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읽는 시간

번아웃,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는 깨달음

너무 오래 달려오느라 잊어버린 것들

2026.10.09
from.
가톨릭출판사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언어를 사유하는 시간, 〈단어를 읽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3일 출근하고 또 다시 찾아온 3일간의 연휴라니, 어제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녁에는 친구들과 만나 오랜만에 한참 수다를 떨었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요즘 많이 지쳐 있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예전에는 좋아했던 것들을 봐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도 “나 번아웃인가 봐.”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습니다. 열심히 달리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지쳐 버렸을 때, 우리도 종종 번아웃이라는 말을 떠올리지요.

 

그렇다면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푹 쉬고 나면 다시 괜찮아지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걸까요?

 

우리는 번아웃을 되도록 빨리 벗어나야 할 부정적인 상태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는 번아웃 속에서 오히려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오늘 〈단어를 읽는 시간〉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 우리를 완전히 멈춰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번아웃’이 어떻게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첨부 이미지

BURNOUT 번아웃

번아웃으로부터의 치유는 언제나 영원함과의 재회를 포함한다.

영원함을 경험하는 능력은 휴식 능력과 통하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무엇을 잊게 할까?

데이비드 화이트가 이야기하는 번아웃은 단순히 몸이 지치고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에 그치지 않습니다.

번아웃은 신체뿐 아니라 존재 차원의 소진이 일어나 겉은 공허하고 중심부는 캄캄해진 채 쓰러진 상태를 말한다. (p 67)

몸뿐만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했던 내면의 힘까지 소진된 상태. 그는 이를 ‘일종의 기억 상실증’이라고 표현합니다.

번아웃은 일종의 기억 상실증이다. (p 67)

그동안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조차 잊어버린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인 우선순위를 잊을 뿐 아니라 과거에는 인생의 모든 계절을 관통하는 것 같았던 원천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자기 안에 존재했던 원천을 잊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원천에서 다시 에너지를 얻는 방법까지도 잊는 것이다. (p 67~68)


번아웃은 삶에서 무엇을 놓치게 할까?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었던 원천을 잃어버리면,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느끼던 일상의 순간들도 다르게 다가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번아웃이 깊어질수록 시간과 계절을 느끼는 감각까지 잃어버리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번아웃은 영원함의 상실, 나아가 휴식 능력의 상실을 항상 포함한다.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 시간 자체와 맺는 관계를 상실하고, 하루 동안 자신을 인도해 주는 시간과 계절이라는 특별한 선물에 대한 감탄도 잃는다. (p 68)

아침과 오후, 저녁이 저마다 다른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 변화를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소진된 상태의 나는 이른 아침의 안개도, 느긋한 오후 시간도, 저녁 모임을 위한 준비도 더 이상 감사히 여기지 못한다. (p 68)
봄은 어째 여름과 비슷하고 여름은 가을과, 심지어는 겨울과도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이 그저 견뎌 나가야 할 대상일 뿐이다. (p 69)

그러다 보면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이 오고 가는지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는 바로 이것을 번아웃의 ‘궁극적인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번아웃의 궁극적인 비극은 우리가 삶에서 누구를 혹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p 69)


다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그렇다면 잊어버린 것들을 어떻게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소진되는 동안 자신이 제쳐 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되돌아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진되는 과정에서 제쳐 두었던 바로 그것들을 통해 내가 밟아 온 경로를 되짚게 된다. (p 70)

그 과정에서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것은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목표가 아닙니다. 내가 원래 사랑했던 것들입니다.

내가 사랑했던 것, 어린 시절부터 늘 사랑해 온 것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지만 그 사랑에 업무나 프로젝트를 연결해 보겠다는 계획 따위로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p 71)

다시 생산적인 무언가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랑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그저 단순하게 그 사랑을 떠올리고 경험하려 한다. 안팎으로 오래 버려 두었던 그 사랑을 다시금 현재의 시간으로 가져온다. (p 71)

그리고 그는 그렇게 다시 만난 원천을 중심으로 삶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그 원천을 중심으로 나의 삶을 서서히 다시 한 단계씩 만들어 간다. (p 71)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는 깨달음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잊었던 것을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계속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화이트는 완전히 소진된 순간이 오히려 그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완전하게 경험된 번아웃은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는 없다고 깨닫게 만드는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p 72)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는 깨달음은 지금까지 이어 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계속 그렇게 갈 수 없다는 깨달음은 결국 창의적인 행동, 신체적인 소진에서 벗어나는 탈바꿈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p 72)

그는 번아웃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중요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말합니다.

번아웃 경험을 탈바꿈시키는 토대는 잘못된 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해 왔다는 깨달음, 자신의 자아 감각 또한 너무 오랫동안 잘못 다루어 왔다는 깨달음이다. (p 72)

그리고 완전히 소진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번아웃된 상태를 깨달아 이해하고 나면 번쩍 정신이 들면서 소진의 깊이에 놀라지만, 이는 동시에 회복의 첫 단계이기도 하다. (p 73)


오늘은 데이비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따라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번아웃에서 회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오래 달려오느라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고, 나에게 중요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아 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휴에는 잠시 쉬어 가면서 예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웠는지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다시 잘해야 할 필요도, 새로운 목표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좋아했던 마음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음 〈단어를 읽는 시간〉에는 또 다른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위 뉴스레터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Ⅱ》에서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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