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읽는 시간

꽉 막힌 출근길 도로, 자꾸 시간을 확인하는 이유

우리는 왜 불안할 때 마음을 놓지 못할까?

2026.10.02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언어를 사유하는 시간, 〈단어를 읽는 시간〉입니다.

 

오늘 출근 잘하셨나요?

저는 오늘 출근길부터 마음이 꽤 조급했습니다. 평소보다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이러다 지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거든요.

이미 막힌 도로 위에서 제가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는데도 자꾸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몇 분 지났나 보고 다시 끄고, 조금 있다 또 켜 보고. 시간을 확인한다고 버스가 빨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생각해 보면 불안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러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 주어도 쉽게 안심되지 않고요.

 

그렇다면 불안할 때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걱정이나 두려움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국 뉴먼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시인이자 작가 데이비드 화이트는 ‘불안’을 조금 다르게 바라봅니다.

오늘 〈단어를 읽는 시간〉에서는 그의 시선을 따라 ‘불안’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첨부 이미지

ANXIETY 불안

불안은 우리 몸, 그리고 그 몸을 품은 세상이 안겨 주는 위로와 보살핌을 거부하는 마음이다.


불안은 무엇일까?

불안은 우리가 멈춰서 직시하기를 거부할 때 진실이 쓰는 가면이다. 불안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대신 그저 걱정으로 해결하려 들 때 느끼는 공허 상태다. 불안은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일시적인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늘 곁에 있는 경우 우리를 감옥에 굳게 가두어 버린다. (p19)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불안을 '일시적인 불안'과 '상시적인 불안'으로 구분합니다.

일시적인 불안은 유용하다. 아직 완벽히 답이 나오지 않거나 실행되지 않은 일들을 파악하고 헤아리게 하고, 이를 통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에 마음을 써야 하는지 알게 한다.
반면 상시적인 불안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갇혀 버림으로써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절뚝발이로 만든다.
불안은 실은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근심 걱정을 주의 집중으로 착각하는 상태다. 걱정하는 대상에 더 깊이 들어가기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불안이다. (p 20~21)


왜 불안을 놓지 못할까?

불안한 상태에서 나는 이해를 원치 않는다. 그저 걱정하고 싶을 뿐이다. 걱정을 하다 보면 세상만사가 불안한 내 몸의 좁은 구멍으로 쥐어짜 나오는 듯 느껴지면서 몸이 떨리고 수축된다. 수축된 그 몸 안에 숨어 버린 채 부산하게 이 일에서 저 일로 옮겨 다니지만 절대로 온전히 내려앉지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내 몸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할 시간을 내지도 못한다.
길을 잃어버린 나에게 불안은 세상이 안겨 주었던, 안겨 주고 있거나 안겨 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하게 자비로운 길로 여겨진다. (p 22~23)

그는 불안을 '자기 보호'인 동시에 가장 깊숙한 '취약성의 징표'라고 이야기합니다.

불안은 자기 보호인 동시에 가장 깊숙한 취약성의 확실한 징표다. 두 가지는 늘 함께 나타난다. 
걱정과 불안은 마음을 분주함으로 포장해 자신이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 변화를 이루려는 바람이 얼마나 큰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무력감이 일어나는지 등을 진정 깊이 있게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탄의 고통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불안이 일시적인 친구이자 일상의 구원자라고 여긴다.  (p 23)


불안할수록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는 불안이 오히려 위로와 보살핌을 거부한다고 말합니다.

불안은 우리 몸, 그리고 그 몸을 품은 세상이 안겨 주는 위로와 보살핌을 거부하는 마음이다.
불안은 우리가 현실에, 남이나 자신에 의해 곧 상처 입을 것이라고, 완전히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감을 높이 유지하느라 우리 몸은 힘을 소모한다.
불안은 떨쳐 내기 어렵다. 불안에 대한 답은 불안이 늘 거부하는 휴식에 있기 때문이다. 휴식은 경계를 내려놓는 것이자 최후까지 막아 내야만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무언가를 막지 않는 것이다. (p 20)

그리고 불안은 새로운 이해에 필요한 시간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해를 얻는 데 필요한 멈춤과 휴식, 넉넉한 침묵의 능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p 22)


그렇다면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한 데서 시작합니다.

불안의 치유법은 급격한 단순화다. 거의 언제나 그렇다.
단순화는 영원함이라는 매우 물리적이고 평온한 경험을 서서히 열어 준다. 때로는 그저 지나가게 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는 깨달음이 단순화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배우게 되는 것은 걱정을 아예 놓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주의 집중의 방법으로서 걱정이 필요한 짧은 시간 동안만 의식적인 걱정을 하는 것이다.
짧게, 의식적으로 걱정함으로써 대상이 제대로, 적절히 존재하도록 하는 것은 공허한 불안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p 26)

걱정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걱정하고, 때로는 그저 지나가게 두는 것.
그리고 그 단순화는 우리가 매 순간 반복하고 있는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명상과 마음 챙김의 어느 전통을 보든 최대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이어 편안히 세상으로 다시 내보내는 단순한 방법이 자유로 가는 길이라 말한다.
들숨과 날숨, 힘들이지 않고 걱정 없이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그 행동은 불안을 즉각 떨쳐 내 준다.불안에서 벗어나는 능력은 가장 단순한 일을 잘 해내는, 호흡하면서 그 호흡으로 편안히 살게 되는 능력 안에 있다. (p 27)

불안은 저절로 치유될 수 없다. 그 치유는 진정한 휴식에서만 나온다. (p 28)


오늘은 데이비드 화이트의 시선을 따라 ‘불안’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들여다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불안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나요?
그럴 때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밀어내고 있나요?

 

바로 답을 내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이 질문에 잠시 머물러 보세요.
다음 〈단어를 읽는 시간〉에는 또 다른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위 뉴스레터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Ⅱ》에서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로만

빠르게 읽고 지나치는 하루에, 사유의 시간을 건넵니다.

뉴스레터 문의roman@maily.so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