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읽는 시간

과대 평가되고 있는 지금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야 할까?

2026.10.21
from.
가톨릭출판사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언어를 사유하는 시간, 〈단어를 읽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때 이런 말을 듣곤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죠.

 

저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지 않고 오롯이 현재에만 머무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오래전의 실수를 생각하며 후회하기도 합니다. 또 주말에 있을 약속을 기대하거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걱정하기도 하죠.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자연스럽게 함께합니다.

 

데이비드 화이트 역시 ‘지금’은 과거와 미래에서 분리된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그 모든 시간이 함께하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단어를 읽는 시간〉에서는 그의 이야기에 따라 ‘지금’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첨부 이미지

NOW 지금

‘지금’은 놀라웠던 과거나 꿈같은 미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말의 함정

우리는 흔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생각에 조금 다른 시선을 제시합니다.

‘지금’은 현재 과대평가되고 있다. (p 207)

그는 우리가 ‘지금’이라는 순간에 지나치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지금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는 조언이 마치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처럼 여겨지는 태도를 비판하죠.

지금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12분 30초 전에 온전히 살아야 했다는 말만큼이나 웃기다. (p 208)

생각해 보면 우리는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조차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일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가 바라보는 ‘지금’은 그렇게 하나의 의미로 제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를 지닌 시간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지금’은 모두 같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지금’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언제나 똑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직장에서 “이건 지금 해야 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볼까요? 당장 시작하라는 뜻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며칠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단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능 있는 단어다. (p 209)

그는 언어와 문화에 따라 ‘지금’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에도 주목합니다. 특히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는 단순히 눈앞의 순간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식당 종업원이 아침 식사를 내려놓으며 ‘지금’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지금’은 단순히 음식을 내려놓는 순간만을 뜻하기보다, 이제 막 시작되는 무언가를 알리는 말에 가깝습니다.

벨파스트에서 ‘지금’은 미래로 길게 이어져 가는 단어다. (p 210)

이처럼 어떤 상황과 문화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우리가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이해하려 할수록 그 단어가 지닌 풍부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과거와 미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화이트가 이야기하는 온전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는 지금이 과거와 미래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놀라웠던 과거나 꿈같은 미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p 207)

생각해 보면 지금의 우리는 지나온 시간과 떼어 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래전의 경험과 기억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한 기대 역시 현재의 삶과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시간의 모습을 하나의 파도에 비유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자신을 물결 형태로 경험하게 한다. 출발과 도착, 현재의 반짝거림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파도 말이다. (p 211)

파도가 출발과 도착, 현재의 움직임을 함께 품고 있듯이 우리가 경험하는 지금에도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는 이러한 ‘지금’을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시간으로 바라봅니다.

늘 변화하고 늘 성숙해 가는 귀중한 기억, 그리고 똑같이 자라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지금’은 온전한 모습이 될 수 있다. (p 211)

어쩌면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지나온 기억과 앞으로의 기대가 함께하기에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갖는 순간이니까요.


오늘은 데이비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따라 ‘지금’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지나간 일은 잊고, 다가올 일은 걱정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에는 지나온 날들의 기억도, 앞으로의 시간을 향한 기대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금’에는 어떤 기억과 기대가 함께하고 있나요?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지금의 나와 함께하고 있는 지난날의 기억과 앞으로의 기대를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음 〈단어를 읽는 시간〉에는 또 다른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위 뉴스레터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Ⅱ》에서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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