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MOUR 유머
유머는 우리가 스스로 붙여 놓은 협소한 이름보다 훨씬 크고 세상에 더 유능한 존재일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유머, 웃으며 다시 바라보는 태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죠.
그런데 가끔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웃음이 터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유머의 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유머 감각은 우리가 아무리 멋지게 맥락을 정리해 두었다 해도 언제든 그걸 우스꽝스럽게 무너뜨릴 다른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p 140)
예를 들어,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했는데 정작 사소한 실수를 저질러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창피하지만, 함께 웃고 나면 그토록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썼던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는 이처럼 자신이 웃음의 대상이 되는 경험에도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유머 감각은 우리가 창피함이라는 자비로운 여러 입구들을 통해 거의 언제나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p 141)
우리는 자신을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하거나 자신에게 특정한 모습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머는 그런 생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유머는 우리가 자신이나 세상에 붙인 이름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알려 준다. (p 141)
어쩌면 유머 감각이란 재미있는 말을 많이 아는 능력보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때때로 웃으며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태도에 더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는 유머
유머는 사람들 사이의 어색함을 풀어 주기도 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농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웃음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 역시 언제나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유머는 우리를 도와주는 만큼 상처도 쉽게 입힐 수 있는 양날의 검이고 이 때문에 차별을 낳기도 한다. (p 142)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가볍게 주고받는 농담이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계속해서 웃음거리로 삼는다면, 그 농담은 더 이상 함께 즐기는 유머가 아닐 수 있죠.
그렇다면 좋은 유머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그는 사용 방식에서 그 사람의 성숙함과 배려를 엿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유머를 발휘하거나 유머를 활용하는 방식은 성숙도, 그리고 남들에 대한 배려 정도를 보여 주는 척도다. (p 142)
그렇다고 좋은 유머가 언제나 조심스럽고 무난한 농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훌륭한 유머를 지닌 사람이 적절한 선을 살피면서도, 때로는 그 선에서 살짝 벗어나는 정교한 유머를 만들어 낼 줄 안다고 설명합니다.
유머는 함께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허용 가능한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살피는 세밀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p 143)
결국 재치만큼이나 상대방을 살피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재미있는지를 아는 것뿐 아니라,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그 웃음을 나누고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군가를 함께 웃게 할 수도, 혼자 웃음거리가 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섬세한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혼자는 발견하지 못했던 더 넓은 모습
친구와 함께 웃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꼭 대단한 농담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실수를 이야기하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한참 고민하던 일을 누군가 뜻밖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함께 웃게 되기도 하지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렇게 웃음을 나누는 경험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유된 유머는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새롭게 보거나 발견하게 되었음을 알려 준다. (p 141)
혼자서는 심각하게만 생각했던 일이 다른 사람의 한마디로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전에 없던 여유가 생기기도 하죠. 그는 공유된 유머를 공동체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바라봅니다.
공유된 유머는 모든 고난에 공유된 접근법을 창조해 내는, 공동체 생활의 혈액과 같다. (p 142)
함께 웃는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함께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때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습니다.
그는 좋은 유머가 행복과 유쾌함을 전하며 사람의 영혼을 고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렇게 마음이 밝아진 순간, 이전에 자신이 얼마나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고 설명하죠.
유머는 우리가 스스로 붙여 놓은 협소한 이름보다 훨씬 크고 세상에 더 유능한 존재일 수 있음을 알려 준다. (p 141~142)
우리는 자신을 때때로 하나의 성격이나 능력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유머는 우리가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렇게 보면 유머는 단순히 웃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닙니다.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더 넓은 모습을 다른 사람과 함께 알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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