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 믿음”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나는 홀연히 옥희도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 그는 바로 그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박완서, 『나목』(1970)에서.
박완서 선생의 첫 소설 『나목』에 나오는 화가 옥희도씨는 박수근 화백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선생이 박수근 화백의 부고를 읽고 『나목』을 쓰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박수근과 박완서 두 사람은 전쟁기인 1952년 무렵 미군 PX에서 처음 만났어요. 박수근은 여기서 약 1년여 동안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 일했고요, 박완서도 PX 점원이었습니다. 박완서 작가가 보았던 대로,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하고 색채가 화려하지도 않지만 나목이 품고 있는 매력은 그 묵직함과 무던함, 그리고 무엇보다 봄이 오면 다시 새싹이 돋고 꽃이 필거라는 믿음과 희망입니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회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2021.11.-2022.3.1.)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한 기획입니다. 소설 『나목』에서 언급된 표제작 <나무(나무와 두 여인)>(1962)도 좋았지만, 저는 <귀로>(1964)라는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앙상한 나무 두 그루가 중앙에 나란히 서 있고 그 아래 바구니를 머리에 인 엄마와 아들이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죠. 중경에는 두 여인이 왼쪽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후경에는 언덕 위로 집들이 보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이 두 그루의 나무를 중심으로 화면 가득 찬 구도로 표현되어 있어요. 그런데 고되기보다는 뿌듯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먼 길을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 이 커다란 나무들을 만나면 엄마도 아이도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돌아갈 집이 있고 붙잡을 손이 있고, 봄이면 꽃과 잎으로 가을이면 단풍이나 열매로 귀가를 앞장서 반겨줄 큰 나무 두 그루 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할 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지는군요.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습니다. 나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립니다.
박수근
장프로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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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
새해 첫 날 2022년 첫 뉴스레터 보내드렸는데, 이번에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에 인사드리게 됐네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는 우리를 바짝바짝 말라붙은 나목처럼 꺼멓게 벌거벗겨 놓았지만, 올해는 어떻게든 더 나은 모양으로 봄을 맞게 될 거라는 믿음이 우리 삶에도 반짝이기를, 기원해봅니다. 설 연휴동안(1.31-2.2) 덕수궁 박수근 전시회가 무료로 개방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드리면서요.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1.29.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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