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읽는 시간

멈춰야 계속 갈 수 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삶은 움직인다

2026.10.26
from.
가톨릭출판사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언어를 사유하는 시간, 〈단어를 읽는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무언가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멈추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적이 많은데요.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거나,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익숙한 소통 방식을 고수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기도 하고, 변화를 선택한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무언가를 멈추면 지금까지 이어 온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만큼이나 멈추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한가 봅니다.

 

하지만 멈춘다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할까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멈추기’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에게 멈추기는 단순히 하던 일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변화이자,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오늘 〈단어를 읽는 시간〉에서는 ‘멈추기’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첨부 이미지

STOPPING 멈추기

멈추기는 거의 언제나 우리가 처음에 원치 않았던 일, 하지만 성숙하려면 배워야 하는 일이다.


멈추기는 환상이다

우리는 무언가가 멈추면 그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는 조금 뜻밖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멈추기는 환상이다. 그 무엇도 정말로 정지하는 법은 없다. (p 276)

그는 우리가 멈췄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아래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언가가 끝난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변화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부엌 창밖을 내다보면 봄이 봄이기를 멈추고 여름으로 바뀐다. 새싹이 새싹이기를 멈추면 풍성한 이파리로 자라나고 풍성한 이파리들이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 낼 겨울나무가 된다. (p 277~278)

봄이 끝나야 여름이 찾아오고, 새싹이 이전의 모습을 벗어나야 잎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무언가가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자연의 변화처럼 평온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이어 온 관계가 달라지거나, 익숙했던 일상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는 이러한 멈춤이 때로는 죽음처럼 느껴질 만큼 고통스럽고, 우리의 정체성을 흔드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멈추기는 최대의 자비인 동시에 필요한 슬픔이고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p 278)

이처럼 이 단어에는 변화의 가능성뿐 아니라 상실과 슬픔도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많은 순간은 이전의 모습을 멈추고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침묵과 가까워져야 한다

멈추기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때로는 우리 스스로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하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침묵입니다.

멈추기는 침묵과 가까워져야만 가능하다. (p 280)

우리는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기도 하지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침묵이 없다면 나의 마음은 오래된 익숙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묘사하고 판단해 버린다. (p 280)

여기서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한 반응을 잠시 멈추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깊이 살펴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대화를 잠시 멈추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멈추기는 포기해야 하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을 포함하지만 멈추기의 역동은 인간 삶의 핵심 단계에서 멈출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기도 한다. (p 276)

그가 말하는 멈추기는 무조건 모든 것을 그만두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고, 무엇은 계속 이어 가야 하는지 구분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끝내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그동안 당연하게 반복해 온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멈추기는 계속 나아가는 것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 단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멈추기는 우리가 계속 가는 방법이다. (p 275)

처음에는 조금 모순적으로 들리는 말입니다. 계속 나아가려면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멈추는 일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그는 우리가 삶이나 일, 관계에서 익숙한 방식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멈추기는 사실 떨어짐이다. 내 삶이 출발하고 형태를 얻게 해 준 주변의 복잡성에서 핵심 지점으로, 더 깊은 차원으로 떨어지는 것. 멈추기는 진짜 움직임의 장소로 떨어지는 것이다. (p 280~281)

여기서 멈추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머무르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삶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우리가 일이나 관계에서 더 이상 충분한 의미와 활력을 얻지 못할 때, 지금까지 이어 온 방식을 끝내고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삶이나 일, 관계에서 후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은 우물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중심부에 더 가까이 머물기 위해) 교환을 중단하게 된다. (p 281)

우리가 멈추는 이유는 반드시 그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닿을 수 없었던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요.

물론 멈춘 뒤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처음부터 알 수 없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 역시 멈추는 것은 아직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지금까지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데이비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따라 ‘멈추기’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멈추는 일을 쉽게 포기나 끝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멈추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 움직이고, 때로는 익숙한 방식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지금 멈추어야 할 것이 있나요? 반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이어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잠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이어 가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다음 〈단어를 읽는 시간〉에는 또 다른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위 뉴스레터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Ⅱ》에서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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