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때 책을 옮기기 위해 내년에 일흔 살이 되는 엄마가 차를 운전해서 도와주셨어요. 오빠네 집에 머물던 엄마가 "걔는 노인한테 뭘 바란다니..."라고 말을 하는데, 서슴없이 스스로를 노인이라 칭하는 엄마가 너무 낯설고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엄마는 대체 언제부터 노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였어? 라고 묻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네요.
내가 중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엄마가 노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네요. 내 기억 속 엄마는 항상 나이 많은 어른이었는데, 다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지난 세월 속 엄마는 항상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보내고 있었네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가슴이 살짝 쓰라렸습니다.
☕ 일단 출근은 했습니다
도서전을 무사히 잘 마무리했습니다. 뭔가 시끌벅적한 잔치가 끝난 뒤의 공허함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해요. 제 체감으로는 도서전을 찾은 관람객 수는 작년과 비슷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다른 부스르 둘러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 부스였던 에트르 출판사의 책을 한 권 샀습니다.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라는 책입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희정 작가님(<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죽음 다음> 등을 쓰셨습니다)이 책덕 부스를 일부러 찾아오셨었다는 이야기에 감동했습니다. (직접 뵙지 못 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주먹밥과 출판>을 최고의 굿즈라며 칭찬해 주셨어요.
혹시 부스에 놀러오셨는데 제가 인사를 못 드렸다면 너무나 죄송합니다. 도서전 직전에 생리와 위경련이 함께 찾아오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거든요. 체력이 꽉 차지 않아서 하루종일 부스를 지킬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선화, 가희, 하영, 영빈, 간재리가 도와준 덕분에 매일 체력을 조금씩 충전하면서 도서전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최대 미션이었던 <이것도 출판이라고> 텀블벅과 서울국제도서전을 어찌어찌 완수했더니 긴장이 많이 풀렸나 봅니다. 요즘 많이 자고 있거든요. 7월에는 잘 먹고 잘 자서 체력을 다시 충전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싶습니다.
🥭 망고 작업실
도서전이 끝나자마자 한 일은... 다용도실을 내놓는 일이었습니다. 좀 갑작스럽지만 저 자신을 지켜야 다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 예산으로는 8월까지만 안정적으로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8월 중순에 새롭게 가게를 이어받을 분을 찾기로 했습니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물건을 하나 하나 정리할 생각을 하니 조금 착잡하기도 하고 작업실 없는 생활이 걱정도 되고 그렇네요. 짐이 너무 많아서 일단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플리마켓을 한 번 열까 싶기도 합니다. 컵이나 문구류도 많고 해서 필요한 사람을 잘 찾아가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속사포처럼 빠르게 흐를 것 같네요.
✨ 책덕의 요술 주머니
아주 가끔 영화 요약 유튜브를 봅니다. 다른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에 그런 날에 찾은 한 채널이 있었어요. 비디오키드라는 이름의 채널이었죠. 영화 유튜버들과 비슷하게 조근조근한 남성 목소리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요. 소개하는 영화가 굉장히 오래되었거나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초반에 비디오키드 타이틀이 굉장히 옛스러워서 그 뭔가 시간여행하는 듯한 무드가 마음에 파고드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릴러나 기묘한 미스테리물도 꽤 있어서 더 좋아했죠.
그렇게 채널에 올라온 영화를 거의 다 보고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또 생각이 나는 거예요. 아직도 영화가 올라오나? 하고 검색을 했는데 채널이 없어졌더라구요. 그런데 뭔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의 채널이 하나 있었어요. 이름은 무비키. 그 사람 같다는 촉이 와서 클릭해보니 역시 맞더라구요. 혹시 숏폼은 너무 짧고 롱폼은 너무 길게 느껴졌다면(?) 찍먹해 보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북토크 소식과 프린지 공연 소식을 좀 더 구체화해서 들려드릴게요.
더위에 지치지 않게 조심하시고 물 많이 마시고 스스로 잘 돌보면서 또 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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