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Insight

SLL은 왜 상장에 실패했나

4,000억 투자 유치하고 3년 연속 적자 낸 이유

2026.08.04 | 조회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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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SLL 구성원들 앞에서 선언했다. "SLL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의 디즈니가 되는 것."

3년 뒤, 그는 같은 자리에서 사과했다. 중앙홀딩스,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4개사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 JTBC는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자율구조조정) 절차 연장이 승인된 상태이다. (7월 30일 현재)

그런데 SLL은 회생 명단에 없었다.

중앙그룹은 SLL을 통해 무엇을 하려 했는가. 그리고 왜 실패했는가. 지금 SLL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드래곤이 되고 싶었다 — 우리의 염원은 상장

2021년은 K콘텐츠 시장의 정점이었다.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전 세계가 한국 드라마에 주목했고, OTT 플랫폼들은 K콘텐츠에 돈을 쏟아부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7년 상장 이후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으로 글로벌 K드라마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중앙그룹이 원한 건 이것이었다. SLL을 2조 원~2조 4,000억 원 수준 기업으로 키워 스튜디오드래곤처럼 상장시킨다. 프리IPO로 들어온 FI 자금을 상장 차익과 일부 매각대금으로 상환한 뒤, SLL 배당으로 그룹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2017년 11월 24일 상장 첫날 시총 2조 찍은 스튜디오 드래곤. 사진 - 한국거래소
2017년 11월 24일 상장 첫날 시총 2조 찍은 스튜디오 드래곤. 사진 - 한국거래소

이 그림을 위해 두 가지를 했다.

첫째,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3,000억 원, 텐센트로부터 1,000억 원, 총 4,000억 원의 프리IPO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조 2,000억 원으로 평가받았고, 투자자들과는 대략 3년 내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둘째, SLL에 자산을 몰아줬다. 2022년 12월, JTBC가 보유하던 예능·드라마 279개 작품 IP를 433억 원에 SLL로 넘겼다. 제작사인 SLL이 IP를 보유하고 JTBC는 편성·방영에 집중하는, 분리된 구조로의 전환이었다.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을 성공시키려는 그림이었다.

논리는 그럴듯했다. 문제는 실행에서 나왔다.


디지털 소작농의 함정 — 벌어도 돈이 안 되는 구조

드라마 제작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OTT 오리지널 모델과 자체 IP 보유 모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계약에서 제작사는 제작비와 일정 비율의 마진을 보장받지만, IP와 판권, 해외유통권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디지털 소작농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더 궁금하면 뉴스레터 '웹툰 IP가 드라마가 되는 순간, 자산은 넷플릭스 것이 된다'편 참고)

에스엘엘중앙 2025 감사보고서 내 1.

회사의 개요; OTT 등에 방영을 주된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고 있다.
에스엘엘중앙 2025 감사보고서 내 1. 회사의 개요; OTT 등에 방영을 주된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고 있다.

재무제표가 이를 증명한다. SLL의 판권 무형자산을 보면 건설중인자산에서 대체로 올라오고, 상각·손상으로 빠르게 털어내는 패턴이 반복된다.

  에스엘엘중앙 2025 감사보고서 내 15. 무형자산
  에스엘엘중앙 2025 감사보고서 내 15. 무형자산

2025년 판권 계정에서 기초잔액 417억원에 대체로 1,541억원이 유입됐고, 같은 해 상각·손상으로 1,334억원이 비용 처리됐다. 장기 보유 라이브러리를 조금씩 쌓는 대신, 제작비를 선판매·방영으로 회수하면서 회계상 빠르게 비용화하는 패턴에 가깝다. IP 라이브러리가 누적되긴 하지만, 자산으로서 축적 속도는 제한적이다.


전방위 확장의 함정 —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를 선언했지만

SLL은 드라마 제작에 집중하는 대신 전방위 확장을 택했다.

미국 제작사 Wiip를 인수해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드라마·영화·예능 레이블을 공격적으로 M&A했다. 그리고 2024년 말에는 음악 레이블 언코어(구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를 통해 아이돌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JT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젝트7'으로 결성된 클로즈유어아이즈를 첫 아티스트로 내세우며 K팝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SLL중앙의 종속법인인 드라마하우스는 2025년 3월 사명을 언코어(주)로 변경하고, 기존 드라마 제작 중심에서 아이돌 매니지먼트 및 음악 콘텐츠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업종과 체질을 전면 전환했다.
SLL중앙의 종속법인인 드라마하우스는 2025년 3월 사명을 언코어(주)로 변경하고, 기존 드라마 제작 중심에서 아이돌 매니지먼트 및 음악 콘텐츠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업종과 체질을 전면 전환했다.

결과는 어땠는가. SLL은 2021년 영업이익 150억 원을 기록한 SLL은 2022년 602억 원 영업손실, 2023년 516억 원 영업손실, 2024년 312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3년 연속 적자였다. Wiip는 미국 작가·배우 파업 직격탄을 맞았다. 공격적 M&A로 비용이 폭증했다. 매출 규모는 업계 최상위권이었지만, 공격적인 확장과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취약했다.


IPO가 왜 실패했나 — 세 개의 벽

SLL의 IPO 실패에는 세 가지 이유가 겹쳤다.

첫째, 수익성이 없었다. 3년 연속 적자를 낸 회사를 2021년 프리IPO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1조로 시장에 내놓기는 불가능했다.

둘째, 중복상장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콘텐트리중앙이 이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였다. 모회사가 상장한 상태에서 자회사를 추가 상장하는 중복상장 문제가 심사 자체를 막았다.

셋째는 시장이다. 팬데믹 이후 OTT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국내 IPO 시장도 침체되면서 고밸류 콘텐츠 제작사 상장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됐다.

상장 시한은 두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3월 만료됐다.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아레스매니지먼트로부터 3,000억 원을 조달하려 했지만 이것도 무산됐다.

전월대비 2025년 4월 국내 OTT의 MAU가 감소했다.
전월대비 2025년 4월 국내 OTT의 MAU가 감소했다.

그 사이 프랙시스캐피탈은 투자 계약에 포함된 페널티·담보 조항을 적용해 콘텐트리중앙이 보유한 SLL 지분 32%를 추가 담보로 잡았고,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되면서 인수금융 대주단의 권리는 한층 강화됐다. 인수금융 대주단인 신한투자증권·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만기 도래와 담보 확대 이후 SLL 경영권 매각·지분 처분을 옵션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SLL의 기업가치는 1조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매각 대금은 대부분 프랙시스 원리금 상환으로 빠져나간다. 한때 2조 원을 넘볼 것이라는 기대를 받던 회사가, 지금은 매각 대금조차 손에 쥐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SLL의 위기가 SLL 안으로 전이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SLL은 회생 명단에 없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LL은 지금 〈레xx xx〉, 〈왕x xx xx〉 등 보유 콘텐츠 해외 판권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티빙 지분 12.74% 매각도 추진 중이다. IP 제작사가 IP를 팔아 버티는 구조다.

왜일까? 산하 레이블들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모회사의 위기가 자회사로 전이되는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다.


스튜디오슬램 — 실적은 좋은데 현금이 위로 올라가고 있다

스튜디오슬램은 산하 레이블 중 가장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매출 360억, 순이익 54억으로 전년 대비 모두 성장했다.



SLL중앙은 2021년에 이어 2025년 '흑백요리사' 만든 스튜디오슬램의 경영권을 추가 인수했다.
SLL중앙은 2021년에 이어 2025년 '흑백요리사' 만든 스튜디오슬램의 경영권을 추가 인수했다.

그런데 재무제표에서 흥미로운 신호가 잡힌다.

2025년 3월, 스튜디오슬램은 배당금 30억 원을 지급했다. SLL이 스튜디오슬램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으니 약 16억 원이 SLL로 흘러갔다. 시점이 SLL중앙과 콘텐트리중앙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또 하나의 신호가 있다. SLL중앙 향 매출채권이 전기말 2.3억 원에서 당기말 28억 원으로 급증했다. 스튜디오슬램이 SLL에 납품한 금액은 비슷한데, 받을 돈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정황과 부합한다.

스튜디오 슬램 2025년 감사보고서 내 24. 특수관계자거래
스튜디오 슬램 2025년 감사보고서 내 24. 특수관계자거래

"자회사가 못해서 모회사가 어렵다"는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우량 자회사에서 현금을 배당으로 끌어올리고, 대금 지급은 늦추는 구조가 데이터에서 보인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 — 텐트폴 공백을 저마진 외주로 메운 한 해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레이블이다. 2025년 매출은 416억으로 전년 310억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54억에서 5.5억으로 90% 급감했다. 매출총이익률은 25.8%에서 7.5%로 붕괴됐다. 매출이 늘었는데 이익이 무너졌다는 건 고정비 부담이 아니라 매출의 질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 3편, 4편이 모두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 천만(3연속 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 3편, 4편이 모두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 천만(3연속 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매출 구성을 뜯어보면, 흥행 연동 정산매출은 121억에서 24.7억으로 80% 급감한 반면, 진행기준으로 잡히는 제작매출은 185억에서 391억으로 오히려 두 배 넘게 늘었다. 계열사(SLL중앙·에이비오엔터) 대상 매출은 256억에서 139억으로 줄었으니, 늘어난 매출 대부분은 외부 고객사에서 새로 수주한 프로젝트다. 즉 회사는 2025년 텐트폴 흥행 공백을 외부 저마진 제작 물량으로 메웠고, 그 결과 매출은 유지했지만 수익성은 그만큼 희생됐다.

이유는 그룹 자금난이 아니다. 2024년은〈범죄도시〉시리즈가 연달아 두 편 흥행한 해였고, 2025년은 텐트폴 개봉작이 없는 해였다. 관계기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 639억에서 29.6억으로 사실상 소멸한 것도, 비에이엔터와의 내부거래가 123억에서 8.2억으로 급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범죄도시 관련 제작·배급 물량이 없는 해엔 연관 거래도 함께 줄어든다.

회사 자체 재무건전성은 아직 양호하다. 현금은 오히려 늘었고(42억→65억), 부채비율은 개선됐으며(28.5%→23.1%), 차입금은 없다. 감사보고서에도 계속기업 관련 특기사항은 없다.


클라이맥스스튜디오 — 업계 트렌드 직격탄

클라이맥스스튜디오는 〈지옥〉, 〈D.P.〉,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든 레이블이다. 2025년 재무제표가 가장 심각하다.

매출이 182억에서 38억으로 79% 급감했다. 영업이익 27.8억에서 영업손실 27억으로 전환됐다. 완전자본잠식 규모가 1년 만에 47억 원 더 악화돼 -153.8억 원이 됐다. 이연법인세자산을 전혀 인식하지 않았다. 회사 스스로 "미래 과세소득 발생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밝힌 것이다.

원인을 보면 2025년 제작 편수 자체가 급감했다. KOBIS 필모그래피 기준으로 2025년 클라이맥스스튜디오의 신작은 〈콘크리트 마켓〉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 극장/Wavve행이었고, 누적 관객 3만 2천 명에 그쳐 전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384만 명과 비교하면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의 대한민국 총 극장 누적 관객수는 약 3만명이며 이후 OTT(넷플릭스, 웨이브 등)에서 추가 공개되었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의 대한민국 총 극장 누적 관객수는 약 3만명이며 이후 OTT(넷플릭스, 웨이브 등)에서 추가 공개되었다.

제작비(매출원가)도 116억에서 34억으로 급감했다. 한 해 내내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연간 급여 등 고정비 15억 원은 그대로 나가는 상황에서 매출총이익률이 1.2%까지 무너진 건 당연한 결과다.

SLL중앙의 추가 자금 지원도 없었다. 운전자금 차입 한도 50억 원이 한도를 꽉 채운 채로 유지되고 있고, SLL중앙에 대한 채무는 213억에서 237억으로 오히려 늘었다. 신규 현금 투입은 없는데 계열사에 빚만 쌓이는 구조다.

이 회사의 문제는 SLL 그룹 자금난이 원인이라기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한국 콘텐츠 투자 축소 트렌드가 직격탄을 날린 결과에 가깝다. 2024~2025년 사이 글로벌 OTT들의 한국 콘텐츠 신규 편성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면서, 대형 플랫폼 발주에 의존하던 레이블들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Wiip — 파업 끝나고 매출 돌아왔지만 수익성은 아직

Wiip는 SLL이 인수한 미국 제작사다. 〈Mare of Easttown〉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제작진이 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히트 시리즈 〈The Summer I Turned Pretty〉가 대표 프랜차이즈다.

2023년 미국 작가·배우 파업이 Wiip를 직격했다. 2024년 매출은 400만 달러로 사실상 개점휴업 수준이었다. 그런데 판관비는 1,800만 달러가 그대로 나갔다. 작품이 안 나갔는데 인건비·개발비는 계속 소진된 것이다. 그 결과 2024년 영업이익률이 -611.7%라는 극단적 숫자가 나왔다. SLL 그룹 전체 실적에 순수하게 마이너스로 작용한 한 해였다.

2025년엔 달라졌다. 〈The Summer I Turned Pretty〉 시즌3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7월 공개됐다. 시즌마다 대규모 제작비와 납품 매출이 한 번에 잡히는 구조라 매출이 1억 700만 달러로 급반등했다. 영업이익도 사실상 손익분기점(0.1%)까지 회복됐다.



〈The Summer I Turned Pretty〉시즌 3의 첫 두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 7일 만에 누적 시청자 수 2,500만 명을 돌파했다.
〈The Summer I Turned Pretty〉시즌 3의 첫 두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 7일 만에 누적 시청자 수 2,5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당기순손실은 여전히 400만 달러다. 매출원가율(84.9%)이 여전히 높고, 〈Babel〉, 〈Little White Lies〉 등 신규 판권 옵션 취득비와 영업외 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회복됐지만 수익성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다.

Wiip는 SLL의 글로벌 확장 베팅 중 유일하게 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자산이다. 다만 이 회복이 2026년 중앙그룹 법정관리 이후 SLL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언코어 — 다른 방향으로 베팅 중

언코어(구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음악·아이돌 레이블로 사업을 피벗하면서 사명도 바꿨다. JT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젝트7'으로 결성된 클로즈유어아이즈가 첫 아티스트다.

클로즈유어아이즈가 미니 3집 앨범 '블랙아웃(blackout)' 초동 57만장을 기록했다.
클로즈유어아이즈가 미니 3집 앨범 '블랙아웃(blackout)' 초동 57만장을 기록했다.

2025년 매출 286억 중 음악사업매출이 72억으로 신규 발생했다. 드라마 제작 매출 감소는 SLL 수주 감소가 아니라 사업 피벗의 결과다.

그런데 피벗이 아직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당기순손실 64억. 2025년에 유상증자 100억 원으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부채비율은 여전히 515%다. 이 유상증자 없이는 유동성 위기가 더 심각했을 상황이었다.


네 가지 그림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자회사들을 합쳐서 보면 그룹 위기가 단일한 방식으로 전이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스튜디오슬램처럼 실적이 좋은 자회사에서는 배당과 대금 지연을 통해 현금이 위로 올라가고 있다.

클라이맥스스튜디오처럼 OTT 발주 트렌드에 취약한 레이블은 업계 변화로 수주가 끊겼고 모회사의 추가 지원도 멈췄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처럼 프랜차이즈 IP를 가진 레이블은 텐트폴 공백이라는 주기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Wiip처럼 파업 이후 매출이 살아나는 자산도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고,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언코어는 아예 다른 사업으로 피벗 중이지만 수익화까지 갈 길이 멀다.

SLL이 법정관리를 피했다는 사실이 산하 생태계까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리된 법인이 살아남아도 그 안의 생태계까지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구조, 구조 그리고 또 구조

이전 '국경에 막힌 방송국, 국경을 넘는 IP' 뉴스레터에서 소니가 컬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했던 사례는 왜  "방송에서 IP를 분리해야 글로벌 자본이 들어온다"였다. 

분리는 시작이다. 분리 이후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의 구조가 없으면 분리는 의미가 없다.

"목표를 높인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만든 시스템(구조)의 수준으로 떨어질 뿐이다." —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SLL은 분리에 성공했다. 글로벌 자본도 유치했다. IP도 받았다. 그런데 그 IP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대신, 전방위 확장에 자원을 소비했다.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아이돌, 할리우드까지. 수익성보다 규모를 택했다.

IPO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실적이 필요했다. 실적을 내려면 집중이 필요했다. 그런데 집중 대신 확장을 택했다. 이 모순이 3년 연속 적자로 나타났고, 그 적자가 IPO를 막았고, IPO 실패가 그룹 전체를 무너뜨리는 연결고리가 됐다.

그리고 지금, 그 파장은 SLL이라는 법인 하나를 넘어 산하 레이블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분리된 법인이 살아남아도 그 안의 생태계까지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콘텐츠 IP를 자산으로 만들려면 두 가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IP를 분리하는 구조와, 그 IP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 하나만 있으면 절반이다.

구조가 자산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룬 IP 자산화에 대해 더 깊이 다룬 리포트를 bizkit.ai.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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