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간모기영 176호

[최은의 취미와 취향] <좀비딸>(2025) 이것은 아빠가 딸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25.09.06 | 조회 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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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의 취미와 취향]

<좀비딸>(2025) 이것은 아빠가 딸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 전 <조폭 마누라>(2001)가 조폭의 마누라가 아니었던 것처럼, <좀비딸>도 좀비의 딸이 아닙니다. ‘나의 딸이 좀비’인 이야기죠.

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를 피하다가 정환(조정석)의 중학생 딸 수아(최유리)가 어린이 좀비에게 팔뚝을 물렸습니다. 정환은 좀비가 되어가는 수아를 데리고 모친 밤순(이정은)이 살고 있는 고향 응봉리로 피난을 가는데요, 감염된 좀비는 무조건 사살되는 계엄 상황에서 정환과 밤순은 수아를 끝까지 숨겨 돌보기로 결심합니다.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여름 한복판에 개봉해서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좀비딸>은 입소문을 탄 덕에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540만을 넘어섰습니다. 한 달 넘게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는 영화로도 근래 드문 일이지만 올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첫 한국영화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죠. 2018년부터 2년 가까이 연재되며 전 세계 누적 5억 뷰 이상을 기록한 이윤창의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 원작입니다. 영화화되기 전 EBS 1TV에서 애니메이션 시리즈물로도 방영되었어요.    

호랑이와 고양이와 딸

정환은 맹수도 마이클 잭슨 춤을 추게 하는 유능한 사육사인데요, 원작에서 번역가였던 정완을 호랑이 사육사로 각색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영화에서 사육사로서 정환의 전문성과 실력은 좀비가 된 딸이 사람을 물지 않도록 훈육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는 눈을 깜빡이는 ‘고양이 키스’처럼 반려묘 애용이를 대하는 방식으로 수아에게 애정표현을 가르치기도 하죠. 반면 호랑이도 잡을 것 같은 수아 할머니는 매서운 눈빛과 효자손 하나로 좀비 손녀딸을 제압하곤 합니다. 이 사실은 수아가 할머니의 효자손 ‘맴매’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어요. 세상에, 수아는 ‘기억하고 생각하는’ 좀비였던 거죠.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부산행> 같은 좀비영화보다는 이 영화가 <감기>류의 감염병 영화들의 계보에 가까운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대뇌피질의 기억세포가 자극되면 좀비 바이러스가 약화된다는 설정 덕분에 수아가 호전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능하고, 따라서 수아 좀비는 제거되어야 할 괴물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환자’이며 아직 생명을 지닌 인간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좀비 바이러스(GAR)는 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또는 코비드(COVID)와 유사합니다. 마침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요.

물론 상황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응봉리로 숨어든 정환과 수아는 정환의 친구 동배(윤경호)의 예기치 않은 방문과 첫사랑 연화(조여정)의 오지랖으로 차례로 위기를 겪게 되죠. 응봉리 주민들이 의심하기 시작한 것도 문제였어요. ‘좀비 청정마을’로 표창을 받은 응봉리의 이장님은 손녀딸이 왔다더니 어디 있냐고, 왜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고 따지고 들죠.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하라고요. 학교에 간 <두사부일체>의 조폭 두목처럼, 이제 좀비 딸도 학교에 가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와 친구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펜데믹과 계엄과 공동체

코로나 펜데믹과 계엄 등 지난 5년 동안 한국사회가 겪어온 여러 국가위기상황 덕분에 <좀비딸>을 보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어렵습니다. 감염자를 국가에 신고해야 하고 격리조치해야 했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 우리에게도 있었지요. 실제로 원작 웹툰이 연재되던 시기는 펜데믹 기간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아네 가족의 결정을 딸에 대한 싱글대디의 애틋한 부정과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복잡한 사정이 우리 관객들에게는 있습니다. 가족 이기주의와 교회와 종교단체의 집단이기주의가 어떻게 공동체에 불안과 위해가 되었는지 코로나 유행 초기에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영화가 좀비로부터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아를 위협했던 동배와 연화를 쉽게 악마화하지 않는다는 점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그보다는 조심스럽게 ‘사람이라면,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묻지요. 단, 감염자 신고보상금을 노리고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어느 인간(조한선)을 악마화하는 일에는 제법 단호합니다만.

결국 동배와 연화는 좀비 혐오자에서 서서히 ‘전향자’가 되고 ‘조력자’가 됩니다. 수아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인정하려면 그들도 흥분과 두려움을 거두고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좀비 바이러스로 잃고 검도를 배워 최고의 좀비퇴치사자 된 연화는 술에 취해 정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어요. “너와 같은 상황에서 난 다른 선택을 했어!” 라고 말하며 정신줄을 놓은 듯 울다 웃다 팔을 휘두르며 몸부림을 하던 연화 역의 조여정은 애잔하고도 우습고도 기묘하게 사랑스러웠습니다.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은 결국 아빠가 딸을 지키는 이야기인데요, 정환이 보통의 싱글 대디가 아닌 것, 한 번도 엄마나 아빠가 되어본 적이 없음에도 이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한 동배와 연화, 눈앞에서 자녀를 잃는 것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고 있는 할머니 밤순의 눈물 나는 연대와 돌이킴과 돌봄이 이 영화를 부성을 동력으로 하는 평범한 가족이야기와 다르고, 한때 “내 아이는 내가 구한다!”는 불타는 사명감에 몸을 던졌던 숱한 범죄 스릴러들과도 다른 특별함을 만들어냈다 싶습니다. 저는 지금 공권력이 더 이상 내 가족, 내 핏줄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오로지 혼자 뛰어다니던 용감한 엄마들과 아빠들,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븐 데이즈>(2007) <마더>(2008) <그놈 목소리>(2007) <오로라 공주>(2005)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파괴된 사나이>(2010) 등등이 떠오르는군요. 그 사이 우리는 세월호와 이태원과 펜데믹과 계엄의 공포를 함께 휘청휘청 건너왔네요.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좀비딸>(필감성, 2025) [이미지출처: KMDB]

그리고 고양이 애용! 씬 스틸러인 이 사랑스러운 친구는 실로 열 호랑이 안부럽습니다. 연기상 하나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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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영 소식]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7회 모기영 개최소식!!

안녕하세요, 모기영지기 ‘기영이’입니다. 드디어 올해 모기영 개최날짜와 장소가 공개되었습니다.

소리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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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일시: 2025. 11/14(금) - 11/16(일)  
장소: 홍대 상상마당시네마
주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올해의 주제인데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과연 모기영이 새롭게 탐색하는 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오늘부터 11월까지, 꾸준히 7회 모기영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더 자세한 것은 모기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최은
편집디자인 모기영 편집부

2025년 9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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