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시골에서 올라온 나에게 서울의 구멍가게는 별천지였다. 달달한 불량식품 가득한 신세계였다. 아빠가 동전이라도 주시면 쪼르르 달려가 달콤한 간식 하나 사 먹고 행복해했다. 해가 저물고 동네가 어두워져도 가게 앞은 전봇대 가로등 불빛으로 환하게 밝아 저녁 먹고 나온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한바탕 놀아대는 신나는 놀이터가 됐다. 다방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신발 감추기 등을 하며 맘껏 뛰어 놀고 머리 맞대고 달고나 해 먹던 최고의 놀이공간이었다. 유년 시절 가장 즐거운 기억이 구멍가게에 숨어 있다.”(17쪽)
-이미경, 『동전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남해의 봄날, 2017) 에서.
한양수퍼, 삼거리슈퍼, 복희슈퍼, 만세상회, 그리고 행복슈퍼... 어느 동네에나 있었을 법한 가게 이름들이 무심하고도 정겹습니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것보다 수평으로 내려앉은 것, 반짝이는 것보다 낡고 오래된 것, 잘 가꿔진 잔디와 화단을 깔고 앉기보다 벚나무 버드나무 자목련 혹은 오래된 은행나무의 품 아래 몸을 낮추어 단단하고 평평한 모양을 한 가게들입니다.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그림들을 보고 나면 그간 세련되지 못했거나 낡았다고 거들떠보지 않았던 오래된 물건들과 풍경들이 한동안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엄마가 “너 가져라” 하셔서 못이기는 척 들고 온 유행지난 접시며 오래된 찻잔들이 유독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요. 미닫이문을 열면 ‘점빵’ 식구들의 살림이 어쩔 수 없이 훤히 눈에 들어오던, 지금은 얼굴도 잘 생각이 안 나는 동창생네 가게가 생각나네요. 그 친구 이름이 ‘전기’였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구에게나 구멍가게에 담긴 추억 하나쯤은 있겠지요.
20년 넘도록 전국의 구멍가게들을 찾아 작품으로 남긴 이미경 작가의 열정이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화로 도톰하게 덧칠하거나 수채화나 수묵화로 쓱쓱 그린 그림들이 아니라, 잉크와 펜으로 서걱서걱 그린 세밀화들입니다. 풍파와 노화를 견디며 오랜 세월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킨 존재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담았겠다 싶었습니다.
이제 겨우 3년째. 그야말로 영화계의 구멍가게처럼 시작한 햇병아리 모기영은 30년쯤 후 어떤 그림으로 기록되고 기억될 수 있을까요. 그때도 우리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까요? 😇
1.[장찬실의 3회 포스터 톺아보기] “모기영은 복도 많지”
이번 주 [영화로운 모기씨]에서는 모기영의 재주 많은 장프로가 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포스터 3종의 디테일을 소개해드립니다. 올해 포스터는 ‘디어라이프’ 박래환 디자이너 작품입니다. illust @atelier__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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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난한 자들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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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주간모기영]에서 말씀드린 대로, 모기영은 올해 생존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많이 가난해진 것을 보니, 이제 복을 받을 때가 되었나 기대하면서, 사심 가득히 말씀을 펼쳐 들고서요.
엇. 그런데 유진 피터슨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군요.
휴우. 그래도 벼랑 끝은 싫은데요, 우리는 이미(아직) 충분히 작은걸요...... 이러면서,
매일 분열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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