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요즘 뭘 해도 의욕이 없다면 - 하고 싶은 마음에 물 주며 번아웃 극복하기

'해야 한다'에 지친 나를 일상에서 다시 일으킨 것들

2026.08.02 | 조회 119 |
0
|
첨부 이미지

구독자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실 저는 최근에 꽤나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컨디션 저하인가, 호르몬이 날뛰나 생각했는데, 2주가 넘게 비슷한 증상이 이어지자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지쳤고, 지금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요.

우리는 때로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내가 '번아웃'이라는 것조차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번아웃은 미친 듯이 밤새워 일하고 극한의 피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근데 왜 자꾸 이렇게 힘들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스스로를 자꾸만 '해야 한다'의 굴레에 밀어넣고 있었더라고요. 마음으로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던 것이, 몸의 피로 못지않게 힘들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되짚어볼수록, 나를 이렇게 지치게 만든 이유가 하나만은 아니었어요. 이유마다 나를 다시 일으킨 방법도 조금씩 달랐고요.

그래서 오늘은 저는 뭐때문에 이렇게 지쳤고, 어떻게 조금씩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을 되찾아갔는지, 나눠보려고 해요. 혹시 요즘 비슷하게 번아웃이나 노잼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건 구독자님을 위한 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번 호는 글이 좀 깁니다..! 경험담과 제가 했던 걸 알차게 적으려다보니 분량조절 실패했어요😂 여유를 두고 읽거나, 끊어 읽으셔도 좋아요!)

🍋TODAY'S SPARKLING🍾

📍Insight | 번아웃의 3가지 유형 파악하기

📍Case Study | "시간은 나의 적이 아니라 스승입니다." - 이민진 작가 강연으로 보는 불안극복법

📍Connection | 지친 나를 다시 일으킨 일상 속 회복 실천법

📍Curation | 지쳤을 때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준 책 추천

📍NYNO's note | 스스로를 돌보며 기다려주세요

 


첨부 이미지

| 번아웃, 한 종류가 아니에요 |

 

구독자님, 혹시 이런 적 없으세요?

너무 지쳐서 주변에 슬쩍 털어놨는데, 돌아온 말들이 하나도 와닿지 않던 순간이요. 좀 쉬어, 여행이라도 다녀와, 다들 그러면서 사는 거야...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 저한테는 계속 헛돌았어요.

 

이번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번아웃은 한 종류가 아니더라고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의욕이 안 나는 겉모습은 다들 비슷해 보여도, 그 아래 깔린 뿌리는 저마다 다릅니다. 

감기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열나고 기침한다고 다 같은 병은 아니잖아요.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무리해서일 수도, 환절기 탓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유독 번아웃 앞에서만 "쉬면 낫겠지" 하나로 뭉뚱그려요. 그러다 쉬어도 안 나아지면, '나는 왜 이것조차 안 되지' 하고 자책까지 얹게 되는 거죠.

 

이건 제 생각만은 아니에요. 2010년 스페인 사라고사 대학 연구팀이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직원 409명을 조사해, 번아웃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어요.

  • 과열형 일에 과하게 몰입하다 방전되는 타입. 욕심이 크고 뭐든 자기가 다 해내려 해서, 힘들수록 오히려 일을 더 끌어안아요. '이것만 끝내고 쉬자'를 반복하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미뤄두는 쪽이죠.
  • 권태형 : 일이 지루하고 배울 게 없어서 지치는 타입. 딱 시킨 만큼만 하게 되고,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어요. 회사에 앉아 이직 공고를 들여다보는 날이 늘어나는 거죠.
  • 소진형 : 아무리 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 결국 손을 놓아 버리는 타입. '어차피 말해도 안 바뀌잖아'란 생각에 무력해진 거에요.
첨부 이미지

 

핵심은, 유형마다 필요한 처방이 다르다는 거예요.
몰아붙이다 지친 사람한테 '더 열심히 해봐'는 독이고, 지루해서 지친 사람한테 '푹 쉬어'는 핵심을 비껴가니까요. 원인이 다르면, 약도 달라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얘긴데, 저는 그동안 이걸 몰라서 남이 주는 아무 약이나 갖다 붙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제 걸 되짚어봤더니, 제 번아웃은 하나가 아니라 크게 세 갈래로 얽혀 있더라고요.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과열형'의 얼굴도, 회사가 지겨운 '권태형'의 얼굴도 저한테 다 있었어요.
그리고 저 유형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하나가 더 있었는데, 바로 시간에 대한 불안이었어요. 뭔가 중요한 걸 놓친 채로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은, 그 막연한 조급함이요.

 

셋 중 앞의 둘은 그래도 손에 잡히는 데가 있었어요. 회사에서 뭘 바꿔볼 수 있을지, 나를 어떻게 덜 몰아붙일지는 제가 해볼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이건 뒷부분 connection에서 다룰게요)
그런데 시간에 대한 불안만은 달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건 제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그냥 안고 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민진 작가의 영상을 봤습니다. 그 영상이 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고, 저는 펑펑 울고 말았어요. 정말 귀중한 깨달음이었어요. 그래서 여타 권위 있는 방법론이나 번아웃 해소 이론들보다, 저는 이걸 구독자님께 공유드리고 싶어요.

 


첨부 이미지

| 시간은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 스승입니다  |

 

"시간은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 스승입니다. 언제나 꼭,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하세요."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가 올해 5월 모교인 예일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예요. 
제가 인상 깊었던 건 그리스인들의 시간법이었어요. 바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입니다.

 

⏰ 시간에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구독자님도 혹시 요즘, 흘러가는 시간을 자꾸 세고 계신가요? 저는 그랬어요.

크로노스는 우리가 아는 그 시간이에요. 시계가 재고 달력이 세는 시간. 초, 분, 시간, 그리고 나이.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속도로, 내 사정과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셀 수 있고, 그래서 비교할 수 있죠. 서른다섯이면 이 정도, 10년 차면 저 정도. 우리가 나이 앞에서 조급해지는 건 시간을 이 자로만 재기 때문이에요.

 

제게 완전히 새로웠던 건 바로 카이로스였습니다.

카이로스는 길이가 아니라 의미로 재는 시간이에요. 양이 아니라 질. 무언가가 일어나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이요. 크로노스에서 한 시간은 언제나 한 시간이지만, 카이로스에서는 어떤 한 시간이 30년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첨부 이미지

 

그리스인들은 카이로스를 아예 신으로 여겼어요. 그리고 그 신을 조각으로 남겼는데, 생김새가 참 재밌습니다. 앞머리는 길게 늘어져 있고, 뒷머리는 아예 없어요. 발에는 날개가 달렸고, 발끝은 굴러가는 공 위에 겨우 닿아 있습니다. 손에는 면도날을 들고 있어요. 그 조각에는 이런 문답이 새겨져 있었다고 해요.

첨부 이미지

"왜 앞머리가 얼굴을 덮고 있죠?" 
"나를 마주친 사람이 붙잡을 수 있도록."
"그런데 왜 뒷머리는 없나요?" 
"한번 지나가버린 나는,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뒤에서는 잡을 수 없기 때문이지."

기회는 다가올 때 앞머리를 잡아야 하고, 지나간 뒤에는 잡을 데가 없다는 뜻이에요. 발의 날개는 그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를, 면도날은 그 순간이 얼마나 예리한지를 말해줍니다. 로마인들은 이 신을 '오카시오(Occasio)'라고 불렀고, 그 이름이 오늘날 '기회'를 뜻하는 말들의 뿌리가 됐어요.

 

그러니까 카이로스는 가만히 기다리면 오는 시간이 아닙니다. 알아보고, 손을 뻗어야 하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카이로스는 사람마다 다르고, 대개 한참 지나서야 '아, 그때가 그때였구나' 하고 알아보게 돼죠.

첨부 이미지

🔥 작가님이 살아낸 시간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으로 이 두 시간을 설명해줍니다.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예일에서 보낸 4년의 이야기였어요.

  • 2학년 때 한국에 대해 배우고 싶었는데, 학교에 한국 관련 정규 수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학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어요. 학과장을 찾아가 수업 개설을 요청하고, 동기들과 부모님들에게까지 학교에 편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렇게 1990년, 예일에 한국어 수업이 개설됩니다. 그 수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 한국사 수업을 맡은 백인 교수가 한국인 학생 대부분에게 낮은 점수를 준 학기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수업 시간에 손을 들어 성적 분포를 성별과 인종별로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일을 학생 신문에 알렸어요. 돌아온 건 살해 협박과, 그를 '편집증 환자'라고 '정치적 올바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편지들이었습니다.
  • 그리고 그 힘들던 시절의 어느 다과회. 거기서 우연히 들은 재일한국인의 이야기 한 자락이, 30년 뒤 『파친코』가 됩니다.

 

크로노스로만 재면 이 시간들은 다 뭘까요?
없는 수업 하나 만들려고 고생하며 뛰어다니고, 인종차별 때문에 교수와 싸우고, 협박 편지를 받으며 버틴 시간. 성과도 없고 이력서에 쓸 것도 없는 한 시간짜리 다과회.. 헛되게 흘려보낸 시간일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게 돌이켜보면 하나하나 다 카이로스였던거죠. 지나가는 걸 그냥 보내지 않고 앞머리를 붙잡았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님은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카이로스적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살아온 분이구나.'

 

제가 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 이유는 바로 이거였어요. 어쩌면 모든 순간이 카이로스일 수 있다는 울림, 그리고 그 순간을 카이로스로 만드는 건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이요.

크로노스의 시간에 갇히면 저는 그냥 수동적으로 시간을 지나가는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 카이로스의 순간을 제가 자주 만들어낸다면, 저는 시간 앞에서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그동안 시간 앞에서 느낀 무력감과 두려움이 결국 통제력의 상실에서 오는 거였다는 걸요. 그 깨달음과 함께, 저는 그걸 풀 열쇠를 쥔 기분이었습니다.

 

작가님은 단언합니다. 인생에서 한순간도 시간 낭비는 없었다고.
그 말이 저에게는 이렇게 들렸어요. 낭비였는지 아닌지는 내가 그 시간에 얼마나 카이로스적인 의미를 부여했고 얼마나 주체적으로 지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거라고요.

크로노스에 사로잡혀 카이로스의 장님이 되지 말자.

영상을 보고 메모하며 마음속에 새긴 말이에요. 그 뒤로 이 시기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뭘 해도 재미없고 아무것도 안 되는 이 몇 달도, 크로노스로 재면 그냥 흘려보낸 시간일 겁니다. 그런데 카이로스가 내가 만드는 거라면, 이 시간을 무엇으로 만들지는 아직 제 손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흘러가는 시간을 세는 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

 

제가 구독자님께 충분히 와닿도록 설명을 잘 했는지 모르겠네요. 좀 긴 영상이지만, 직접 영상을 한 번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

 


첨부 이미지

| 지친 나를 다시 일으킨 일상 속 회복 실천법 |

 

그런데 사실, 마음을 그렇게 먹었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원인을 알아도, 시간을 보는 눈이 달라져도 하루는 그대로거든요. 결국 바꿔야 하는 건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몰아붙이던 과열형 '해야 한다'의 마음, 그리고 회사에서의 소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앞에서 미뤄둔 얘기를 해볼게요. 
사소한 것들인데 저한테는 효과가 좋았습니다. 직접 해본 것들이라, 하나씩 공유해볼게요 :)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1️⃣ '해야 한다'를 잠깐 내려놓기

사실 제가 제일 신경 쓴 건,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켜는 일이었어요. 제가 느낀 가장 큰 번아웃의 이유가 제 일상이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봤습니다.

① 바른생활을 버렸어요. 

안 내키는 날은 운동을 쉬었습니다. 그 시간에 동네 친구를 만나 맥주를 마셨어요. 주말에도 노트북을 붙들고 뭐라도 생산적인 걸 해내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 노트북을 그냥 집에 두고 나갔습니다. 카페에서 멍만 때리다 돌아온 날도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지친 나에게 좀 휴식을 준거죠.


② 하고 싶다는 신호에 바로 응답했어요. 

뭐가 먹고 싶으면 시켜 먹었어요. 오늘은 운동 대신 산책이 하고 싶다 싶으면 그냥 나가서 걸었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와 동네를 걷기도 했고, 늦은 저녁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 오기도 했어요. 출근 전에 먹고 싶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싸 간 날도 있었습니다. 원래 저는 절대 안 하던 짓들이에요. 하다 보니 그동안 제가 얼마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알겠더라고요. 그 통제를, 조금 풀어준거에요.


③ 하던 일에 변주를 줬어요. 

책 읽기가 재미없어져서, 오랜만에 소설을 펴봤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몰입해서 읽었어요. 한동안 잊고 있던 독서의 재미였습니다. 늘 하던 웨이트도 루틴을 바꿨어요. 이번엔 근력을 좀 키워보자, 하는 새 마음으로. 또 한동안 안하던 요가클래스도 조금 들었습니다. 출근길도 그랬습니다. 늘 음악만 듣던 그 길에, 오랜만에 팟캐스트를 다시 틀었어요.


④ 새로운 걸 배웠어요. 

원데이 세미나를 뒤적이다 우연히 알게 된 '클로드 코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걸 프로그램 하나씩 깔고 설정해가며 차근차근 적응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일요일 4시간 세션이 순식간에 지났고, 저녁에 혼자 복습까지 하다 보니 오랜만에 월요일이 오는 불안 없이 일요일 밤을 보냈습니다.


⑤ 밤을 돌려받았어요. 

번아웃과 함께 핸드폰 사용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어요. 자기 전에 릴스를 보다 새벽에 잠드는 날이 잦았고, 그러면 다음 날은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 전에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 보지 않기 위해 팟캐스트를 자동 꺼짐으로 걸어두고, 들으면서 잠들었어요. 저는 이게 폰을 멀리 두는 것보다 쉬웠어요. 일단 듣기 시작하면 자제가 되더라구요.


⑥ 혼잣말을 많이 하고, 떠오르는 대로 그냥 다 적었어요.

하고 싶은 것이든, 불만이든, 내가 왜 이러나에 대한 고찰이든, 일하다 열받은 부분이든 전부요. 카카오 메모에도 쓰고, 노션에도 쓰고, 하다못해 챗지피티한테라도 털어놨어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은근히 제 상황과 생각을 직시하고 원인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첨부 이미지

 

 

솔직히 불안했어요. 이래도 되나 싶고, 이러는 동안 남들은 저만치 가 있을 것 같고. 
그런데 그렇게 1~2주쯤 지냈을까요. 어느 날 문득, 미뤄뒀던 진짜 해야 할 일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알았어요. 하고 싶은 마음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물을 줘야 사는 거라는 걸요. 저는 그동안 생산적인 일에만 물을 주고 나머지는 다 잘라내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다 뿌리째 마른 거였죠.

첨부 이미지

2️⃣  다 놓아주면서도, 이것만은 지켰다 : 하루에 딱 15분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죠. 그러다보면 오히려 또 현타가 오기 마련이니까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 게 하나 있었어요.

 

다시 듣기 시작한 출근길 팟캐스트에서 🔗멜 로빈스 팟케스트(The Mel Robbins)의 에피소드 하나를 만났는데요, 목표를 이루는 다섯 가지 규칙을 다룬 회차였습니다.

  1. 원하는 걸 정해서 종이에 적는다
  2. 가족을 해고한다 — 내 목표의 동력을 남에게 기대지 않는다
  3. 왜 하고 싶은지(why)와 어떻게 할지(how)를 함께 안다
  4. 핫 15분 (Hot 15min.) — 하루 15분만 확보해 목표를 위한 행동을 한다
  5. 그만두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15분 법칙은 그 중 네 번째였어요. 하루 15분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쓰는 것. 

멜 로빈스는 이걸 길 위에 벽돌 하나 놓는 일에 비유해요. 하루에 15분씩 놓아도 되고, 도저히 안 되면 일주일에 15분이라도 놓으면 된다고요. 검색 한 번, 팟캐스트 하나, 블로그 글 한 편도 벽돌이 됩니다.

 

15분이라서 좋았어요. 부담이 없으니 또 하나의 '해야 한다'가 되지 않았고, 번아웃 한복판의 저에게는 이 정도가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크기였거든요.
하루를 통째로 의미 있게 만들 자신은 없어도, 15분은 어떻게든 됩니다. 카이로스를 만드는 최소 단위라고 해도 되겠죠. 지쳤을 때는 많은 욕심을 내려놓고, 딱 15분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보세요 :)

첨부 이미지

3️⃣ 회사 :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손대기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아무리 내 생활에서 노력을 해도 회사라는 큰 덩어리를 해결 하지 않으면 결국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기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내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회사라는 건 내 통제밖의 일들이 대부분이라 바꿀 수 없다고 좌절 하기가 쉽습니다. 단기간에 크게 뭔가를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대신 질문을 바꿨습니다.
무작정 '회사가 왜 이럴까'에서 '나는 뭐 때문에 힘든 걸까, 그중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뭘까'로요.

그 질문의 답을 찾다 아래와 같은 행동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덜 불안해지기 위한 것이었어요.


① 조금 일찍 출근해서 내 시간을 갖기

보통 25분쯤 일찍 도착해요. 딱 그 정도가 현실적이었습니다. 10분만 어영부영해도 바로 업무 시간이 되니까요. 이 시간의 목적은 하나예요. 생산적인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저를 돌보는 활동들을 가볍게 하는 것. 
책이나 아티클을 조금 읽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닝 페이지로 적고, 전날 하루를 회고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멍을 때리기도 합니다.

출근해서 곧장 메일과 슬랙으로 뛰어들면 정신의 스위치가 한 번에 켜지잖아요. 그러지 않고 저를 서서히 깨워주면, 업무 시간이 되어도 서서히 일로 진입하게 돼요.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를 열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컸습니다.


② 가벼운 마음 가지기

혼자 다 잘해내려는 무거운 마음, 성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어요. 저는 회사에서 제가 그리는 그림이 다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안 되면 매번 저를 탓했거든요. 성과가 나는 속도나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은 제 손 밖의 일인데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버린 건 아니에요. 다만 뜻대로 안 될 때 저를 탓하는 일만은 그만두고, 내 손밖의 일은 자책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인거죠.


③ 회사와의 협상 준비

이건 의외로 AI가 아주 잘 도와줍니다. 저는 매일 써둔 업무 일지를 전부 붙여넣고 협상 준비를 시켰어요. 내가 무엇에 기여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정리하는 일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꼭 수치로 증명되는 것만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기대 이상으로 해내고 있는 역할, 원래 내 몫이 아니었는데 맡아온 일 같은 것도 다 재료가 됩니다. 곧 평가·보상 시기가 오는데, 내가 할 주장을 미리 정리해두니 마음이 훨씬 덜 불안했어요.


④ 이직 지원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다시 정리했어요. 그동안 흘려보내던 헤드헌터들의 연락에 오랜만에 진지하게 답을 하고, 자기소개서도 새로 써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당장 옮기겠다는 결심이라기보다, 나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든든하고 편해지더라고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이렇게 적어놓으니 무슨 대단한 회복기 같은데, 실제로는 훨씬 지저분했어요. 하루는 괜찮다가 다음 날 다시 바닥이고,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죠. 

구독자님께 하나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서 제가 했던 사소한 행동들까지 놓치지 않고 정리했는데요. 이걸 매일 한 것도, 한 번에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만 이 사소한 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저에게는 다시 일상을 살아갈 의욕을 줬습니다.

 


첨부 이미지

| 지쳤을 때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준 책 추천 📚 |

 

지쳐 있을 때는 두껍고 무거운 책이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가볍고 쉽게 읽히는 것들로만 골랐습니다. 전부 지쳤던 시기에 제가 읽고 기분전환에 도움을 준 것들이에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 지이,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할 때, 아주 작은 행동을 하게 도와준 책이에요.

제목 그대로 저자가 자기 경험으로 쓴 책이라, 뇌과학이나 심리학 이론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실천법이 아주 초보적이에요. 그게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무기력할 때는 대단한 방법을 알아도 몸이 안 움직이는데, 이 책은 그 첫 칸을 아주 낮게 잡아주거든요. 멜 로빈스의 15분과 비슷한 결이라고 느꼈습니다.
뭘 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도무지 시작이 안 되는 분께 권해요.


📍 이연, 『매일을 헤엄치는 법 

그림 에세이라 정말 잘 읽혀요.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데, 읽고 나면 은근히 삶의 의욕이 생깁니다. 의욕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요ㅎㅎ

스물일곱에 퇴사하고, 가난과 외로움을 지나 수영장에서 다시 자기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회사 앞에서 마음이 복잡한 분이라면 더 겹쳐 읽으실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이 시기에 읽어서 더 좋았습니다.


📍 유병욱, 『인생의 해상도 

이것도 읽기는 쉬운데, 인사이트는 정말 많이 받았어요.

부제가 '단조로운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감각'인데, 생각해보니 오늘 이야기한 카이로스와 유사한 말이더라고요. 20년 차 카피라이터가 쓴 책이라,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뭘 건져 올리는지를 보게 됩니다. 똑같은 하루가 지겨워졌다면 이 책이 맞을 거예요.


📍 이민진, 『파친코 · 전 2권

솔직히 이건 가볍지 않아요. 두 권짜리 장편이니까요.

예전부터 읽으려다 못 읽고 밀어두었던 책인데, 이민진 작가님 축사를 보고 나니 이 사람이 30년을 붙들고 쓴 소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읽어봤는데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정신없이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났어요.

소설 내용도 일제강점기에 고향을 떠나 일본 땅에서 버텨내며 두 세대를 지나온 가족의 이야기인데요, 힘든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지쳐 있을 때 묘한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

 


첨부 이미지

| 스스로를 돌보며 기다려주세요💫 |

 

구독자님, 오늘 레터 어떠셨나요?

이번 글은 최근에 겪은 저의 100% 솔직한 경험담인데요, 오늘 이런저런 방법들을 잔뜩 적었지만 한번에에 전부 실천하고, 바로 나아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실 지쳤음을 느끼고 나서 '나 번아웃이구나'를 인정하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어요. 그 뒤에 이것저것 시도하며 서서히 나아진 게 또 한 달쯤입니다.
그사이도 매끈하지 않았어요. 좋았다가 다시 지치고, 좀 괜찮은 것 같다가 도로 가라앉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회복됐다는 게 체감으로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주말에 눈을 떠도 기분이 좋지 않던 제가, 어느 날 금요일 저녁부터 밝아져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이 '저 사람은 지쳤다면서 저런 걸 다 했네, 갓생이네'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지쳐 있는 분께는 이 방법들조차 버거울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이 중에 단 하나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정 어렵다면 이민진 작가의 영상만이라도 꼭 한번 보시길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지쳐서 쉬고 있든, 힘든 걸 참고 조금 더 밀어붙이고 있든,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면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라고요.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이야' 생각하지 마시고, 지쳤다고 스스로에게 먼저 인정해주세요.
저는 그게 회복의 시작이었으니까요 :)


다음 편에서는 번아웃 극복하면서 더 고민했던 주제인 '디지털디톡스와 잘 쉬는 법'에 대해 심도 깊게 다뤄보려고 해요! 열심히 준비중이니 구독하고 기다려주시면 저는 또 다다다음주 일요일에 돌아올게요☺️

첨부 이미지

 

💌 여러분의 소중한 답장을 기다립니다🙏

 

오늘 뉴스레터를 읽고 떠오른 영감이나 궁금증,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라이프 스파클링은 여러분들의 ‘웰니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두팔벌려 환영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라이프 스파클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라이프 스파클링

나를 돌보는 인사이트 한 조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상 속 웰니스 이야기를 전합니다.

뉴스레터 문의lifesparkling.wellnes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