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간모기영 174호

[최규창의 따옴표] <보헤미안 랩소디>(2018)

2025.08.23 | 조회 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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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의 따옴표

다른 세상을 보는 구멍, 공연

<보헤미안 랩소디>(2018)

"에~~~~오“

<보헤미안 랩소디> (2018)

1985년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마련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중 퀸의 무대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는 그 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룹 퀸(Queen)을 모르는 세대의 사람들도 영화를 보는 내내 '어, 이게 퀸 노래였어?'하며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은 생전의 강렬하고 독특한 외모와 압도적 퍼포먼스, 성소수자로서의 삶과 에이즈로 인한 극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의 모습이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이것을 노리고 마지막 공연 장면을 위해 전체 시간을 빌드업합니다. 

탄자니아 출신의 인도계 노동자로 영국에서 공항 수하물을 옮기는 일을 하던 프레디 머큐리(본명: 파록 불사라)는 우연한 기회에 보컬이 없던 밴드의 멤버로 들어가 활약하며 그룹 '퀸'을 탄생시킵니다. 이후 프레디의 독특한 성향을 반영한 이들의 음악과 복장, 공연은 영국,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특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6분 짜리 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들을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려주었습니다. 그들의 인기는 '당시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솔로 데뷔로 인한 그룹 내의 불화, 에이즈 감염, 술과 마약, 사생활 문제 등으로 프레디는 급격히 무너졌고 퀸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그들에게 라이브 에이드 공연 참가 요청이 들어옵니다. 삶이 거의 망가졌던 프레디는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것이 자기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역사에 길이 남을 공연을 시작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가난한 소수자로 살았던 프레디에게 스타로서 주목 받는 삶은 너무 버거웠을 것입니다. 여자친구도 사귀어봤지만 결국 자신의 성정체성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편견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막중한 부담감에 그의 삶은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했고, 두 세계를 왕래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는 영혼의 균열로 생겨난 작은 구멍을 통해 실재의 세계를 갈망하게 되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정신병의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오직 음악만이 그의 목마름을 채워주었고, 두 세계를 드나드는 통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군사정권의 혁명공약과 교육헌장이 온 나라를 쾅쾅 울렸다. 파괴와 야만의 잔해는 곳곳에 널려있었다... (망향가, 전쟁가요, 뽕짝만 있던 시절) 그 때, 비틀즈가 나타났다. 비틀즈의 출현은 천지개벽과 같았다... 나와 내 친구들은 미친 듯이 비틀즈를 따라서 노래했다... 그 노래는 자유이며 희망이었고 저항이며 그리움이었다. 비틀즈는 여기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이 있어야 한다는 꿈을 나에게 심어주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박정희 소장이 한강을 건너올 때 비틀즈가 따라왔다. 나는 한국 현대사에서 이 사태가 가장 난해하고 통쾌하다. 이것을 역사의 섭리라고 해도 좋을지. 노래는 섭리다... " 


김훈, <연필로 쓰기> 중 ‘비틀즈와 나‘

노래는 억압 받는 현실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 작은 구멍입니다. 우리는 그 구멍을 통해 본질적인 세계를 보고, 숨 쉬고, 도피하고, 안식을 얻습니다. <서칭 포 슈가맨>(2012)에서 우리는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수십 년 간 대중을 위로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역할을 해왔음을 보았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60~70년대의 비틀즈처럼 말이죠. 어떤 음악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된다는 것은,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음악은 음악일 뿐이고, 공연은 연출된 것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몰입하고 울고 웃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인간이란 병은 가끔 마취도 필요해" 프레디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음악을 하는 이도, 듣는 이도 종종 현실을 잊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퀸만큼 공연을 '저 세상'의 것으로 만들었던 아티스트는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치밀한 기획과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들은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전혀 다른 경험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화난 도마뱀 같아" 프레디가 가지고 오는 파격적인 의상을 보고 동료 존 디콘이 한 말입니다. 멤버들은 난감했지만, 프레디는 '공연'을 통해 관객이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너는 박사 논문을 썼겠지만 그 논문을 누가 읽어 본다고 생각해?" 천문학 전공인 브라이언 메이에게 프레디는 이렇게 말합니다. 학문도 중요하지만 브라이언의 내면에서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은 현실세계를 강화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것, 음악을 통한 자기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멤버들은 프레디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갈릴레오가 대체 누군데?" 장례식에서 실컷 곡을 하고 나서 '그런데 누가 죽은 건가요?'하고 물어보는 꼴입니다. 세계적인 히트곡을 부른 이들이 정작 그 곡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군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살인을 저지르고(자기를 죽이고) 다른 세계에서 구원을 갈구하는 프레디의 실존이 반영된 하나의 기호로서의 갈릴레오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곡으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동료들은 언제나 어색하고 불편한 복장을 강요하는 사람으로 프레디를 이해했을지 모르지만, 현실과 실재,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나는 이것이 예술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게는, 어느 한 쪽으로도 흡수되지 않고, 정착의 유혹과 싸우며 견디는 것이 자기의 실존이 됩니다. 공연마다 프레디는 관객에게 공연을 통해 다른 세계의 경계에 서는 주문을 따라하도록 요청합니다. 

“에~오!“

나에게는 이것이 주문처럼 들렸습니다. 성경에는 우리의 삶이 나그네와 같다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나그네의 삶을 사는 동안 두려운 마음을 가지십시오"(베드로전서 1:17),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나그네와 거류민 같은 여러분에게..."(베드로전서 2:22), "이 사람들은 모두 믿음을 따라 살다가... 길손과 나그네 신세임을 고백하였습니다"(히브리서11:13). 그것은 종종 많은 소유를 탐하지 않는다 거나,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존재론적으로는 언제나 불안정한 경계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이성과 광기 사이에서, 실재와 상징계 사이에서, 잠재태와 현실태 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나 현실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깊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의 계시와 인도를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안식이 어디에 있는지, 나의 참된 바램과 소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보헤미안 랩소디(2018) 네이버 스틸 컷

종종 음악 공연이 종교에서 행하는 예배나 제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음을 소거하고 보면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예배에 '상한 마음'을 가지고 오라고 말하는데, 음악에 몰입할 때 우리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요. 예배를 드릴 때와 음악 공연을 볼 때 우리는 동일한 눈물을 흘리지 않나요. 사람을 죽이고 사형을 기다리는 가상의 인물 갈릴레오에 투영된 프레디의 삶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잠시 현실을 잊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나요. 청소년기에 퀸에 열광했던 팬으로서 저는 종종 프레디의 주문을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에 빠집니다. 

"에~ 오! 에~ 오! 에레레레 에레레오. 에~ 오, 에~ 오.... 리라리라 리라리라 리라리라 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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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기영은? 모기영 소식! 

안녕하세요, 모기영지기 기영이 입니다:)

2025년 8월 21(목),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변재란 이사장님의 초대로 강신일 집행위원장, 최은 부집행위원장, 박일아 프로그래머가 개막식에 참여했답니다.  올해의 개막작은 앙트와넷 자다온 감독의 <선샤인>(2024)으로, 화려한 영화제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강신일 위원장, 최은 부위원장, 박일아 프로그래머
강신일 위원장, 최은 부위원장, 박일아 프로그래머

 

문소리 배우님과도 한 컷!
문소리 배우님과도 한 컷!

 

 

개막선언하는 변재란 이사장, 황혜림 집행위원장
개막선언하는 변재란 이사장, 황혜림 집행위원장

 

손시내 프로그래머 개막작 소개
손시내 프로그래머 개막작 소개

 

 

개막작 <선샤인>은 필리핀의 앙트와넷 자다온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 수정곰상을 수상했다. 국가대표 체조선수 선샤인이 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겪는 일생일대의 난감한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아마도 선샤인처럼 전직 체조선수였던 것으로 보이는, 선샤인의 싱글맘 언니가 동생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이 묵직하게 남는다. 먼저 가 본길, 하고 싶은 말은 태산이겠으나 튀어나올 말은 그대로 삼키고 그저 꼭 끌어안아주는 어른 사람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최은 부집행위원장

올해 27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캐치프래이즈는 “F를 상상하라” 라고 합니다. 개막작 <선샤인>(2024)을 시작으로 8월 27일까지 다양한 국내외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니 관심가져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모기영도 11월 영화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답니다. 9월부터 본격 소식이 업데이트 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모기영 고고~~



글 : 최규창
편집 디자인 : 모기영 편집부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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