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72호

[은프로의 이책저책] “피노키오의 모험”(1883)과 "피노키오", [모기수다시즌2] 2월의 모기수다 초대

2023.02.04 | 조회 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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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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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프로의 이책저책]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1883)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

엇.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죽은 아들이 있었던가요? 이름이 무려 카를로라고요? 카를로 콜로디의 그 카를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피노키오>가 시작되자마자,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 아들을 잃고 거의 폐인으로 살던 제페토는 술에 취하고 잔뜩 화난 상태에서 피노키오를 조각하다 말고 잠이 듭니다. 밤새 나무 요정이 나타나 피노키오를 움직이고 말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어주죠. 그렇다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에서처럼 제페토가 잠들기 전 푸른 별을 향해 예쁘게 소원을 빌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점점 혼란스러워집니다. 게다가 델 토로의 제페토는 얼핏 인자한 아버지보다는 차라리 괴물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제페토가 아니라 요정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동화책과 디즈니 그림책 외에는 피노키오 완역본을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죠. 그래서 읽어보았습니다,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1883)을요.

원작에서 만난 제페토 할아버지는 디즈니 버전에서처럼 버젓한 목수도 아니고 델 토로 영화처럼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지하방에 사는 가난한 노동자였더군요. 아기고양이와 금붕어요? 그런 친구들 없습니다.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만든 것도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먹고 살 방도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통나무를 구하러 버찌 할아버지를 찾아간 제페토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빵과 포도주를 얻을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유랑극단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귀얇고 철없는 피노키오보다 그를 만든 아빠가 먼저였습니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작가 카를로 콜로디도 한때 유랑극장을 운영했다고 해요. 1826년 피렌체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카를로 콜로디는 신학교에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서점과 출판사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문인들과 교류하며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경험했습니다. 극장을 운영하면서 순회공연을 했으며, 오랜 기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정치와 세태를 풍자하는 글들을 썼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놀기 좋아하다 당나귀가 되는 아이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따라서 본국 이탈리아에서는 권선징악의 전래동화 이상으로, 현실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50년에 가까운 통일운동 끝에 1861년 드디어 통일국가를 이루었는데요, 서민들은 빈곤하고 정치는 불안정한 와중에 하나의 국가라는 정체성과 애국심이 절실했고요, 낙천적이고 유흥을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특히 교육과 근면성실의 가치를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었죠.

원작의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배경을 무솔리니 통치하의 이탈리아로 옮겨온 것은 대단히 독창적이고 명석한 각색입니다.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통일 이탈리아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에 관해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폭력적인 역사를 소환해서 오늘날 대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겠지요.

<피노키오>(기예르모 델 토로, 2022). [이미지 출처:다음영화]
<피노키오>(기예르모 델 토로, 2022). [이미지 출처:다음영화]

먼저,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정치와 예술과 종교를 언급한 방식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단지 전투기의 무게를 덜기 위해 마을에 폭탄을 투하한 군대의 무차별적인 폭력은 제페토의 하나뿐인 아들 카를로의 목숨을 앗아갔어요. 제페토가 십자가상을 만들고 있던 성당에서요. 그 날 이후 제페토는 그 일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신심을 잃었다고 보아야겠지요. 제페토가 다시 십자가상 작업을 시작한 것은 피노키오를 만든 후였어요. 피노키오는 나무로 만든 저 사람(그리스도)은 모두 좋아하는데 왜 자기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거냐고 제페토에게 묻습니다. 성당의 신부(종교)와 파시스트 시장(정치)이 특히 이 말하는 나무인형을 악마로 여겼죠. 다른 한편으로는 유랑극단의 주인 볼페 백작(예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곧 이 세 부류의 인물들이 모두 피노키오를 환영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바로 피노키오가 죽지 않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어요. 십자가에서 부활한 그리스도만큼이나, 그들에게 피노키오는 이용가치가 있는 자산 같은 거였어요.
파시스트 시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불멸의 존재라니, 조국을 위해 싸우는 최고의 병사가 될 거다!” 논에 눈 먼 극장주는 이렇게 말하죠. “예술이여, 영원하라!”

볼페 백작과 피노키오는 무솔리니를 위한 공연을 준비해요.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볼페 백작과 피노키오는 무솔리니를 위한 공연을 준비해요.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이 영화에서 원작에 대한 가장 독창적인 해석은 이처럼 죽음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영화에서 세 번 죽습니다. 하지만 매번 다시 살아나지요. ‘규칙’을 알려준 죽음의 여신은 피노키오는 생명이 없으니까 죽을 수도 없는 거라고 말합니다.

아빠에게 사랑받는 ‘카를로’가 되고 싶었고 인간 아들이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한 치 의심도 없이 믿는 피노키오와 관객들을 잠시 멈춰 세워, 영화는 ‘정말 그럴까요?’ ‘그런데 인간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이죠?’ 라고 묻습니다. 죽음의 요정이 말하듯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유한한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거죠. 그래서 피노키오는 착해져서 인간생명을 선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스스로 결단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영원히 살 건지, 사랑하는 이들을 살리고 그들과 한정된 시간을 함께 살 것인지 말이지요.

요정은 말했어요. 인생이 아름답고 귀중한 것은 그것이 한번 뿐이고 짧기 때문이라고요. 그 유한하고 귀한 삶을, 자신이 아닌 것을 흉내내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처럼 비참한 일도 없겠지요. 지켜야 할 내편과 가족뿐만 아니라 강자의 편에 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한없이 약한 존재로 드러난 친구들(리틀 파시스트 캔들윅과 백작의 원숭이 스파자투라)과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게 된 것도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지닌 큰 미덕입니다.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최근 몇 년 사이 세 편이나 영화로 제작되었어요. 델 토로의 넷플릭스 <피노키오> 외에 디즈니에서 82년 만에 리메이크한 <피노키오>(2022)(톰 행크스 주연,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와 로베르토 베니니가 제페토를 연기한 이탈리아 영화 <피노키오>(2019)가 있습니다. 베니니는 2002년 자신이 직접 연출한 작품에서 피노키오를(51세 어린이!) 연기하기도 했죠. 착하고 익숙한 피노키오를 만나시려면 톰 행크스의 디즈니 버전을,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린 각색으로는 로베르토 베니니 주연의 <피노키오>를, 독창적이고 심오한 작품을 원하신다면, 단연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권해드립니다.


[ 모기수다 시즌2 ]

🎬 2월의 모기수다에 초대합니다!
모기영의 영화감상 모임인 ‘모기수다’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에 모입니다.
2월의 모기수다 작품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입니다.
📍 시간 : 2023년 2월 11일(토) 오후 3시
📍 장소 : 추후 공지 - 모기수다 오픈카톡방
📍 참여신청 및 문의 : 모기수다 오픈카톡방 
* 모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오픈 카톡방에 부담없이 입장하셔도 됩니다 :)

[ ▲ 이미지 클릭 - 모기수다 오픈 카톡방 입장 (코드:cfffe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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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 2023년 1월 1-31일 기준

강도영 강원중 구귀남 김대현 김명관 김영준 김응교 김재균 김준수 김지향 김진선 대지교회 박일아 박은영 박준용 박진성 박진숙 박현선 박현홍 송정훈 신동주 오늘교회 이동은 이범진 이유혁 이종화 장다나 정민호 조소희 지은실 최규창 최현 님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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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되어 있다는 농담이 떠돌던 때가 있었지요.

피노키오의 ‘장난감 나라’에서 일주일은 여섯 번의 목요일과 한 번의 일요일인데, 목요일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곳에선 아이들이 당나귀가 되죠.^^;)

새삼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에 감사해봅니다. 여러분의 주말시간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타박타박 쌓아가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은 수석프로그래머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2월 4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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