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의 ‘ 그 영화 봤어요?’]
신의 악단(2025): 광야를 지나서, 그들이 도달한 곳은 어디인가
<신의 악단>의 선전을 보며 생각이 많아집니다. 개봉 3개월 차에 들어선 3월 5일 현재 <신의 악단>은 14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요, <건국전쟁>(2024)이 117만 관객을 동원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몇 주 째 사뭇 진지하게 이 현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극우 역사관과 보수기독교 세력의 결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면, 극영화인 <신의 악단>에서는 사회가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한 영화의 조심스러운 접근방식과 그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눈에 들어옵니다.
![<신의 악단>(김형협, 2025) [이미지출처: KMDB]](https://cdn.maily.so/du/cff4every1/202603/1772805407683337.jpeg)
기독교인들을 색출하여 처단하는 일을 해온 북한 보위부의 소좌 박교순(박시후)에게 국제 NGO 지원금 2억 달러를 받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찬양 부흥집회를 성사하라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7년째 소좌인 교순에게 이 일은 잘만 해내면 큰 공을 세워 진급하고 10년째 사귀고 있는 연인과 결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거나 옷을 벗어야 할 일이기도 했죠. 박교순의 라이벌인 대위 김태성(정진운)이 공명심을 경쟁하며 박교순을 감시하고 압박하는데, ‘승리악단’이라는 무명의 악단을 섭외해서 오디션을 치른 끝에 두 사람이 직접 찬양단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가짜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교순과 태성은 노래연습 뿐 아니라 기도회도 성경공부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 악단 사람들, 가짜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짜처럼 기도하고 성경과 예배행위에도 제법 능통한 것 같은데요?
![<신의 악단>(김형협, 2025) [이미지출처: KMDB]](https://cdn.maily.so/du/cff4every1/202603/1772805468438606.jpeg)
경제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에서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연다는 <신의 악단>의 이야기는 1994년 평양 칠골교회에서 있었던 빌리 그레이엄 초청 부흥회 당시의 사건에 상상을 더한 것입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가짜(연기)’나 ‘연습’이라는 알리바이 덕에 찬양집회나 예배와 성경공부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처럼, “은혜”와 “광야를 지나며”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같은 유명한 CCM과 찬송가가 한국 대중영화에서 당당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영화가 실화라는 알리바이에서 출발했고, 음악 영화 또는 ‘블랙 코미디’라는 외양을 입은 덕분입니다.
<신의 악단> 이전에는 북한의 지하교회를 다루어 큰 충격을 남겼던 <신이 보낸 사람>(2013)과 탈북 이슈를 다룬 <크로싱>(2008)이 있었지요. 두 작품의 무겁고 참혹한 분위기를 떠올리면 <크로싱>과 <신의 악단>, <신이 보낸 사람>과 <신의 악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우선, 소울 뮤직과 흑인들의 예배와 찬양을 ‘한’의 정서와 연결했던 다큐멘터리 <블랙 가스펠>(2013)과 삼엄한 전쟁기의 춤과 노래를 소재로 한 <스윙키즈>(2018), <님은 먼 곳에>(2008), <오빠생각>(2016) 같은 영화들이 생각납니다. 감옥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을 다룬 <하모니>(2010)도 있었네요.
![<신의 악단>(김형협, 2025) [이미지출처: KMDB]](https://cdn.maily.so/du/cff4every1/202603/1772805521853931.jpeg)
<신의 악단>은 <신이 보낸 사람>이나 <크로싱> 대신 <오빠생각>과 <스윙키즈>의 뒤를 따릅니다. 북한의 참상을 알리거나 연민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희생과 가족사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 은혜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가 된 것이죠. <신의 악단>은 이 일을 꽤 명민하게 해냈습니다.
기독교를 전면에 앞세운 이 영화는 대중 관객을 고려한 여러 안전장치들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교순이 처음으로 음악에 반응하고 악단에 마음을 열게 된 것은 찬송가가 아니라 리만수(한정완)가 부른 남조선 대중가요 “사랑은 늘 도망가” 때문이었어요. 그가 막 실연을 경험했다는 설정은 이를 위한 포석이었지요. 교순은 한때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던 사도바울을 모델로 한 인물인데요, 다메섹에서의 극적인 회심 같은 한 방의 사건 대신 노래 “사랑은 늘 도망가”에서 시작된 만수와의 형제애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의 이동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이 아닌 관객에게도 정서상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가족 서사가 덧붙기도 하고요.
영화는 또한 자칫 광신도처럼 보이거나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감정과잉을 보일 수 있는 대형 부흥집회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어요. 학습을 위해 악단 멤버들이 남한의 종교채널 프로그램을 볼 때 작은 모니터의 영상으로 잠시 비출 뿐이지요. 합리성을 확보하고 다수의 공감을 유발하기 위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테마 음악을 개인에게 맞추어 각 사람의 감정을 따르도록 관객반응을 유도한 것인데요, 그렇게 해서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는 교순의 아리아가 되었고, “광야를 지나며”는 태성의 테마곡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신의 악단>은 종교적 회심에서 죄의 깨달음과 눈물의 회개 대신 ‘자유’와 해방이 핵심 정서가 된 우회로를 선택합니다. 교순이 이고 지고 살아야 했던 ‘고통의 멍에’의 실체가 드러나고 성악전공자인 태성이 찬양하면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고 고백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칠골교회 현장 리허설을 위해 나선 길, 광야와 같은 눈밭에서 열두명의 악단 멤버들이 ‘연습’하는 장면과 그 직전 태성의 노래 “광야를 지나며”에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깊었는지. 광야. 광야에 서 있네.....”
![<신의 악단>(김형협, 2025) [이미지출처: KMDB]](https://cdn.maily.so/du/cff4every1/202603/1772805572519264.jpeg)
N차 관람과 교회 단위의 단체관람과 전국순회 ‘싱어롱’ 상영회가 이어지고 해외 교민들의 개봉 문의와 관심 소식이 전해지는 와중에, 험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영화들 틈에서 기독교인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만들어져 반갑고 고맙다는 반응이 상당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불편해하는 엔딩의 쿠키영상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교순이 서초의 대형교회 예배당에서 순교자들과 재회하고 그 교회 성도들과 함께 예배하는 것으로 ‘천국’을 그려낸 점은 대단히 아쉽습니다. 단지 그 교회가 불법건축 논란 등으로 수년 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랑의 교회여서만은 아닙니다. 물론 성도들의 예배공동체가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의 모형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고요. 문제는 빈약한 상상력이며 대중영화로서 ‘기독교 영화’의 자의식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누구를 위한 위로이며 누구에게 필요한 위안이었을까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쿠키 영상 없이 설원에서 영화를 마쳤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위로의 장면을 정 포기할 수 없었다면 혹시 순교의 장소와 천국을 표현하는 장소를 서로 바꾸었으면 어땠을까요? 가짜 교회든 진짜 교회든 교회 안에서 순교하고 탁 트인 광야의 눈밭에서 과거와 현재의 성도들이 모두 만나 찬양예배를 드렸다면요? 그야말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전에 갇히지 않은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향한 비전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일까요?
박교순의 마지막 대사 “하나님, 저 잘했지요?”는 그래서 정말 불필요하고 불편했습니다. 자기 위로(자위)에 능한 한국교회의 초상 또는 희생을 말하는 우리의 한계가 이 한마디에 다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져 ‘깼다’고나 할까요. 이 시대 우리에게, 박교순과 김태성 같은 광야를 통과하는 순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깔끔하게 번쩍이고 ‘자유롭게 예배하는’ 공간에서 어서 이 곳으로 들어오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우아한 성도들이 아니라, 최소한 버선발로 뛰어나와주거나 동토에 함께 머물며 얼어 죽지 않도록 꼭 붙어 한 줌 온기를 나누는 그런 존재라고, 가슴을 떠난 머리가 자꾸 속삭이는군요. 저에게는 이 작은 속삭임의 불편을 삭여낼 수 있는 한, <신의 악단>은 오랜만에 만난 영리하면서도 무해하고 착한 영화입니다.
2026년에도 소중한 정기후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2026년 1,2월
강도영 권호경 김미지 김철회 김현주 김현진 박성민 박소원 박재우 박준형 박진숙 박현홍 서완실 심에스더 엄태미 윤영석 이강희 이동은 이신석 이유리 이정식 이청자 이태훈 장준호 조하영 지은실 채두리 최영익 최재용 한송희 안유정 이범진 김대현 김영준 김희라 박일아 이호정 강나루 강원중 권명희 김동석 김소혜 김지향 남소영 노석지 박현선 송정훈 유현 윤나리 장다나 정민호 최규창 배재우 대지교회 김진선 신원균 김솔지 김혜영 최은 오늘교회 강종철 신동주
*특별후원
김진선
📢 [기분좋은 레터 서비스, 주간 모기영이 돌아왔습니다]
모기영은 지난 해 영화제를 마치고 잠시 휴식기간을 가졌습니다. 모기영만의 영화색깔이 가득한 주간모기영 다들 많이 기다리셨죠? 2026 주간모기영, 오늘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새로운 컨셉으로 연재를 준비하는 기존 필진부터 5월부터 만나게 되실 새로운 필진까지, 2026년 더 업그레이드 된 주간모기영을 만나보세요.
* 4월까지 2주간격으로 발행될 예정이며 5월부터는 이전처럼 매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2026 주간모기영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00시에 발송됩니다.
그럼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다시 만나 반가워요!
글 최은
편집디자인 모기영 편집부
2026년 3월 7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이번 주간 모기영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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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멋진 이야기들이 오가는 장이 되기를 바라며, 봄과 함께 새출발, 참 좋아요.^^ 수고해주셔서 감사해요.
주간모기영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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