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이직이 잦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
- 육아휴직을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마음
- 타인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어른
- AI 시대에 나는 무얼 생각하는가?
- 나이키는 왜 이기던 게임에서 지고 있는가?
- Outro
여행은 무엇을 보러 가는 게 아니에요.
나와 상관없는 곳에 나를 데려다 놓고 스스로를 생경하게 만드는 겁니다.
자기를 생경한 곳에 옮겨 놓으면 자기에게 드러난 적이 없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행은 자기를 만드는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며 고급스러운 일인 것입니다.🎒 REDBUSBAGMAN
구독자님, 지난 추석 연휴와 개천절 대체공휴일은 잘 보내셨나요? 여행을 떠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일교차가 크지만 아직 두꺼운 외투가 필요 없는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10월의 첫 번째 화요일. 2022년 8월에 적어둔 여행에 관한 메모를 꺼냈습니다. 여행을 떠나세요!
9월에는 몇 가지 변화를 겪었습니다. 처음으로 휴직이라는 제도를 사용하고 아직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사랑스러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생각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졌는데 몇 가지 변수가 생겼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가만히 바라본 끝에 저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직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와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있다는 기쁨과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갈 곳을 정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누리는 중입니다. 다행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사이에도 기분 좋은 바람을 느낄 여유가 생깁니다. 아직 일을 한참이나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덜 부끄럽고 더 괜찮아질까? 이런 생각을 하며 9월에 본 것들을 모아 전합니다. 구독자님도 덜 부끄럽고 더 괜찮은 10월을 보내실 거예요.
9월에 읽고 가장 아껴 둔 김애란 작가의 문장입니다.
그 질문은 제게 '너는 세상을 현미경으로 보느냐, 망원경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으로 들립니다. 당연히 작가에게는 현미경과 망원경이 모두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 저는 렌즈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세상을 잘 보기 위해서 작가는 언어라는 손수건으로 렌즈를 잘 닦아야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제 손수건이 더럽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아무리 닦아도 세상을 제대로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작가들이 필요해요. 다른 작가의 작품과 함께 읽어야 세상은 제대로 보이는 것 같아요.
김애란
#1. 이직이 잦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
2009년 학부 졸업, 2011년 전역과 동시에 커리어를 시작한 지 만 15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에 5번의 이직을 했고 솔루션과 제조업, 대기업 인하우스 디자인팀과 초기 스타트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커피챗을 요청하는 많은 분들이 "이직이 많은 편인데 어떻게 인터뷰에서 답변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하십니다.
이직을 한 다음의 일이니 모두 결과론적이지만 이직 자체보다 이직을 한 이유, 재직 기업에서의 평판과 평가, 쌓아 온 포트폴리오가 다음 회사에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사이에 저는 직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었고 새로운 곳으로의 도전과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팀플레이에 대한 실력과 태도를 쌓아 올 수 있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있었다면 자칫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쉬운 성향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글이 제 생각도 잘 담고 있어 소개합니다. 제목은 '이직이 잦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할 때 거의 모든 직장인은 초기에 '성과 하락'을 경험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업무 시스템과 조직 문화, 낯선 사람들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뺏기기 때문이죠. 저도 과거에 그랬습니다.코넬대학교의 레베카 키호(Rebecca R. Kehoe) 교수와 럿거스대학교의 스콧 벤틀리(F. Scott Bentley) 교수는 무려 15년간 미국 내 2,129개 기업에서 근무한 8,693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추적 분석하여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직 경험이 4회 이상인 '잡 호퍼'들은 그렇지 않은 일반 직원들에 비해 이직 초기의 성과 하락 폭이 훨씬 작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전 직장에서의 성과 수준을 100%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 직원은 평균 5개월 가까이 소요된 반면, 잡 호퍼들은 단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회복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랐던 것이죠.
왜 그럴까요?
잡 호퍼들의 전문성이 유달리 뛰어나서일까요? 아닙니다. 이유는 잦은 이동을 통해 실전에서 단련된 '적응력(Adaptability)'이라는 메타 스킬에 있습니다. 그들은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조직의 암묵적인 규칙을 해독하고, 자신을 도와줄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신속히 형성하며, 문화를 빠르게 읽어내는 '이동성 프리미엄(Mobility benefit)'을 여러번 체득했기에 남들보다 신속히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포지션을 찾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오프라인이라는 3가지 키워드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가 적응력을 발휘하며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메일이나 DM으로 제안해 주세요!🎒 REDBUSBAGMAN
📮 official@redbusbagman.com
#2. 육아휴직을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마음
육아휴직을 하고 복귀할 곳을 찾는 마음은 뭐랄까?
2009년 2월에 졸업을 하고 2011년 초에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졸업을 하고 군대에 간다는 건 전역하는 순간 소속이 사라지는 것이었고 무언가 찾아야 했다.🎒 REDBUSBAGMAN
2011년 6월 말, 전역을 하는 시점에 다행히 나는 몇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었다. 친구들 중에는 당장 취업을 하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무리, WEST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인턴십을 하는 무리가 있었고, 소수지만 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왜 다른 선택지가 아닌 취업을 선택했을까?
돌아보면 나는 소속이 없는 상태를 불안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무렵 깨달았다. 무정부 상태도 아닌 무소속 상태가 뭐 그리 두려웠을까? 적응력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가 속한 집단에 적응하는 힘과 속도였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어쩌면 나는 그 무렵 대다수의 동기들이 전역 후 취업을 하는 상황에서 꽤 괜찮은 곳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뒤처지거나 실패한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차분한 선택 대신 안전해 보이는 선택을 했고 그게 취업이었다.
-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 테헤란로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
- 내가 공부했던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
그렇게 취업을 한 이후 15년이 지났고 나는 6개의 회사를 다니는 동안 첫 번째 휴직을 했다. 육아휴직. 시험관 기간을 수년 거쳤기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휴직을 계획했지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10년은 다니고 싶었던 회사가 사모펀드에 매각되었다. 다니던 회사가 대기업 관계사로 편입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기업 계열에서 분리되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고 그 의미는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뜻하던 UX 리서처의 일은 사모펀드 입장에서 덜 중요했고, 다른 직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택하기로 했다. 비공식적이지만 이 휴직은 퇴사와 이직을 뜻했다.
'나는 왜 일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고 있다.
'일'의 의미를 찾는다면, 어떤 조직에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분명해지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한 학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총무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그 일까지 같이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조금 망설이니 월급을 처음 제안보다 더 올려준다며 원장님 부부가 거듭 부탁하셨다.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던 상황에 썩 괜찮은 제안이었다. 기간은 같은데 수입이 느는 꼴이니. 조기축구팀 총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일까, 자신감도 있었다. 영어수업 틈틈이 셔틀버스 기사님, 주차관리인, 미화팀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이었고 어찌어찌 한 달이 지났다.
회계는 원장님 사모님께서 담당하셨는데 그분은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겨 원장님께 전달하시는 습관이 있었다. 원장님과 사모님이 둘 다 부재중이시거나 수업 중이시면 내게 프런트에 앉아 있어 달라고 부탁을 하셨는데 마침 월급날을 하루 앞두고 내가 프런트에 앉았다. 그때 내 눈에 띈 포스트잇엔 '승준샘 120 -> 100'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다른 대학생 선생님의 급여로 보이는 숫자도 적혀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며 배신감이 밀려들었다. 총무 선생님의 역할을 하기 전에 내가 받기로 한 금액은 70만 원, 총무까지 하면서 50만 원을 더 받기로 했는데 이걸 깎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나는 원장님이 수업을 마치고 온 뒤 잠시 뵙자고 했다. 원장님은 총무 역할을 사고 없이 잘 맡아줘서 고맙다며 다음 주에 회식을 하는데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내일 월급이 약속한 120만 원이 맞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우연히 프런트에서 메모를 보았습니다. 총무 선생님이 100만 원 받으면서 하셨던 일을 제가 절반만 받으면서 한다고 수락했을 때, 저는 원장님께 50만 원을 더 벌어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일 월급은 약속한 대로 기분 좋게 120만 원을 주시고 남은 한 달 동안에도 총무 역할까지 제가 이어서 하겠습니다."
나는 다음 달까지 약속한 월급을 받았고, 원장님과 사모님께서 준비해 주신 작은 선물을 받으며 학원을 떠났다. 그때부터 내가 하는 일로 내가 속한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2005년 여름방학의 일은 2026년 나에게 여전히 유효한가?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을 하는가? 소속감, 성장, 돈, 시간, 인정, 자아실현 혹은 몇 가지 사이의 조합?
연말까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은 새삼 보호자가 된 무게를 깨닫게 한다.
나는 잠귀가 어두운 편이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는 가장 먼저 듣곤 한다.
2027년, 어떤 일을 하든 동료의 애씀을 알아주고 또 비겁하지 않게 살아야지.
그리고 나의 호기심과 지적 사치를 유예하지 않고 책을 읽어야지.🎒 REDBUSBAGMAN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 먹고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소설가 김훈
#3. 타인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어른
치이카와 만화에 나오는 장면을 기록한 블로그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타인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는가? 정말 그랬는가?🎒 REDBUSBAGMAN
아마 트위터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 블로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이 만화를 모르고 이 세계관이 생소하지만 그래도 하치와레라는 고양이의 태도는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 주인공 치이카와는 순전히 운으로 청약에 당첨되어 세계관 내 최고급 아파트에 거주합니다.
- 누구는 풀 뽑고 몬스터랑 목숨걸고 싸우며 고생고생을 해서 카메라를 살까말까인데
- 치이카와는 별 고생도 없이 자가를 얻게 된 겁니다
- 아마 한국에서 누군가, 심지어 아는 사람이 당첨되었다고 릴스를 올린다면 댓글창에는 '세금은 냈냐?', '저기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닌데? ㅋㅋ'과 같은 반응들이 있었겠죠
- 그런데 귀여운 하치와레는 달랐습니다
- 돈 모아서 산 게 아니라 당첨되서 얻은 거라고 기념사진을 보여줬을 때에도
- 하치와레는 자기 일마냥 기뻐하며 당첨됐냐고 축하해줍니다.
- 사진 속 친구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는 건 덤입니다.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
- 하치와레는 거적대기를 깔고 누더기 이불을 덮고 동굴에서 살고 있습니다. 테이블도 없어 박스를 쓰고 있고 가끔 나오는 밥그릇은 이도 나가있습니다.
- "나는 동굴에서 사는데... 부럽다"라는 말조차 하지 않습니다.
- 잘사는 친구 치이카와에게 빌붙을 생각조차 안 하며 자신의 동굴 집에 초대까지 합니다.
10월엔 남의 작고 애매한 성취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때로 참아 보면 어떨까요? 아래 블로그엔 귀여운 고양이들의 다른 에피소드도 있으니 살펴보세요!
#4. AI 시대에 나는 무얼 생각하는가?
'잘 지내니? 인간에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니? 개에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구나… 인간 중에는 연쇄 살인을 하는 이도 있고 꾹 참고 야근하는 이도 있고 마냥 걷고 싶은 이도 있단다. 너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냥 걸을 때가 있니? 세상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날이 있니? 그런 날이 계속 이어지면 그는 어느덧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단다.'-
김영민 소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중에서
어디선가 한번 읽어 봤음 직한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칼럼계의 아이돌 칭호를 얻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인터뷰 중 몇 가지를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AI 시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빠르게 사라질까요? 아니면 글을 읽는 사람이 더 빠르게 사라질까요?
Q1. 노벨상을 풍자한 '스톡홀름 신드롬' 얘기를 해보지요. AI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장면이 압권이더군요. 창조주인 배불뚝이 과학자가 말해준 수상 비결이 어찌나 아찔하던지요. '세계 명작을 빅데이터로 주입하고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었다'고. 설상가상으로 기계의 수상소감은 감격적이기까지 했어요. '수상의 기쁨을 인간들과 나누어서 기쁩니다. 인간이 창조한 내가 인간을 위로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진짜 이런 일이 펼쳐질까요? 쓰는 미래는 없어질까요?
인공지능은 혁명입니다. 몇 달 전에 AI와 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주어진 글을 첨삭 지도하는 대결을 했어요. 현장에서 내가 얘기했어요. 지금이니까 이런 행사도 할 수 있는 거라고. 기계와 내가 서로 다른 첨삭을 하는 걸 보는 것도 추억이 될 거라고요. AI는 괴물처럼 진화하고 있고 AI 이전과 이후를 경험한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이 되겠죠.
더 이상 인간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건 의미가 없어질 거예요. 결과는 상관없어요. 오직 '과정이 있는 글인가'가 분별의 기준이 되겠지요. 굳이 자기 힘으로 애를 써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수고로움의 감수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겠죠.
Q2. AI에게 "김영민 스타일로 써봐"라고 주문한 적 있습니까?
시험 삼아 해본 적은 있어요. 지금은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만약 훈련시킨다면 결과가 달라지겠죠.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생산성은 무의미해질 거예요. 스스로 하고 싶어 했느냐 과정을 즐겼느냐만 남겠죠. 요리도 생산성을 따지면 매식하지 왜 집밥을 먹겠어요.
Q3. 요즘은 쓰는 인간보다 읽는 인간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섭습니다.
격동의 시대예요. 읽는 근육이 소실되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의 인간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물어야 합니다.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 청소년들이 읽고 쓰는 즐거움을 알도록 교육을 설계하는 것이 시급한데, 걱정이에요.
Q4. 읽고 쓰는 근육을 유지하는데 '논어'나 스탠드업 코미디, 현대미술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요?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고 어떻게 나를 구원할지 모른다는 데 재미가 있죠. 내가 쓴 '논어란 무엇인가' 책은 스탠드업 코미디와도 결이 닿아 있어요. 궁극적으로 현대미술가들이야말로 곱게 미친 자들의 전형입니다. 그들은 진부하다는 말을 가장 큰 욕으로 여겨요. 창의성을 수혈받고 싶으면 현대미술 전시회장을 가보세요.
Q5. 영포티, 영피프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그냥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면 돼요.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고 거기에 넣으려 하거나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다 무익한 노력입니다. 자기 인생을 살다 죽는 게 맞아요.
Q6.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삶 자체가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초지일관한 어떤 가치가 없습니다. 제가 살면서 돈, 권력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들도 다 생로병사에 고통받는 보통 사람이더군요. 누군가는 '꿀을 빨고 있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선망하거나 시기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5. 나이키는 왜 이기던 게임에서 지고 있는가?
나이키는 왜 게임에서 지고 있을까요?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D2C(소비자 직접 판매) 전환과 투자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문제를 진단하려면 나이키가 과거에 시장에서 이길 때의 비즈니스 방식을 살펴봐야 합니다. 나이키가 증명해 온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과거의 성공 방정식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요? 후자에 가깝습니다.
과거의 나이키 성공 방정식
- 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다
- ② 최고의 선수가 성능을 증명한다
- ③ 그 선망을 대중에게 퍼뜨린다
2020년대부터 나이키는 D2C에 힘을 쏟으며 스포츠 테크보다 대중,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가까워졌습니다. 잘 팔리는 상품을 더 만드는 데 집중하며 다음 조던, 다음 에어가 사라졌어요. 그렇게 나이키는 러닝 커뮤니티, 스포츠 마니아(가 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D2C가 문제라기보다, D2C의 함정에 빠진 거죠. 지금 잘 팔리는 걸 만드느라 혁신을 놓았습니다.
D2C는 정말 문제였을까?

D2C는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이키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크게 감소하는 추세가 아니죠. 문제는 D2C로 쌓인 판매 데이터가,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당장 잘 팔리는 제품을 여러 버전으로 더 많이 만들도록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모델이 지금 어느 국가에서 잘 팔리는지 알게 된 이상 그 모델을 더 많이 만들어 당장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생긴 거죠.
그런데 나이키의 성공 방정식은 지금이 아닌 다음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에어(Air), 베이퍼플라이(Vaporfly)를 만들 때 해 온 제품 혁신에 소홀했던 겁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최고의 선수(농구의 마이클 조던, 마라톤의 엘리우드 킵초게, 축구의 음바페 등)가 증명해 선망을 만들고, R&D와 마케팅을 양 날개 삼아 시장을 지배하던 방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던 나이키는 당장의 수요에 매몰되기 시작했고 호카, 온 등 새로운 러닝 브랜드가 커뮤니티에 스며들며 나이키가 비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지금 잘 팔리는 것과 다음에 잘 팔릴 것은 다릅니다.
지금 잘 팔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다음에 잘 팔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다릅니다.🎒 REDBUSBAGMAN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속마음을 많이 드러낸 것 같습니다. 9월엔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산책을 하곤 했는데 드물게 찾아오는 핑크색 하늘을 마주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10월에 더 자주 있기를! 우리가 지금 그만둬도 되는 5가지 일을 전하며 인사드립니다.
- 습관처럼 계속하지만, 사실 그만둬도 문제없는 일
-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일
- 불안해서 하는 일
-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일
- 축적되지 않는 일
10월 30일(금)에 시작하는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9에 함께하실 분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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