 |
3. 실제 사례
사례 1. 전복내장소스의 '3중 방어막' 설계
전복 내장을 이용한 소스 제작을 공장에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전복 내장은 단백질과 영양소가 풍부해 미생물 증식에 매우 취약한 원료입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위생 안전을 위해 미 검증된 원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희 제품 역시 공정 설계 단계에서 이미 가공 및 살균 처리가 완료된 원료를 선택하여 1차적인 안전성을 확보한 뒤, 유통 과정에서의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3중 허들을 추가로 구축했습니다.
- 허들 1 (원료 선별 및 재살균): 1차 살균 공정을 거친 원료를 사용하되, 배합 공정에서 다시 한번 가열 살균을 거쳐 초기 균수를 극소화했습니다.
- 허들 2 (이화학적 제어): 소스 본연의 감칠맛을 해치지 않는 정교한 비율로 유기산을 투입, pH를 4.6 이하로 조정하고 실온에 두고 품질 변화(부풀어 오르는 증상)를 확인했습니다.
- 허들 3 (온도 관리): 최종적으로 영하 18℃ 이하의 냉동 제품으로 운영하여 미생물 증식을 최소화했습니다.
사례 2. 불고기 베이글 샌드위치 공정의 교훈: 미생물이 아니라 산소가 범인
불고기와 들깨 마요소스를 넣은 냉동 베이글 샌드위치 개발 건입니다.
허들 테크놀로지가 미생물 제어에만 쓰이는 건 아닙니다. 산화·산패처럼 품질을 갉아먹는 요인도 같은 원리로 잡아야 하죠. 이 사례는 깔끔하게 해결된 케이스가 아니라, 돌이켜보니 허들 하나가 비어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불고기 + 들깨 마요소스 조합의 냉동 샌드위치를 냉동 보관·유통을 허들로 잡고 출시했습니다. 계획했던 소비 기한에 한참 못 미쳐 풍미 저하와 이취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지방 함량이 높은 소고기와 산패에 취약한 들깨에서 냉동 산화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그 당시 가능한 설비를 사용하여 얇은 비닐로 1차 포장한 뒤 종이 상자에 끼워 출고 했습니다. 냉동 상태이니 미생물 증식은 잡힌다고 보고, 포장은 외관과 단가 위주로 설계한 것이죠.
- 복기
-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 냉동은 미생물 증식은 잡지만, 산소 침투까지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얇은 비닐은 산소 투과도가 높고 종이 상자는 밀폐 기능이 없어, 사실상 '산소 허들'이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 개선 방안 : 산소 차단성이 높은 다층 필름 파우치로 완전 밀봉하고, 가능하다면 질소 치환 포장까지 적용했을 겁니다. 즉 '냉동(온도)' 단일 허들에서 '온도 + 산소 차단'의 2중 허들로 재설계하는 방향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갓 만든 듯한 맛과 안전함의 공존 하는 지속 가능한 간편식입니다.
허들 테크놀로지는 미생물에게는 '넘기 힘든 벽'을 세우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함'을 그대로 전달하는 스마트한 약속입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신선한 샐러드를 먹고, 상온에서도 맛있는 주스를 마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허들' 덕분이죠.
우리 제품의 원료 특성상 어떤 FATTOM 요소를 건드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당신의 제품은 허들이 몇 개입니까?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