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입니다.
정말 2024년의 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한 해를 시작했던 것이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란 늘
앞날은 더디고 느리지만
돌이켜 보면 빠르고
때론 야속한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에게 2024년은
몸부림치는 한 해였습니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
조금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
좋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정답은 여전히 모호하고
손에 잡힐 것 같다가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립니다.
알 것 같을 때는 마음에
희망이 차오르다가도
하룻밤 사이에 마음은 달라져
벌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 듭니다.
나답게 살기가 참 힘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는 게 힘들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게 힘듭니다.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나다운 게 뭔지도 모르겠고
나다워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그렇게 복잡하게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그랬습니다.
나다운 게 뭔지, 뭐가 그리 중요한지.
이런 것 없이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결국 다시 나다운 삶을 고민합니다.
나답지 않다는 게
저에겐 가장 큰 아픔이자 고통이기에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게
저에겐 가장 큰 슬픔입니다.
결국 마주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외면하려 해도
다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최소한 숨이 붙어 살아있는 한
우리의 나이가 60이 되고
80이 넘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는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러기 마련이고
시기가 사람마다 다를 뿐
누구나 그렇게 됩니다.
: 나다움을 싫어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나다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만
요즘의 나다움은 보기 좋은 포장지에 쌓인
빈 껍데기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다움은 늘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나다움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표현됩니다.
나다움은 문제의 해결책처럼 표현됩니다.
나다움이 없으면 병든 것처럼 표현됩니다.
저는 이 모든 표현을 거부합니다.
거부라는 표현은 오히려 부족합니다.
이러한 표현에 대한 감정은 미움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러한 진부한 표현을 싫어합니다.
나다움은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나다움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나다움은 문제의 시작점입니다.
나다움의 유무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지 않습니다.
나다움은 오히려 추함에 가깝습니다.
나다움은 병을 발견하게 합니다.
나다움은 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나다움과 상관없이 사람은 가치 있습니다.
우리는 나다움에 대한 오해로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오해를
아주 쉽게 하게 됩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을
나를 무조건 긍정하고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행위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무조건 긍정하지 않고
문제를 반드시 말해줍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지요.
물론 책망과 비난은 아닙니다.
하지만 명료하게 문제를 짚어주고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결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습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건
나에게는 문제가 없다며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문제가 많고
해결하지 못한 나라 할지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두 손 꼭 붙잡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성취의 기쁨을 누리는 것.
이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다움과 나를 사랑함은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멜로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모습이 때로는 흉측하고
한심하고 보기 싫을 정도로
게으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맞아, 지금 내 모습이 그래.
하지만 다시 해보자.
하지만 다시 해보자.
할 수 있으니, 믿고 다시 해보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는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래도 무언가 성장했을 테니
너무 자신을 자책하지 말라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할 것입니다.
저는 그 말이 일정 부분 찬성하고
일부분은 반대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올해 이룬 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외면한다고 성장하게 되거나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과는 정직합니다.
올 한 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성장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정말 그런지 나를 살펴봅시다.
그리고 그런 나라도 사랑합시다.
부족함을 더 나음으로,
실수를 새로운 능력으로,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포기하지 말고 키워갑시다.
2024년,
얼마 남지 않은 12월.
나를 돌아보는 건 어떤가요?
선뜻 되지 않고
주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사랑하려면
그런 나를 올바로 바라봐 주는,
그런 용기가 때론 필요합니다.
오늘은,
용기를 한 번 내봅시다.
진짜 나다워질 용기.
진짜 나를 사랑할 용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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