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향사의 집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향을 다루는 사람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제품들도 많이 알고 있겠지, 하며 기대 섞인 짐작을 하시곤 합니다.하지만 의외로 저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어떤 냄새도 코를 자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코가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거든요. 그리고 작업실 냄새만큼은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금 막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다시 출근한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수토메 아포테케리와 결이 전혀 다른 향조를 가진 제품을 현관에 두기도 합니다. 냄새란 그런 거거잖아요. 공간이 바뀌었다는 걸 눈으로 인식하는 것만큼이나 강렬히 실감하게 해 주는 것. 물론 몇 번의 숨이면 금세 무뎌지지만요.
그러고 보니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급하게 내놓은 예전 집이 단 하루만에 다음 세입자를 찾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비롯한 여러 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최대한 빨리 들어올 사람을 찾지 못 하면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는데, 하필 그 무렵 제가 살던 집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매물들이 평소보다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집을 내놓은 지 하루만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오직 ‘향기’였습니다.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당시 저는 한 달 가까이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일 만큼의 향기가 집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부동산 중개인이 보내온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표정이 밝아지시더니, 침실의 문을 연 순간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곳에서는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네요!‘라면서 계약을 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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