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 너
‘너’는 내 호의의 문이자 세상과 거리를 두는 장벽이기도 하다.
'너' 사용법의 핵심
우리는 ‘너’라는 말을 상대방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 짧은 단어에 뜻밖의 존재가 숨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라는 단어 사용법의 핵심에는 놀랍게도 ‘나’가 나타난다. (p 329)
처음에는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상대방을 부르는 말에 어떻게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일까요? 그는 우리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를 때, 그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부터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너’는 내가 너를 거의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심 찬 단어다. (p 329)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은 그 사람의 일부일 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하고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너’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존재, 늘 나의 손아귀에서 방금 빠져나간 존재다. (p 330)
우리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할 수는 없음에도, '너'라고 부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죠.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를 '우리가 제대로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보면 ‘너’라는 말에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이해의 한계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 부르고 대하는지를 통해 내가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드러납니다. 결국 그 말을 사용하는 ‘나’의 모습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같은 단어와 다른 마음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누군가를 ‘너’라고 부릅니다. 너무 익숙한 말이라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마음이 담길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도 많지요.
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는 우리가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상대방과의 친밀함이나 거리감이 드러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는 내 호의의 문이자 세상과 거리를 두는 장벽이기도 하다. (p 330)
가까운 사람에게 “너와 함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자신의 삶 안으로 초대합니다. 반대로 “너와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때는 그 사람과의 거리를 분명하게 드러내지요. 같은 ‘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말을 건네는 마음과 태도는 전혀 다릅니다. 그는 이러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내가 ‘너’라는 단어를 말하는 방식은 ‘너’ 혹은 세상과의 친밀함이나 거리감을 보여 준다. (p 330)
그런데 여기에는 상대방을 향한 감정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을 열고 싶은지,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거리를 두고 싶은지도 드러납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마음을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과 연결합니다.
내가 ‘너’를 비난으로, 초대로, 경계 어린 중립성으로 말하는 방식은 내 궁극의 심리적 취약성을, 내 안으로 세상을 들이고 싶은 모든 방식을, 안전하게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모든 방식을 친밀한 형태로 드러내고 광고한다. (p 331~332)
우리는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계하거나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상대방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세상과 관계를 맺는 나 자신의 태도도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너’라는 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뿐 아니라, 세상 앞에서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고 또 보호하려 하는지도 보여 줍니다.
내 안에 있는 '너'
그런데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 단어가 반드시 다른 사람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 자신에게도 ‘너’라고 말을 건네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면의 나를 ‘너’라고 부르며 종종 자신과 대화할 것이다. (p 331)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앞두고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실수를 저지른 뒤에는 “너는 왜 그랬니?”라며 자신을 탓하기도 하죠.
누군가에게 직접 듣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렇게 자신에게 말을 걸며 스스로를 바라보고 평가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향한 ‘너’에도 격려와 비난, 부끄러움 같은 다양한 감정이 담긴다고 설명합니다.
‘너’는 나의 이름과 함께 불리며 격려, 비난, 뭔가 잘못을 저지른 후라면 부끄러움을 표현하게 된다. (p 331)
우리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돌아보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잘못을 지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을 향해 건네는 ‘너’에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내면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나를 부르는 ‘너’는 나를 통해 또 다른 나에게 메아리치며 내 이해의 기반을 이룬다. (p 332)
‘너’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사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부르고, 자신에게 말을 건네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되는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사용하는 이 단어에는 타인과 세상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까지 담겨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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