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 도와줄 수 없으니 네 의지로 나아져야만 해. 그 말이 너무도 깊은 구석에 박혀버려서.
우울감을 지울 수 있을까. 극단적인 생각을 그만둘 수 있을까.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간혹 이런 방향으로 생각이 흐른다. 그냥 이대로 포기해 버려도 좋을 것 같다고, 무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리는 것처럼 흘러내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더 없어."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는 네가 이겨내야 해."
"네 의지로 충분히 떨쳐낼 수 있잖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왜 무작정 내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보다 성장했으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들조차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혼자 해결해야 하는 걸 안다. 심리적인 일이기에 내 의지로 떨쳐내야 한다는 걸, 남이 섣불리 도와주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방법을 모르고, 여전히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내게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내게 도움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기대받는다. 내가 결국은 이겨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그것을 섞어 내게 토해내는 말. 내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거나 더 깊게 가라앉으면 보내는 책망 어린 시선.
갓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친구 없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평생 쌈을 싸 먹어 본 적 없는 사람은 그렇게 식사하지 못한다.
배워야 안다.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으며, 그렇게 알게 된다 해도 아주 자그마한 일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배울 수 없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그것을 배울 수 없다. 그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탓한다. 다들 이런 우리를 탓한다. 우리의 잘못이 아닌데, 우리의 책임이라 몰아세운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깊숙한 죄책감에 빠져 버둥거린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고 멍하게 누워 있으면 안 된다. 스스로 무기력을 밀어내고 일어서야 한다.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우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우리에게 조금만 더 여유와 안정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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