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간모기영 157호

[최규창의 따옴표] 영화 <마리아>(2024)

2025.04.26 | 조회 391 |
0
|

최규창의 따옴표

불행의 축복 - 영화 <마리아>(2024)

영화 <마리아> 스틸컷
영화 <마리아> 스틸컷

 

"행복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하죠"

 

위대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영화 <마리아>에서 그녀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이렇게 말한다. 삶은 절대적인 상태가 아니며, 관조하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은 삶의 힘든 대목에서 세상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다. 인간이 서로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각자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타인은 마주하는 세상의 한 부분일 뿐, 나와 동시에 행복하거나 고통 받는 이는 아닌 것이다. 결국 삶은 각자의 행복과 고통이 엇갈리고 교차하는 집합이고, 인간의 성숙은 이렇게 주고 받는 영향 안에서 계속 변화하며 그 차이가 줄어들어 하나의 깨달음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가능해 진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마침내 이런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가 바로 죽을 때가 된 것이라는 것, 이 또한 사실이 아닌가.

그래서 삶의 마지막은 항상 중요하다. 이 때만큼 진지하고 고양된 의식을 지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는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꼈을 때, 이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삶의 의미들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 우리집 고양이를 가장 오래 가까이 들여다본 것도, 우리 집에 존재하는 수 많은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 것도, 예전에 만났던 친구의 힘든 인생이 불현듯 떠 올랐던 것도, 내가 힘들어서 잠을 자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영화 <마리아> 스틸컷
영화 <마리아> 스틸컷

세상과의 교류가 강하고 활발했던 유명한 이들의 생의 마지막은 종종 훌륭한 영화의 소재가 된다. 불행한 가족사와 순탄치 못했던 연애사를 겪으며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던 이 천재적인 예술가는, 행복과 아름다운 음악이 병행할 수 없음을 말하며 자신의 삶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암시한다.

"이젠 나 자신을 위해 노래하려고요" 하지만 한 남자만 바라보던 사랑이 행복이라고 믿으며 오랜 세월 노래를 떠나 있던 그녀는, 정작 이 깨달음을 왔을 때 이제 더 이상을 노래를 할 수도, 무대에 오를 수도 없는 상태로 심한 우울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극한 고통 속에서 그녀는 자기에게 노래가,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첨부 이미지

<재키>(2016), <스펜서>(2021)을 연출하며, 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한 여성들을 그려온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이번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 인물을 앉혀 놓고 우리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헌가'를 묻고 있다. 다이애나 스펜서가 왕실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을 찾기로 했듯, 마리아도 자기의 노래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추구했던 행복이 아니라, 싫든 좋든 자기가 지나왔던 불행한 삶의 발자국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마리아> 스틸컷
영화 <마리아> 스틸컷

<모순>(양귀자)의 주인공 안진진은, 바람 잘 날 없이  삶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엄마보다, 유복하고 걱정 없이 사는 쌍둥이 이모를 늘 부러워한다. 그러나 엄마의 삶은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고, 오히려 이모가 삶의 권태를 이기지 못했음을 발견한다. 흔히 행복이라 불리는 '걱정 없는 삶'은 오히려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예술로서의 삶은 행복에서 오지 않는다. 그 행복은 파란 알약을 먹고 현실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때 나타나는데, 예술은 빨간 알약을 먹고 이면의 삶의 본질을 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은둔기계>(김홍중)에서 말하듯, 예술의 핵심 상태는 '트러블'인 것이다.

 

... 상처가 푸르게 부었을 때 바라보는 강은 더욱 깊어지는 법.... 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파도로 흘러가고... 내 고통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고독의 깊이> 기형도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글 : 최규창
편집 디자인 : 강원중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 있으면
아래 버튼을 눌러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첨부 이미지

Copyright © 2023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All rights reserved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주간모기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2024년 주간모기영 150호

[6회 모기영 폐막] 제6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大성황리 폐막!. [제6회 모기영 大성황!] 여섯번째 모기영이 약 800여 명의 역대 최다 관객을 만나는 큰 성황을 이루며 폐막하였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는 ‘곁의 얼굴’이라는

2024.11.30·조회 668

2025년 주간모기영 153호

[최규창의 따옴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4). 최규창의 따옴표 삶은 항상 권태롭다 -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4) "아름답든 추하든 평범해선 안돼"

2025.03.22·조회 714

2025년 주간모기영 152호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영화 <브루탈리스트>(2024)".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 열 아홉 번째 방: 영화 (2024) 한 줌의 온기 건축학적 지식이 좀 더 있었다면 이 영화에 대해 보다 풍성한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

2025.03.08·조회 643

2025년 주간모기영 151호

[최은 취미와 취향 : 개봉영화 권해드림] <미키17>(봉준호, 2025). [최은의 취미와 취향 : 개봉영화 권해드림] <미키17>(봉준호, 2025):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름’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이자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세 번째 작품인 <미

2025.03.01·조회 859

2025년 주간모기영 164호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2015).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 스물두 번째 방, 영화 (2015) 잔존하는 것 이 영화의 중심 질문이기도 한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일까요?’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해볼까요. 2007년

2025.06.14·조회 577

2025년 주간모기영 168호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3).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 스물세 번째 방, 영화 (2023) 당신의 그늘

2025.07.12·조회 301
© 2026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