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의 여기저기]
타나카 카츠야의 “미니어처 라이프-미타테 마인드”(MFX 갤러리 2024.3.2.-2024.6.10.)
예쁜 것들을 보자, 싶을 땐 인기 있는 전시 정보를 뒤집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거나 한껏 말랑말랑해지고 싶을 때 곧잘 하는 일입니다. 소문이 무성한 타나카 카츠야의 미니어처 전시는 두 번 생각할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어요. 곧 종료되는 전시라서 며칠 전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넋을 놓고 셔터를 누르며 전시장 일곱 섹션을 돌아다니는 동안 많이 웃고 신기해하고 놀라고 질투하고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의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 카츠야는 2011년부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공개해왔습니다. 고갈되지 않는 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전시 주제인 ‘미타테 마인드’는 일본어 ‘미타테노 쿠마타테’를 변용한 것입니다. 일본 고유의 미학으로, ‘사물을 새롭게 다시 바라보는 마음’을 의미한다고 해요. 과연 전시장에서는 일상의 친근한 재료들이 완전히 다른 사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쵸콜릿은 책장이 되고 안락의자가 되고, 껌이 침대와 소파 세트가 되고, 세면대가 리조트 풀장이 되고, 일회용 푸른 마스크는 수영장, 햄버거는 기차, 콘텍트 렌즈는 우산이 되고, 아이폰 카메라는 욕조가, 이쑤시개는 사우나가 되어 있네요. 제목을 붙이는 방식도 기발해서, 길다란 팽이버섯 모자를 쓴 쉐프가 등장하는 작품에는 “팽팽한 모자”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물론 의역이지요.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Head Chef”입니다. 제목과 아이디어와 사진 이미지와 미니어처 실제 구조물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자면 작가의 천재성에 홀린 듯 매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늘 방귀’를 재현한 사진에서는 피식, 방귀소리 같은 웃음이 절로 새 나오고요.
그래서였을까요. 관람을 마치고 아트숍에 도달했을 때에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작품들을 곱씹어볼 수 있었어요. 아마도 죽 늘어선 엽서와 클리어 파일들 중 지갑을 열 만한 것들을 선별하느라고 조금 냉정해진 까닭이겠지요. 문득 이 전시의 아쉬움과 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다림칩”이라는 기발한 작품에서 감자칩을 다림질해서 열심히 주름을 펴고 있는 것은 여성이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서류가방을 들고 차에서 나오는 ‘맥북 남성’은 전형적인 남성 가장입니다. 아내와 자녀들이 나와 그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식빵으로 만든 소파에 앉은 가족도 아기를 안은 엄마와 다리 꼬고 앉은 아빠를 포함한 전형적인 ‘4인+α 가족’의 이미지고요, 앞서 ‘팽팽한 모자’를 쓴 ‘헤드 쉐프’를 포함해서 – 집안일을 하는 주부가 아니라 - 전문적인 요리사는 모두 다 남성이네요. 김밥 그래프를 놓고 열중하고 있는 중역회의는 양복 입은 남자들의 일상이고요. 이런 예를 적잖이 꼽아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재발견’된 소재에 비해 재현된 이미지와 작품의 감수성은 전혀 ‘재’발견을 거치지 못한 것이 작가의 한계인 것을 알겠습니다. 이런 유형의 일상성 중 가장 찜찜한 것은 “초밥이 옷을 사러 왔어요”라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색감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 앞에서 오래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어려워서 그냥 ‘재밌네.’ 생각하며 지나쳐왔던 정체불명의 거부감이 작가의 감수성의 도량을 인지하고 나면 이제 분명해집니다. 작품 속 매장 옷걸이에 걸려있는 희고 붉은 초밥의 ‘옷’들은 누군가의 ‘살점’이었으니까요.(네네, 저도 생선초밥 무척 좋아라하고 잘 먹습니다....ㅠ)
그의 작품을 즐거워하는 수백 만 명 중 1인으로서, 진심으로 작가의 감수성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재현을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먼 그에게서 ‘일상’의 아이디어가 하루빨리 고갈되기를 바라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가가 ‘세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전시장 마지막 섹션은 “World”라는 타이틀로 마련되어있습니다. “전쟁반대”라는 작품이 마지막에 위로가 되었어요.
작가는 말했어요.
“예술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요.
그러니까요. 그 ‘다른’ 시각이 소재와 표현 뿐 아니라 소수자와 약자의 감수성에까지 달음질쳐 미치기를 바라며, 예술의 존재 이유를 말하는 작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1981년생, 40대 초반의 연령은 아직 올드해지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이고, 당신의 날아다니는 창의력과 천재력은 진부한 일상을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반복 재현하는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고, 누군가가 타나카 카츠야에게 꼭 귀뜸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기영 시사회 소식] 난니 모레티의 <찬란한 내일로>(2023)
모기영 후원자를 위한 시사회 잘 마쳤습니다.
<찬란한 내일로>는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감독 조반니는 1956년이 배경인 시대극을 만들고 있어요. 영화의 주인공은 1950년대 이탈리아 공산당 신문의 편집장인데요, 이 사람은 감독 조반니의 분신입니다. 난니 모레티의 본명이 조반니 모레티이기도 하죠.
<찬란한 내일로>에는 공산당원으로서 편집장의 정치적 신념과 영화감독으로서 조반니/모레티의 영화에 대한 고집과 신념이 나란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찬란한 내일로’ 가기 위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끝까지 지켜내고 어떤 부분들을 자유롭게 풀어가고 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올해 일흔 살인 난니 모레티 감독은 변화하는 영화 환경과 문화 속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고민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사회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이 오랜만에 신선하고 유쾌하고 희망적인 작품을 보아서 즐거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좋은 영화를 알아봐주시는 관객과의 만남은 모기영이 이 일을 지속하는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모기책방 시즌2] 잘 마쳤습니다!
석달 동안 기독교와 문화에 관한 다섯 권의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각자 바쁜 일상 중에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매번 고지를 함께 넘는 동지애와 반가움이 컸답니다.
모기책방은 잠시 쉬고 시즌2로 돌아옵니다. 주저하느라 시즌1을 놓치셨던 분들께서는 이번에는 꼭 함께해주시리라고 믿고, 함께 읽을 책들을 잘 찾아보겠습니다.
곧 만나요!
소중한 정기후원 감사드립니다 ❤️
* 2024년 5월 1-31일 기준
강나루 강도영 강원중 강종철 구귀남 길섶교회 김대현 김동석 김명관 김미지 김소혜 김영준 김재균 김지향 김진선 김현주 김혜영 김희라 대지교회 류현 문형욱 박성민 박은영 박일아 박재우 박준형 박진숙 박현선 박현홍 배재우 서경희 송정훈 신동주 신원균 심에스더 엄태미 윤선정 이강희 이동은 이범진 이신석 이유리 이유혁 이정식 이호정 장다나 정민호 정시안 지은실 채송희 최규창 최은 최재용 최현 한송희 한유정 님 (*사무국의 실수로 김진선, 배재우님의 성함이 지난 여러 회차 동안 누락되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소중한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에 감사드립니다.
휴.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는 매년 가을에 나흘 동안 개최되지만, 보시다시피 모기영 사무국은 1년 내내 돌아가고 있습니다. 주간모기영 발간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상시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주간모기영 구독을 널리 권해주시고, 혹 마음이 동하시면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으로 함께해주시면 모기영의 활동에 큰 격려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글 최은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4년 6월 1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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