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Alex
지난주 구미에 다녀왔습니다.
방산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님과 커피챗이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 온 회사이고, 한 해 매출은 300억 원 남짓 됩니다.
대표님은 용접공 출신입니다. 용접기 하나 들고 혼자 시작한 일이 지금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두 시간을 조금 넘겼습니다. 배운 것이 많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짧은 문답 하나였습니다.
"다시 돌아가신다면 어떤 사업을 하시겠어요?"
대표님은 바로 답했습니다.
"김밥천국. 내가 김밥을 좋아해."
웃음이 났습니다. 30년 동안 방산 부품을 만들어 온 분의 대답이 김밥이라니요. 그런데 대표님은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람은 무조건 자기 걸 해야 돼."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대표님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정하고, 그 결과를 내가 떠안는 것. 한마디로 하면 자율성이었습니다.
김밥이든 방산 부품이든 상관없었던 겁니다. 30년을 버텨 온 힘도 아마 거기서 나왔을 겁니다.
그날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30년을 몰두할 수 있을까.
오늘의 글은 그 질문을 한동안 붙들고 있다가 발견한, 작은 지침서입니다.
비슷한 질문 앞에 서 계신 분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픽!
- 핑크는 내적 동기가 생기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율성, 숙련, 목적.
- 이키가이는 흔히 자신의 열정을 좇을 때 뒤따르는 성취감과 충만감을 뜻한다. 이키가이를 느끼게 하는 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를 저절로, 기꺼이 하는 일로 받아들인다.
- 이런 회사들은 'Why'에서 시작한다. 명확하고 단순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지키려는 가치, 설령 매출이나 수익에 손해를 보더라도 결코 행동으로 저버리지 않을 무언가다.
- 우리 스스로 충만함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사람들을 더 잘 도울 수 있다.
에세이
본 아티클은 <Finding Fulfillment>의 내용을 번역 및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무엇이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가?
기업의 관리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질문을 던진다. 대규모 퇴사 사태를 겪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기가 충분히 생기면, 혹은 충분히 사라지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떠난다.
깨어 있는 리더들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동기를 찾는 사람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그 일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만큼 본인에게도 보람이 된다. 자본주의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겉으로는 흔들림 없어 보이는 리더들도 남몰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거머쥔 뒤 남은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지 정하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소개할 프레임워크는 10년 전 내가 이 질문에 답하려고 직접 만든 것이다. 당시 나는 직접 창업한 회사(지금은 유니콘 기업이 됐다)의 CEO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결심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지금도 내가 쓰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먼저 이 주제를 다룬 가장 뛰어난 선행 연구부터 짚어 보자.
1. 핑크의 동기 이론
대니얼 핑크는 '당근과 채찍'으로는 대부분의 사람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실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에서는 당근과 채찍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까지 입증됐다.
외적 보상은 개인이 아닌 조직을 위해 설계된다. 사람들은 그런 보상보다 진정한 자기 충만함에서 우러나오는 내적 동기로 움직이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대우받아 마땅하다.
과학이 뒷받침하는 이 통찰은 내 경험과도 맞아떨어진다. 최고의 인재는 일에서 충만함을 얻지 못하면 굳이 참고 남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그렇게 해야만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키워 갈 조직이 만들어진다.
핑크는 내적 동기가 생기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자율성(Autonomy)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할 때 보람을 느낀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융통성 없는 근무 조건, 상명하복 구조는 그 반대 사례다. 좋은 사례로는 스스로 굴러가는 스크럼 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근무 방식이 있다. 결과물의 내용과 만드는 방법을 일일이 지시하는 대신, 최종 결과물이 도달해야 할 목표에만 합의하는 방식도 여기에 속한다.
2) 숙련(Mastery)
뛰어난 사람은 뛰어난 일을 할 기회를 원한다.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길 원한다. 전문가는 자기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때 즐겁다. 열정과 재능을 갖춘 신입은 배우고 성장할 때 즐겁다.
3) 목적(Purpose)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NASA를 방문해 한 청소부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널리 알려진 일화다. 비단 Z세대만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속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숭고한 대의일 수도 있고, 거창하진 않아도 손에 잡히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서비스 조직이 그러하듯, 누군가가 하려는 일을 진심으로 돕는 것도 그중 하나다.
다른 연구들도 이런 생각에 힘을 보태고 논의를 한층 넓혀 왔다.
하지만 핑크의 질문인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에서 나의 질문인 '무엇이 삶을 충만하게 하는가?'로 넘어가려면, 적어도 하나의 핵심 요소가 더 있어야 한다.
바로 즐거움(Joy)이다.
2. 生き甲斐(이키가이): 살아갈 이유
일본인들은 수천 년 동안 한 가지 기예를 갈고닦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들을 우러러봤다.
이른바 '장인 기질(職人気質, 쇼쿠닌 기시쓰)'을 지닌 이들이다.
저마다 자기 일에 온 마음을 쏟는다면, 사무라이와 꽃꽂이 장인의 가치는 다르지 않고 요리사와 청소부의 위상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솜씨만으로는 쇼쿠닌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다. 나머지 절반은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사려 깊고 의식적으로 힘을 보태는 데서 채워진다.
이는 '숙련'이면서 동시에 '목적'이다.
일본인들은 핑크가 말한 세 요소 가운데 두 가지를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떠받들어 온 셈이다.
이만큼 오래된 개념이면서 1960년대에 와서야 정식 이름을 얻은 것이 있다.
바로 生き甲斐(이키가이), 사람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는 힘이다.
이키가이는 흔히 자신의 열정을 좇을 때 뒤따르는 성취감과 충만감을 뜻한다. 이키가이를 느끼게 하는 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를 저절로, 기꺼이 하는 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키가이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각자의 내면에 달려 있다.
이키가이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목적이라는 두 개념 모두에 한층 깊은 결을 더한다. 우리에겐 목적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어도 좋고, 증조부모가 되는 일이어도 좋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더 나아가 한 사람에게 꼭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더 높은 목적이다.
때로는 단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다. WPGraphQL 창업자 제이슨 발(Jason Bahl)과 슬랙에서 우연히 주고받은 대화가 그랬다.

'더 높은 목적'이라는 말에 회의론자는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개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용병형 리더, 심지어 권위주의적인 리더에게도 쓸모가 있다.
3. 사이넥: 'Why'에서 시작하라
사이먼 사이넥은 왜 어떤 조직에는 열광적인 팬이 생기는지 궁금했다.
여기서 말하는 팬은 그저 고객이나 직원, 제품을 좋아해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회사를 곧 자신으로 여기고, 회사의 브랜드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삼는 사람들이다.
경쟁사가 객관적으로 더 나은 제품을 내놓아도 이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기능과 가격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입사하는 사람도 많다. 덕분에 이직률은 낮고 생산성은 높다. 사업의 모든 면이 단단해진다.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사이넥의 답은 한마디로 이렇다.
이런 회사들은 'Why'에서 시작한다. 명확하고 단순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지키려는 가치, 설령 매출이나 수익에 손해를 보더라도 결코 행동으로 저버리지 않을 무언가다.
그것은 '더 높은 목적'일 수 있다. 지구를 구하겠다는 파타고니아의 굳건한 사명, 인류를 여러 행성에 사는 종으로 만들겠다는 스페이스X의 사명, 말라리아를 뿌리 뽑아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겠다는 게이츠 재단의 프로젝트가 그렇다.
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데 꼭 거창하거나 성스러운 목표가 필요한 건 아니다. 사이넥이 즐겨 드는 예가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 예술가, 또는 그렇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자기 정체성을 정확히 건드린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는 예술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세일즈포스의 ‘1-1-1 모델’(자본·제품·직원 시간의 1%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과 WP엔진의 ‘Engine for Good’(자신들이 기반을 둔 오픈소스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수익을 되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둘 다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에 사려 깊고 체계적으로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며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랙스페이스의 ‘광적인 지원(Fanatical Support, 고객의 기술 문제를 자기 일처럼 끝까지 해결해 주는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철학)’도 좋은 예다. 전통적으로 고객 서비스는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는 비용 부서였다. 랙스페이스는 이를 남을 돕는 영예로운 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러지 않았다면 차별화할 거리가 없었을 기술 시장에서, 고객 서비스를 독보적인 결정적 경쟁력으로 탈바꿈시켰다.
돈을 투자한 사람은 수익을 바란다. 마음을 투자한 사람은 기여하기를 바란다.
-사이먼 사이넥
이 회사들은 모두 X세대 이상이 세웠고, 지금도 그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니 더 높은 목적을 바라는 건 'Z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젊은 세대가 평균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더 자주, 더 진지하게 하는 건 사실이다. 어찌 됐든 가장 참신한 인재이자 미래의 세상을 이끌 리더는 Z세대다. 그러니 '대의' 같은 말이 와닿지 않는 리더라도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더 높은 목적은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훨씬 쓸모 있다.
사이넥의 통찰은 핑크가 말한 세 요소 중 '목적'에 힘을 싣고 그 의미를 더 또렷하게 해 준다. 사이넥은 조직을 향한 열광과 충성심을 분석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4. 코언의 밴 다이어그램과 함정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권한이 있고(자율성), 자신의 기술과 전문성을 살리고 있으며(숙련), 어떤 대의 속에서 맡은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목적/Why), 매일매일이 싫을 수 있다.
만족감(이키가이)만으로는 부족하다.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오히려 흔하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자.
창업 6년 차, 그녀는 문득 깨닫는다. 자신도 모르는 새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완전히 탈진했고,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필름이 끊겨야 잠이 온다"며 술을 과하게 마시지만, 진짜 이유는 불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여기서 일하지 않는다면 오늘 하루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월마트나 창밖 공사 현장, 혹은 마트에서 봉투 담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져든다. 스트레스라곤 전혀 없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엔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아내가 알면 안 되니까) 펑펑 울었다.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속이 후련했다. 딱 한 시간 동안만.
-익명의 창업자
8년 전, 나는 WP엔진에서 이런 번아웃을 피할 방법을 찾으려고 나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특히 자존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를 위해서였다.
자존심은 "CEO가 최고지"라고 속삭인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자가 CEO를 맡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외친다. 그러니 CEO 자리가 불행의 원인이라 해도, 내가 WP엔진에서 그랬듯 그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자존심을 설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핵심은 이렇다. 다음 세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둘만 갖추면 각각 저마다의 함정에 빠진다.

1) 즐거움(Joy)
그 일이 정말 좋다. 하루 종일 붙들고 있다 보면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다. 긴 하루를 그 일로 꼬박 보내고도 여전히 더 하고 싶다.
2) 기술(Skill)
그 일을 기막히게 잘한다. 결과물이 워낙 뛰어나 스스로도 뿌듯하다. 결과물이 단연 돋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알아본다. 당신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타고났네"라고 말한다.
3) 필요(Need)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 세 가지 안에 든다. 이 일을 잘 해내면 전략의 핵심이 성공한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휘청인다.
셋 중 둘만 있고 하나가 빠지면, 뚜렷하게 정의할 수 있으면서도 흔히 빠지는 함정이 생긴다.
이 함정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함정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오히려 기분이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함정 1: 즐거움 + 기술 − 필요 = 쓸모없는 몰입
즐거움과 기술이 겹치는 곳이 이른바 '무아지경', 곧 몰입(Flow)이다. 근사한 일이다. 회사에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몰입은 중독성이 있고 실제로 '재충전'도 되지만,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말한 번아웃 창업자가 이 함정에 빠졌다고 해 보자. 당신이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대놓고 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 마음이 있는 사람도, 그럴 처지인 사람도 없다.
그래서 당신은 그 편안한 자리에 계속 머문다. 전형적인 예가 기술 창업자다. 영업을 뛰고, 웹사이트를 고치고, 회계를 챙기고, 다음 핵심 인재를 뽑아야 할 때 코드만 붙들고 있다.
함정 2: 즐거움 + 필요 − 기술 = 욕심이 부른 실패
회사가 광고를 시작해야 한다. 애드워즈(구글 애즈의 옛 이름)는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지만 늘 해 보고 싶었다.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나중에 담당자를 뽑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그 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사람을 뽑고 관리하겠는가? 그래서 애드워즈 캠페인을 직접 만든다. 마케팅도 애드워즈도 서툴다 보니 석 달을 날린다. 심지어 "애드워즈는 효과가 없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내가 뭘 하는지도 몰랐다"고 인정하는 것보다 그편이 쉬우니까. 회사가 그토록 광고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면, 당신은 '한번 해 보고 싶은' 욕심을 채우느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셈이다.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한 채 몇 달이 흘러갔으니 말이다. 그러고는 이제야 담당자를 뽑을 수 있겠다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석 달 동안 헤맨 덕에 무슨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창업자에게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렇게 욕심은 계속되고, 회사는 그만큼 더 뒤처진다.
함정 3: 기술 + 필요 − 즐거움 = 번아웃
전형적인 번아웃이다. 하루 종일 그 일을 하고 나면 기운이 솟기는커녕 진이 빠지고 녹초가 된다. 회사에 필요하니까 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잘하니까 한다.
그 일이 싫으면서도 남에게 넘기기보다 직접 떠안는다. '동료들을 고된 일에서 지켜 주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그들이 나만큼 잘하지 못할 거라 믿어서일 수도 있고, 사람을 뽑을 여력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회사에 필요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으니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당신이 보기에도, 팀이 보기에도. 하지만 싫은 일을 하다 보니 원망이 쌓이고, 결국 더는 버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무너진다.
거의 10년 전, 나는 이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직접 써먹었다. 내가 세운 회사에서 CEO를 내려놓고 CTO로 자리를 옮기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새 CEO와 나 모두 각자의 벤 다이어그램 한가운데서 일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우리 회사를 거쳐 간 수천 명이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두 사람에게도, 회사의 성공에도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지금 이 회사는 유니콘 기업이자 텍사스주 오스틴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이 프레임워크는 핑크의 모델을 대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잘 맞물린다. 핑크의 모델에 없던 '즐거움'을 채우고, '숙련'은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한층 힘을 싣는다. 다만 '자율성'은 빠져 있다. 아마 창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자는 애초에 자율성을 쥔 사람이다. 때로는 그 자율성이 독이 될 만큼. '필요'는 '목적'보다 좀 더 실무적인 개념으로, 결국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권하는 방법은 이렇다.
'Why에서 시작하라'나 이키가이가 말하는 더 높은 목적을 찾아라. 그리고 세 원이 겹치는 한가운데서 그 목적 안의 당신 몫을 해내라.
다른 사람들이 충만함을 누릴 수 있는 일터를 의식적으로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세상을 꽤 바꾸고 있다. 무엇이 다른 사람을 충만하게 하는지 알아낼 만큼 그들에게 마음을 쓴다면, 그 충만함이 현실이 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충만함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사람들을 더 잘 도울 수 있다.
당신의 여정에 행운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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