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웰니스, 초록생활

가을, 마음에 근육을 붙이는 세 권의 책

가을 인문학 도서 추천 3권, 다중지능·자기효능감으로 읽는 법

2026.09.29 | 조회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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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편지

2026.09.29 vol.39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초록생활연구소 정재경입니다. 바람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창가에 둔 식물들도 여름 내내 뻗어나가던 잎을 잠시 멈추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 계절이 되면 몸보다 마음의 근육을 먼저 챙기게 됩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며 세로토닌 등 긍정 호르몬 생성이 적어져 자칫 우울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평소보다 20%쯤 더 달리며 햇빛을 쬐고, 풀 향기를 마셨습니다. 

이번 39호에서는 마음에 힘을 주는 자연 인문학 도서 세 권을 골라 보았어요. 이 책들이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다중지능 이론과 자기효능감, 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틀로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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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물의 인문학』 — 자연지능을 깨우는 첫걸음

 

박중환 작가는 20여 년간 기자로 살다가, 다니던 매체의 파산으로 갑자기 실업자가 된 뒤 원예학과 교수였던 형의 연구실에서 식물을 만납니다. 그 만남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이 책은 식물과 인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켰는지를 담은 결과물입니다.

책에는 인상적인 사례가 하나 나옵니다. 19세기 아일랜드를 휩쓴 감자대기근입니다. 감자역병균이라는 흔한 병원균 때문이었지만, 유독 아일랜드에서만 참사로 번진 이유는 한 품종의 감자를 해마다 같은 땅에 촘촘히 심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품종의 감자를 심었더라면 어떤 종자는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많은 양을 수확하려는 욕심으로 감자를 빼곡하게 심은 것도 병을 퍼뜨리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개체 간 통풍이 나빠지고 습기가 정체되어 곰팡이성 질병이 순식간에 밭 전체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연 상태의 숲에는 절대적 강자도 절대적 약자도 없다고 말합니다. 식물들은 경쟁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타협하며 공존합니다. 이 다양성과 공존의 원리는 인간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식물을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다중지능 이론 8가지 중 '자연지능(naturalistic intelligence)'을 훈련시킨다는 사실입니다. (언어, 논리·수리, 공간, 음악, 신체·운동, 대인 관계, 자기 이해, 자연 탐구를 말합니다.)

자연지능은 자연 속 패턴을 읽고 분류하고 연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현대의 도시 생활과 사무 노동은 이 지능을 쓸 기회를 계속 줄여갑니다. 인간이 가진 여덟 가지 지능 중 한 가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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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연 본능』 — 신체·공간 지능과 직관의 회복

 

트리스탄 굴리는 세계적인 자연항법 전문가로, 20년 동안 사람들에게 '자연을 읽는 기술'을 가르쳐온 탐험가입니다. 그는 홀로 비행기와 요트로 각각 대서양을 건넌 유일한 생존자이며, 지구 곳곳의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 걸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이번 신간 『자연 본능』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여섯 번째 감각, 직관"을 되살리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야생의 신호와 별의 길', '태양 모루', '바람의 닻' 같은 장은 하늘과 방향, 날씨를 읽는 오래된 기술을 다시 불러옵니다. 여기서 별은 그저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라 길을 알려주는 지도로, 바람은 지나가는 공기가 아니라 지형과 날씨 변화를 담은 정보로 다뤄집니다. '분홍색 나침반', '밝은 숲 어두운 숲' 같은 장은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도 방향과 생태의 단서가 숨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물을 다룬 3장 '높은 자리와 보초', '얼굴과 꼬리', '곁눈질', '멈추기·웅크리기·죽은 척하기'는 동물의 행동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위험을 말하는 신호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콩고의 피그미족이 꿀벌 소리로 위치를 가늠하고 보르네오 다약족이 사슴의 등장을 미리 예측하는 사례처럼, 굴리는 이 감각이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되살릴 수 있는 훈련의 결과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다중지능 이론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신체-운동지능'과 '공간지능'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지도나 GPS 없이 방향을 감지하고, 바람과 나무의 형태로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해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아 무뎌진 감각입니다.

굴리는 이 감각이 훈련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고 말하는데, 이는 곧 특정 지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으로 재구축될 수 있다는 다중지능 이론의 핵심 전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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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편안함의 습격』 — 불편이 만드는 자기효능감

 

마이클 이스터는 행동 변화 전문가이자 건강 저널리스트로, 알래스카·부탄·볼리비아 정글 등을 탐험하며 수천 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몸의 편안함을 끝없이 추구한 대가로 정신의 평안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오히려 무기력과 불안을 키웠다는 진단입니다.

책은 5부로 구성됩니다. 1부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에서 저자는 33일간 알래스카 북극 오지에서 순록 사냥에 나선 자신의 경험을 중심 서사로 풀어냅니다.

그는 고대 신토의 정화 의식에서 착안한 '미소기(misogi)' 개념을 소개하는데, 이는 성공률 50% 정도의 매우 어려운 도전을 스스로 설계해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어지는 2~5부는 '따분함을 즐겨라', '배고픔을 느껴라',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 '짐을 날라라'라는 주제로, 지루함과 공복, 유한성의 감각을 오히려 삶의 동력으로 삼자고 제안합니다.

실천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배낭에 무거운 것을 채워 넣고 걷는 '러킹', 12시간부터 시작하는 간헐적 단식, 휴대폰을 끊는 디지털 단식 등이 단계별 체크리스트로 제시됩니다.

특히 디지털 단식을 시도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라는 죽음의 5단계와 똑같다는 비유는, 우리가 편리함에 얼마나 깊이 중독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저는 앨버트 반두라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이론을 떠올렸습니다. 자기효능감은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며, 이 믿음은 큰 성공이 아니라 작고 불편한 도전을 스스로 완수한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이스터가 제안하는 미소기와 러킹, 단식 같은 '의도적 불편'은 바로 이 자기효능감을 만드는 훈련장입니다. 편안함을 걷어낸 자리에서 우리는 스스로 해냈다는 감각을 다시 얻고, 그 감각이 다음 도전을 시작할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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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편안함이 아니라 감각의 회복에서 온다

 

세 책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입니다.

  • 『식물의 인문학』은 자연지능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눈을 열어주고
  • 『자연 본능』은 신체·공간지능을 통해 몸으로 세상을 감지하는 감각을 되살리고
  • 『편안함의 습격』은 그 감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필요한 자기효능감을 채워줍니다

우리는 흔히 생산성을 '더 빠르고 편리한 시스템'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세 권은 반대로 말합니다. 진짜 생산성은 여러 지능을 골고루 쓰는 삶, 그리고 작은 불편을 견뎌낸 경험에서 나오는 자기 신뢰에서 시작된다고요.

다중지능 이론이 우리에게 '당신 안에는 아직 쓰지 않은 능력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자기효능감 이론은 '그 능력을 쓰는 연습을 반복하면 실제로 강해진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가을 실천 제안

 

이 세 권의 메시지를 삶에 옮기는 작은 시작으로, 이번 주에 딱 하나만 골라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 매일 아침 10분, 식물이나 나무의 변화를 관찰하고 짧게 기록하기 (자연지능)
  • 지도나 내비게이션 없이 익숙한 동네를 한 번 다르게 걸어보기 (공간·신체지능)
  • 평소 자동으로 편하게 처리하던 일 하나를 일주일만 '불편한 방식'으로 해보기 (자기효능감)

 

세 가지 모두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에 아주 작은 자극을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을은 그 작은 자극이 뿌리로 스며들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록의 마음을 담아, 정재경 드림


 + VIDEO 

4050의 성장 큐레이션 이라미아TV에서 세 번째로 추천하는 책, 『편안함의 습격』을 다룬 방송이 있습니다. 이번 가을엔 불편함과 친해지며 생각보다 튼튼하고, 강하고, 많은 걸 잘 해내는 나를 발견해보시면 어떨까요? 


 

  NEWS 

불탄숲 도토리심기 운동본부, 청송군 도토리 심기


9월의 마지막 날, 저는 불탄숲 도토리심기 운동본부와 함께 청송군 도토리 심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김미자 공동대표님이 보내주신 싹이 난 도토리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도토리 심기 운동에서는 싹이 튼 도토리를 심습니다. 직파 시 발아율은 평균 약 35%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생도토리를 심으면 언제 싹을 틔울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늦게 발아하면 뿌리 발달 시간이 부족한 채 첫 겨울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미 발아가 시작된 도토리는 심는 즉시 뿌리 성장이 진행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후기는 다음 주 초록편지에서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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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SH : 소식 

 

📌 거마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화(花)답』 3회 차 '현대인과 꽃, 일상을 밝히는 가드닝' 진행

정재경 작가(초록생활연구소 대표)가 10월 1일 오전 10시 거마도서관에서 『화(花)답: 꽃으로 묻고 인문학으로 답하다』 강연 시리즈 3회 차를 진행한다. 이번 회차는 '현대인과 꽃, 일상을 밝히는 가드닝'을 주제로, 도시 생활 속에서 꽃과 식물을 가까이 두는 것이 일상에 어떤 위로와 활력을 주는지를 다룬다.

총 4회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앞선 1·2회 차에서 '우리 곁의 꽃, 마음을 위로하다'와 '예술가의 정원, 그들이 꽃을 사랑한 이유'를 각각 다뤘으며, 마지막 4회 차 '꽃의 진화와 생존,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하여'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 부천별빛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마음 돌보는 인문학』 시리즈 1회 차 "식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로 시작

정재경 작가(초록생활연구소 대표)가 10월 2일 오전 10시 부천별빛도서관(별빛마루)에서 새 강연 시리즈 『마음 돌보는 인문학』의 첫 회차를 시작한다. 1회 차 주제는 "식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로, 식물을 곁에 두는 삶이 마음의 안정과 회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다룬다.

이번 시리즈는 총 5회로 구성되며, 이후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 '실내 식물 가드닝', '식물과 나의 삶 마주하기'를 거쳐 플랜트 어레인지먼트 작품 전시 및 '길 위의 인문학 수료식'으로 11월 6일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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