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간모기영 175호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추적>(2025)

2025.08.30 | 조회 503 |
0
|
주간모기영의 프로필 이미지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추적>(2025)

 강(江)과 관련해 어떤 추억들을 갖고 계신가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즐기는 라이딩, 콘크리트 둔치 위에서 돗자리 깔고 나누는 치맥 피크닉, 만개한 강변 벚꽃 아래에서 바라보는 노을진 풍경.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에 대한 기억은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본디 강의 모습이 일직선으로 정비된 형태가 아니라 바닷가의 백사장처럼 고운 모래가 가득 드리운 모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수십년 전만 해도 피서철이면 해변이 아니라 강변 모래사장 위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흔했을 만큼 우리의 강은 누구나 가까이 다가가서 물을 만질 수 있는 곳이었다지요.

과거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시민들 (출처-서울스포츠)
과거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시민들 (출처-서울스포츠)

강모래는 단순히 머물기 좋은 백사장이 될 뿐 아니라 물을 여과해서 강물을 맑게 하고 홍수와 침식을 조절하기에, 하천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모래톱이 남아 있는 강을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이제 강은 아무나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위험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명박 정권이 2009년 시행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강이 중장비로 깊숙히 파헤쳐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남구미대교 인근 4대강 공사 항공사진 (출처: damremoverkorea)
남구미대교 인근 4대강 공사 항공사진 (출처: damremoverkorea)

아, 4대강

 MB는 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 4개의 강을 모두 연결해서 배의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대운하 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전국민적인 반대에 부딛혔지요. 그러자 운하 계획을 철회하고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의 하천 정비사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의 핵심 내용은 4개 강의 바닥을 모두 수심 6m 깊이로 파고 언제든 배가 다닐 수 있는 운하로 기능하게 하는 토목공사였습니다. 사실상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이었지만 MB는 4대강 사업이 절대로 대운하가 아니라며 핏대를 세웠습니다. 생태파괴를 우려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을 언론 탄압으로 잠재우고, 로봇 물고기와 최첨단 정화시설을 이용해 오히려 강의 수질을 좋게 만들게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지요. 

남한강의 대표 습지인 바위늪구비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고 거대한 인공 호수만 남았다. 위에서부터 2009년, 2010년, 2011년 바위늪구비의 모습 ⓒ 4대강 사진작업팀 (출처 : 오마이뉴스)
남한강의 대표 습지인 바위늪구비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고 거대한 인공 호수만 남았다. 위에서부터 2009년, 2010년, 2011년 바위늪구비의 모습 ⓒ 4대강 사진작업팀 (출처 : 오마이뉴스)

2009년부터 시작된 MB의 4대강 삽질은 강의 허리에 총 16개의 수문을 설치하고, 15톤 트럭으로 3천만 대 분량에 달하는 모래를 긁어 올린 초대형 토목공사였습니다. 한순간에 서식지를 잃은 수많은 생명들은 그 자리에서 소멸하였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름답게 지켜주신 우리 강의 모래톱과 더불어 풍성한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던 4대 강은 그저 거대하고 단순한 호수로 변해버렸지요. 흐르지 않는 강물은 썩어갔고 인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 4대강 보의 재자연화가 결의되었지만 금강의 일부 보를 상시개방하는 데에 그쳤고, 그마저도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며 곧바로 원점으로 돌아가버렸지요. 4대강 사업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는 동안 막혀 버린 강은 지금도 계속해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수많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지요.

4대강 공사 이후 녹조가 가득한 강물의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4대강 공사 이후 녹조가 가득한 강물의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바로 지금 4대강 영화를 펼쳐내는 이유

17년 동안 끈질기게 MB의 4대강 사업을 추적해 온 최승호 감독은 그 과정을 담은 <추적>(2025)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다음 정권이 시작되는 시점에 꼭 4대강 사업의 머리부터 꼬리까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지요. 그러다 지난 12.3 내란사태가 발생하자 정권이 곧 바뀌리라는 것을 직감하며 영화 <추적>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전작 <자백>(2016)과 <공범자들>(2017)이 드러냈던 파급력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가진 힘을 경험했던 최승호 감독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맞이하는 시점에 가능한 많은 이들이 4대강 문제를 다시 직면하도록 돕기 위해 다시금 또 한 편의 영화를 벼려내었지요. 17년 간 이루어진 MB와 최승호의 추적의 이야기가 스크린 속에서 속도감 넘치게 펼쳐지는 동안 관객들은 웃고 울고 분노합니다. 현재 1.6만의 스코어를 기록중인 영화 <추적>의 극장 관람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전국에서 쇄도하는 대관상영 신청으로 여전히 관객들을 활발히 만나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50명의 관객을 모으면 영화 <추적>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 대관상영 신청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wYR6NTZIHQESxKZExklvJFb5pjRg4gGsDyn8MP4uQm-Ya_A/viewform)

영화 <추적> 대전 시사회 현장
영화 <추적> 대전 시사회 현장

국가폭력에 유린당하는 토착민들

최승호 감독의 전작 <자백>(2016)이 국정원의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얼굴을 비추었다면, <추적>은 4대강사업이라는 국책사업에 의해 희생당한 낙동강 토착민들의 얼굴을 담아내며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중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은 4대강 사업에 의해 강제로 수몰 당한 내성천과 금강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맑은 모래알 사이로 연중 1급수가 흐르며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보고가 되어주었던 내성천은 미국 환경계의 권위자 랜디 레스터 박사가 세계적으로도 찾기 드물 만큼 보호 가치가 높은 장소라고 극찬했던 지역이지요. 수백년간 그 강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금강마을은 4대강 영주댐 건설로 인해 송두리째 깊은 물에 잠겼습니다. 500년 고택을 지키던 주민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공동 주택으로 옮겨졌고, 1급수가 흐르던 자리를 가득 채운 진녹색 강물은 이제 식수로도 쓸 수 없는 썩은 물이 되었지요. 

 마을이 수몰당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저항했던 어느 주민은 언젠가 다시 고향의 풍경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조상의 묘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이제는 녹조로 뒤덮인 댐 한가운데 작은 섬처럼 떠오른 조상의 묘에 쪽배를 타고 찾아가 큰절을 올리는 토착민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자본에 눈이 먼 권력이 어떻게 지역의 생명과 역사를 파멸시키는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뼈아픈 우화로 느껴지는 장면이지요. 

상주보 상류의 4대강 사업 전후 비교 (사진: 박용훈)
상주보 상류의 4대강 사업 전후 비교 (사진: 박용훈)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

영화는 너무나 현재적인 재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지만 자연이 지닌 놀라운 회복력과 대안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델이라며 홍보했던 것은 독일의 강에 깔린 운하들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정부는 1989년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강을 재자연화 해 왔지요. 인공적으로 직선화하고 제방을 쌓았던 이자르강의 인공 시설물들을 모두 뜯어내고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다시 모래와 자갈을 깔고 강폭을 넓히는 노력을 10년 동안 해온 것입니다. 그 결과 뮌헨의 이자르강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강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재자연화가 이루어진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출처: muenchen)
재자연화가 이루어진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출처: muenchen)

영화는 처참히 파괴당했던 우리의 4대강에서도 자연의 회복력이 충분히 검증된 사실을 보여줍니다. 금강 세종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하자 극심했던 녹조가 사라지고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멸종위기 생물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죠. 모두 사라진줄만 알았던 소중한 생명들이 다시 돌아오는 환희의 장면들은 우리 강을 어떻게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종보 개방 후 금강에 돌아온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 (사진: 환경운동연합)
세종보 개방 후 금강에 돌아온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 (사진: 환경운동연합)

썩은 강, 썩은 교회

서울시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겠다던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교회들을 찾아 신앙간증을 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돌던 때를 기억합니다. 가난했던 자신을 잘 살게 해주시고, 서울시장직에까지 오르게 하신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우리나라도 위대하고 잘 사는 국가로 세워주실거라는 식의 레파토리였지요. 그렇게 기독교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MB는 언론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수백만년동안 흘러온 자연의 강줄기를 운하로 바꾸는 역사적인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강의 죽음과 교회의 죽음은 과연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강은 우리에게 늘 은유였습니다. 끝없이 흐르는 물줄기는 생명의 근원이자 신이 주신 은총의 표상이었지요. 막힌 강으로 흘러간 부유물들이 악취를 내뿜으며 부패해가는 것 처럼, 번영만을 좇던 교회가 썩어가는 풍경을 마주합니다. 강도, 교회도, 하늘의 은총이 막히지 않고 흐르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모기영 소식] 모모영 4탄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모기영지기 기영이 입니다 히히히. 

모기영이 추천하는, 모기영스러운 영화 ‘모모영‘ 그 네 번째 영화 소개가 유튜브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이번 소개작은 마이클 쇼월터 감독의 작품 <타미 페이의 눈>입니다. 이 작품은 예전 모기영의 영화읽기 모임으로 운영되었던 ‘모기수다‘ 시리즈에서 함께 보고 수다떨었던 작품이기도 하죠. 

첨부 이미지

1970-80년대 TV전도사로 큰 주목을 받았던 짐과 타미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제시카 차스테인과 앤드류 가필드의 명품연기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추천하신 강도영 실행이사님의 친절한 소개로 만나보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반짝 희소식!!!

+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제7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소식은 9월의 시작과 함께 본격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 부탁합니다. 

8월의 마지막 주 입니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건강하고 무탈한 9월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9월에 만나요! 

 

 

 / 강원중

편집디자인 /  모기영 편집부

2025년 8월 30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을 향한 응원을 남겨주세요. 
✿˘◡˘✿

 

첨부 이미지

 

Copyright © 2023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All rights reserved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주간모기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