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에게 나한테 편지를 쓰라고 하세요. 하지만 글씨체나 철자법, 문체 등을 그 애 마음대로 쓰도록 내버려두세요. 난 그 애의 순진함과 서투른 글씨가 좋아요. 그리고 난 내 아들이 편지 쓰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생각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조르주 상드(George Sand), 쥘 부쿠아랑에게 보낸 편지, 1831년 2월 12일. 위게트 부샤르도, 『조르즈 상드: 달과 나막신』, 바다저작권 번역실 옮김, 동화출판공사, 1991에서 재인용.

"제 것은 가장 늦게 보내 주세요."
"천천히 보내 주셔도 괜찮아요. 건강이 제일이니 무리하지 마세요, 소피!"
처음 일을 시작한 스태프들을 가장 당황하게 하는 건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고객분들이 보내주시는 이런 문자입니다. 특히, 프로모션이나 샘플 세일을 진행할 때에 유난히 이렇게 따뜻한 말씀을 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자정에 주문한 물건을 새벽에 배달받을 수 있는 도시 서울에서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스태프들은 거의 언제나 이런 반응입니다.
“이분들 왜 이러시는 거죠? 서로 아는 사이들은 아니실 텐데요.”
뭐, 사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으니 여유 있게 주문해 달라는 사전 안내를 특별히 하는 것도 아니고, 느린 호흡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로 어필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브랜드가 태어나고 성장해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창립자의 손을 떠나 세상과 직접 만나며 독자적인 서사와 의미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이런 현상은 제가 의도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오랫동안 오직 문자와 전화만으로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효율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최소한의 스킨십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내가 만드는 물건이 어떤 사람에게 가는지 알고 싶었고, 모든 제품이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자 사람이 사는 물건이라는 것을 서로 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 그리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브랜드의 규모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번거로운 방식이 되겠지만, 그래도 고객분들과 가능한 한 직접 소통하겠다는 선택을 한 건 돌아보면 처음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게스트하우스의 응접실에 마련한 프라이빗 쇼룸을 예약제로 운영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생각에 늘 두근거렸고, 계절의 정취와 그날의 감흥을 담아 매일 새로운 향으로 쇼룸을 단장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찾아와 주신 분들과의 이야기는 자주 길어졌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하나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양한 국적의 투숙객들이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와인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밤을 잊은 대화를 이어간 기억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 시절에 만나 수토메 아포테케리 최초의 고객이 되어 주신 분들의 얼굴, 그리고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를 여전히 선명한 장면들로 기억합니다. 그렇기에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의 마음을 오늘의 방식으로 지켜 나가려 하는 것인지도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일상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향 잘 받았습니다. 담아 주신 이야기도 함께 생각하며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수토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고객분들은 주문을 계기로 안부를 묻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프로모션이나 샘플 세일 등이 있을 때면 하루에 백 분 이상의 고객님들과 문자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분명 제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 분 한 분께 보낼 답장을 쓰는 시간은 제가 어떤 마음에 기대어 이 일을 해 왔는지를 잊지 않게 하고, 저에게 보내주시는 과분한 애정과 신뢰에 대한 고마움에 무뎌지지 않게 해 줍니다.
며칠 전, 오랜 고객님 한 분과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묻다가 새삼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제가 이분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요. 우리는 향을 매개로 함께 소중히 지켜 온 아날로그 세상에서 14년째 펜팔 중이었던 것입니다.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사람들 사이에 이토록 긴 세월 이어지는 마음을, 도대체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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