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이유, 날개(2)

우리는 불안했다. 그리고 불안했어야 했다.

2024.11.18 | 조회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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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ETTER

행복에 대한 인사이트와 영감을 받은 내용을 전달합니다.

오늘은 지난 내용에 이어

이상의 '날개'를 가지고 와

제 인사이트를 더해서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내용을 읽지 않고 오늘 내용을 읽으신다면

이해가 어려우니 지난 내용을 꼭 읽으시고 오늘의 내용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 장소적 관점

 

1) 33번지 18가구

이야기는 33번지 18가구에서 시작된다.

요즘으로 치면 빌라와도 같다고 할까.

 

커다란 대문이 있고 그 안에 여러 가구가 있는

다세대 주택과도 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그리 넓지 않고, 그리 크지 않은 집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서로를 알지는 못하고,

누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지 못한다.

 

대문은 하나다.

즉, 집으로 통하는 문은 하나라는 뜻이다.

 

모두가 그 문을 지나친다.

33번지 18가구에 사는 모두가

그 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같은 지붕아래를 살아가지만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인기척은 느낀다.

살아가는 냄새나 소리는 들린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은 소음이 되기도 하고

불쾌한 냄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향긋한 냄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삶과 내 안위에 관계없으며

내 인생에 그들은 들어올 수 없다.

설령 같은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33번지 18가구의 사람들 중에

주인공의 아내는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이 퍽 자랑이 된다.

 

누가 사는지, 어디에 있는지

교류하지 않지만

내 아내가 비교적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자랑스러움이 된다.

 

이곳은 마치 닭장과도 같아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만 해도

바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33번지 18가구 사람들은

소설이 끝날때까지 

누구도 존재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2) 빛이 들지 않는 2층방  

주인공의 방은 33번지 18가구

빛이 들지 않는 2층 방이었다.

 

주인공은 그 방을 좋아했고,

자신의 삶이 그 방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주인공의 방에는 왜 빛이 들지 않았을까?

 

일반적으로 2층 방에는 

빛이 더 잘들어야 정상이다.

 

주인공의 방이 지하방이라면

빛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은

일반적이거나 상식적이지만

주인공의 방은 2층이다.

 

그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자면,

주인공은 그 방에 

빛이 들지 않을 때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난 레터를 통해 나는

아내와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었다.

 

아내는 실제 아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돈과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직업’이자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방에서 아내의 방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내의 방은 ‘빛’이 든다.

 

즉, 아내의 방은 ‘낮’

주인공의 방은 ‘밤과 새벽’

 

주인공은 아내가 주는 아침과 저녁만 먹는다.

그리고 식사는 빛이 없는 자신의 에서 한다.

 

3) 아내의 방 (1층)

아내의 방은 1층,

 

다만 주인공이 밖을 나갔다 들어올 때

자신의 방으로 가려면 반드시

아내의 방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내의 방은 따로 분리된 방이 아닌

문을 열면 바로 있는 1층 공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아내의 방에는 주인공의 방과는 다르게

여러가지가 있다.

 

화장품, 향수, 거울 그리고 빛…

 

아내의 방에는 아내와 손님이 자주 온다.

주인공은 손님이 오면 자신의 방에서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아내는 낮에 외출하고 밤이 되면 돌아온다.

주인공은 아내가 없을 때만

아내의 방에 갈 수 있다.

 

아내는 어디로 갔던 것일까?

아내는 어디로 가지 않았다.

아내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4) 밤거리

: 주인공은 아내가 외출한 틈을 타 밖으로 나간다.

 

밖은 역시나 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오히려 

목적지를 잃기 위해 걷는다.

 

주인공이 밤거리를 걷는 순간은

늘 주어진 틀에서만 살았던 그가

처음으로 그 틀을 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처음에는 그것을 피곤해했지만

점점 틀을 깨는 것을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꾸만 나가기 시작했고,

비를 맞게 되어 감기에 걸리자

 

아내는 주인공이 자꾸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얼마든지 주인공이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며

주인공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주인공에게 약을 먹이고

주인공은 다시 집 안에 있는 것을

즐거워 하고, 그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첨부 이미지

5) 경성역 카페

: 경성역은 당시에 가장 많은 문화적 교류와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었다.

 

그리고 카페는 그 중심지로서

다양한 취향과 다양한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었다.

 

주인공은 거기서 커피를 시켜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는다.

 

주인공은 메뉴를 훑어 보기도 하고

카페에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한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아내가 아닌 누군가를

유심히 살펴보는 순간이다.

 

주인공은 메뉴판을 보며

‘어린 시절 친구들 이름’같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경성역 카페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하지 않았던 생각들,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집과 방이 아닌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새로운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6) 산

: 주인공은 아내가 자신에게 먹인 약이

아스피린인지 아달린인지

헷갈려하며 산으로 뛰어 간다.

 

처음으로 도시가 아닌

‘자연’이 나온 순간이다.

그리고 ‘낮’에 밖으로 나온 

첫 순간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빛이 들지 않던

2층 방에서 지금은

빛이 내리쬐는 산으로 갔다. 

 

주인공은 산 위 벤치에 앉아 고민한다.

그리고 잠들었다 처음으로

해가 뜨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마음은 관성처럼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가려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내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가지만

때는 이미 자신이 

대체되어버린 후였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지고 있던 ‘돈 전부’를

앞에 두고 밖으로 나온다.

 

첨부 이미지

7)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

: 집 밖을 나온 주인공은 카페를 떠올린다.

 

그곳을 가려 하지만

돈이 없어, 정처없이

주변을 떠돌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는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스꼬시 백화점은

지금으로 말하면 신세계 백화점.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

 

서울의 전경이 다 보이는 그곳에

주인공은 우두커니 서게 된다.

 

그는 돈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고,

자신의 일과 자신의 방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고 나서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때,

그는 세상의 본질에 대해

눈으로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그는 아래를 본다.

아래에는 사람이 아닌

멋진 금붕어들이 보인다.

 

참으로 멋진 비늘을 가진 사람들,

호수에서 유영하듯 살아가는 사람들.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는 금붕어들.

 

하지만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리자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았다.

 

주인공은 그때 알게 된다.

역시 자신이 살고 있던 닭장이었음을.

 

그리고 그때에 비로소 그는

자신 역시 날 수 있었음을,

자신에게도 날개가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오늘은 ‘날개’를 장소적 관점에서 풀어보았습니다.

 

장소적 관점에서 날개를 풀어보았을 때에,

이상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했는지를 조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특별히 장소적 관점에서 ‘날개’를 바라보았을 때

‘날개’의 서론에 등장하는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하고 고매하리다.

<경편하다: 가볍고 편하거나 손쉽고 편리함

 고매하다: 도둑질이나 강도, 사기 따위의 범죄 행위로 얻은 물건인 줄을 알면서도 사다>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옙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위고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그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서론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이상은 당시의 세상에 대해

자조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닭으로 묘사되는 사람들과 금붕어로 묘사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고하지 않음에는 더 멋있어 보이려는 금붕어와,

날지 않고 땅을 밟으며 푸드덕거리기만 하는 ‘닭’들

두 종류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모양이 어떻든 대부분의 사람은

기성품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그것이 편리하고 손 쉬운 것이기에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고

이상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학과 철학, 사고의 자유를 잃은 

시대에 대한 비판과 

자기 반성을 내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상은 빛이 들지 않는 작은 방에서

범위를 점점 넓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생존을 넘어 모험으로,

모혐을 넘어 취향으로,

취향을 넘어 철학으로,

철학을 넘어 존재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모양은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말한

'낙타-사자-어린아이' 개념과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공간의 변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 3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을 통해 당시의 사람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번 한 주는 이 질문에 대해

답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레터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면 아래의 댓글로 적어주세요!

 

지금의 나를 확인하고,

생존하는 내가 아닌

존재하는 나로 살아가는

한 주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음주는 

3. 시간적 관점 4. 세부 사항들을

마저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그리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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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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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의채원의 프로필 이미지

    환상의채원

    1
    about 2 months 전

    제가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었어요. 한 주의 시작을 따뜻한 글로 시작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해요. 편안하고 무탈한 한 주 되시길 바라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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