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휴대폰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숫자를 잘못 눌렀습니다.
변명 하자면, 병원 생활 중에는 머리가 맑지가 않았습니다.
별생각 없이 다시 눌렀는데 또 같은 숫자에서 틀렸습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화면을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이상한 건 틀린 숫자가 매번 같았다는 겁니다.
사람에게도 이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했던 실수를 생각해 보면 전혀 새로운 실수보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람을 믿는 방식도 그렇고, 화가 났을 때 하는 말도 그렇고, 무언가를 미루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오면 익숙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뇌는 새로운 길보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고, 같은 행동을 다시 선택하기 쉬워집니다. 자주 걷는 길에 자연스럽게 오솔길이 생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습관은 생각보다 몸에 가깝습니다.
늘 오른손으로 문을 여는 사람에게 갑자기 왼손으로 열어보라고 하면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잠깐 어색합니다. 매일 쓰는 컵의 자리를 바꾸어 놓으면 한동안 빈 곳으로 손이 갑니다.
마음에도 그런 자리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상처받고도 비슷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말을 다시 하고, 매번 후회하면서도 같은 순간에 같은 선택을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안다는 것과 달라지는 것 사이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긴 거리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에야 제대로 누른 비밀번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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