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독사가 더 이상 노년층이나 저소득 취약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인간관계의 약화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거나 젊은 연령대라 할지라도 사회적 고립에 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독사, 더 이상 노인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례 중 40~50대 중장년층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고독사의 주요 대상이었던 고령층을 넘어, 정규직에서 밀려나거나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중년층이 새로운 위험군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661명에 달했으며, 이 중 50~60대 중장년층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고독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관계 단절, 가족과의 멀어짐, 직장 내 인간관계 부족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고독사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젠 중장년을 넘어 청년에게도 다가온 그림자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고독사가 많지는 않지만, 고독사 사망자 중 다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전체 고독사 중 자살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3.9%인데 반해, 같은 해 20대 고독사 중 자살 비중은 71.7%, 30대도 51.0%나 된다.
지난해 전체 고독사 중 자살 사망자는 14.1%였지만, 20대는 59.5%, 30대는 43.4%에 달했다.
복지부 "2022년과 지난해 모두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돼 자살 예방정책과 연계가 필요함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20·30대가 고독사에 이르는 과정은 취업 실패나 실직과도 연관이 있다.
21년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1세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방에서는 무려 150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발견되어,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구직 활동을 펼쳤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혼자 살면서 극심한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는 사회적 고립의 경고
전문가들은 단순한 복지 지원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를 인식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독사는 단순한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무관심'에서 비롯된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경제적 취약성뿐만 아니라 '관계의 취약성'까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각이다.
고독사는 특정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외롭게 살아가고 있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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