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무분별한 정보로부터 대뇌피질을 보호하다
시상(thalamus)은 외부세계로부터 수집한 감각정보와 운동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달걀모양의 구조입니다. 이곳은 일종의 정보가 모이는 공항검색대 같은 곳으로 밀려들어오는 정보들 중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서 대뇌피질에 보내게 됩니다.
만약 시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대뇌피질은 온갖 정보를 처리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커지고 급기야 뇌피로와 같은 상태에 빠질 수도 있게 되겠죠!
오늘은 의식, 각성, 수면 조절과 관련 깊은 수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불안하고 예민한 사람들, ADHD에 관심 있는 분들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미지 속 원에 위치한 타원형의 작은 구조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시상입니다. 시상은 편도체, 해마, 시상하부와 더불어 변연계라 불리는 중요한 구조물 속의 기관 중 하나인데, 다른 기관들에 비해 비교적 덜 유명한 곳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지각'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후각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각정보를 감찰하여서 대뇌피질로 통과시키는 게이트 역할을 합니다. 둥글고 작은 기관에는 미각, 촉각, 청각,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전문화된 시상핵이 있어서 대뇌피질의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감각피질 영역 등에 정보를 전송하게 됩니다.
우리가 처음 가본 낯선 도시 한가운데 서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런 상황에서 시상은 낯선 도시 한가운데서 우리가 무엇에 집중을 할 지 결정해줍니다. 빵빵 거리는 자동차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아 도로 표지판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불안을 억제하면서 침착하게 다음 행선지의 방향을 선택, 결정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하지요.
이것이 바로 시상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만약 시상이 과잉활성되어 외부의 정보를 닥치는대로 대뇌피질에 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상의 과잉활성에 따른 문제들
우선 빵빵 거리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달리는 자동차들이 마치 내게로 달려들 듯 공격적으로 느껴지고 도시의 풍경들은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을 주면서 위협하듯 다가옵니다.
뿐만 아니라 내 앞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되고, 다음 행선지를 위해 도로 표지판을 살펴보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온몸과 마음이 긴장된 나머지 내가 지금 이곳에 왜 왔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밀려들어오는 정보를 시상이 제대로 스크리닝해서 전달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일입니다.
시상이 정보의 게이트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정보를 대뇌피질로 떠넘길 때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대뇌피질의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등이 일제히 과활성 되는 것이죠.
말하자면 뇌가 밀려오는 일처리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은 한명인데, 수십명의 악성 민원인들이 창구에 들이닥쳐서 서로 자기 민원을 먼저 처리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필시 담당자는 패닉에 빠져버리게 되겠죠.
이처럼 시상의 과활성에 의한 정보 과잉전달은 그 사람의 과거 경험, 삶의 패턴 등과 연결되면서 현상황에 대한 과장과 왜곡을 낳게 되고 여러가지 정서적, 인지적 문제들을 야기하게 되는데요. 제 스레드에는 특히 두정엽이 과활성되면 생겨나는 일들에 대해 여러번 소개한 바 있습니다.
밀려들어오는 정보의 과잉처리로 인한 두정엽 과활성의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불안, 긴장, 예민 그리고 불면입니다. 이는 특히 요즘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고민감성 개인(HSP, Highly Sensitive Person)'의 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요.
HSP는 심리성격학에서 설명하는 하나의 기질 유형으로, Elaine Aron이 처음 개념화했습니다. 이는 의학적 장애가 아니라 타고난 신경계의 민감성을 반영하는 심리적 특성입니다. HSP는 감각적, 정서적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깊은 정보 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두정엽 과활성과 1:1로 연결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시상이 정보를 선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HS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외부 자극을 더 민감하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습니다.
Elaine Aron은 고민감성 개인 HSP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ADHD와 시상
HSP의 특성을 살펴보면 신체적 감각에 민감하고 생각이 많으며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정서적 민감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감각 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시상의 정보 필터링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즉, 시상이 외부 정보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HS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불안, 신체적 긴장감과 더불어 수면장애나 불면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시상의 균형 잡힌 역할이 불필요한 과부하를 줄이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상의 과잉활성은 두정엽뿐 아니라 전전두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ADHD인데요. 알려져 있다시피 ADHD는 과잉 충동과 산만함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장애입니다.
시상에서의 무분별한 운동정보는 대뇌피질 중앙의 운동정보 영역의 과잉활성에 영향을 미쳐, 과잉 운동충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요 맥락에 해당하지 않는 주변 정보들까지 대뇌피질로 전달되다 보니 하나의 정보에 주의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때 우리는 침착하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산만한 정신상태에 놓이게 되지요. 고요하고 차분한 의식 상태, 평온하고 침착한 정서 이 모두가 안정된 시상의 기능과 관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시상의 건강한 기능은 우리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상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우리는 외부 자극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주의력을 조절하며, 불필요한 정보로 인해 피로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상이 과활성화되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불안, 주의력 결핍, 과잉각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시상의 건강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상은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시상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각 정보의 선별이 어려워지고, 이는 집중력 저하 및 정서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명상과 호흡 조절 훈련은 시상의 안정적인 기능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명상은 감각 과부하를 줄이고, 주의력을 한곳에 집중시키며, 신체적 이완을 유도하여 시상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폐안 명상은 이완과 안정감을 증가시키고, 개안 명상은 집중력 향상에 기여하여 균형 잡힌 신경 활동을 유지하는 데 유용합니다.
세 번째로, 신체 활동과 규칙적인 운동은 시상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뇌 혈류를 촉진하고, 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춰주며, 과잉 각성 상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시상의 신경 회로를 조절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서적 안정을 돕습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식습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정 영양소, 특히 마그네슘,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B군 등은 신경계 기능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는 시상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적으로, 시상은 감각 정보의 선별과 전달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서적 안정과 주의력 조절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시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 습관을 개선하고, 명상과 호흡 조절을 실천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실천함으로써 더욱 평온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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