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잘 지냈나요.
전 지금 초콜릿 크레프 Crepe 와 커피를 먹으며 재즈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테라스에 초여름 햇살이 잔잔하게 들고, 봄바람이 살랑 부네요. 테라스 의자에는 어제 빨아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천가방이 보송하게 말라가고 있고요.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초록 잔디밭에는 하얀 데이지가 가득 폈습니다.
하늘엔 구름이 여유롭게 흐르네요. 제가 좋아하는 재즈 리듬에 맞춰서 말이죠. (뭉게뭉게~)
하하, 너무 평화롭죠?
전 항상 이런 오전을 맞이합...............
사실 밖에선 잘 안보이지만 안에서 본 테라스에는 쓸어야 할 나뭇잎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책상엔 방금 부랴부랴 돌아와 아침에 내려 놓은 다 식은 커피가 있습니다. 다시 내릴 시간은 절대 없어 그냥 전자렌지에 데웠을 뿐입니다. 내린 지 몇시간이나 지났으니 커피 향이야 날아간 지 오랩니다. 초콜릿 크레프는 어제 슈퍼에서 세일 하기에 사다 놓은 낱개포장된 인스턴트 식품이죠. 가장 좋아하는 가방 이라고 했지만 이제 거의 너덜너덜해서 버릴까 하다 구차한 정 때문에 버리지 못한 오래된 가방일 뿐이고요. 그마저도 어제 장을 보다 돈까스 용 돼지고기의 핏물이 새는 바람에 빨게 된 겁니다.
실상을 알고 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확 깨신다고요?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만 그런가요? 😏 구독자 님은 분명 조금 더 아름다운 일상을 누리고 계시겠지만요.....)
오늘 아침 수업을 듣고 오다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보내드려야 할 지 생각을 했습니다. 몇 주 전에 소개한 Caravan 을 들으면서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즈처럼 산다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 될거야."
재즈는 어느때고 유연하고 제멋대죠.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면 연주를 하지 않습니다.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감과 즉흥성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럴 수가 없죠.
자유의 끝.
내가 바라는 것의 끝.
바로 거기에 재즈의 궁극이 있죠.
'나만의 완벽한 자유를 누리는 인생'이라...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말이죠. 물론 그 시선을 의식하더라도 만족스러울 겁니다. 어떤 분야든 궁극의 자유에 다다른 인간에겐 찬사가 쏟아지니까요.
재즈처럼 산다는 건 어떻게 보면 각자의 인생의 정점을 향해 가는 겁니다. 누구보다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나의 정점으로 가는 거죠.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모자란 실력 때문에 제약이 생기죠. 타고난 감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온전히 보여주려면 그에 걸맞는 실력이 필요한 겁니다. 아쉽게도 그건 타고난대로 되지 않죠. 누구나 장애물을 하나하나 뛰어 넘어야 결승선에 도착할 수 있는 겁니다.
어느 순간, 즉흥 연주를 선보이더라도 가장 자유로운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
어느 매일, 우리의 일상이 가장 자유롭게 흐를 때.
그때 우리 실력이 보이겠죠.
그 정점을 향해 살아가야겠습니다.
오늘은 좀 건실한 편지를 보내는군요.
참,
이곳에서 연재계획이던 여행소설 '거기서 페리를 만나' 는 '여행중.....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일단 여기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제 소설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플랫폼인가 싶지만, 그저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여행을 함께 즐기실 분들은 언제든 들어오셔서 읽어주세요.
이번 한 주도 힘내죠!
추천음악 갑니다!
- It don't mean a thing - Ella Fitzgerald
스윙이 없으면 그게 아냐! 정말 너무 좋습니다.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 I didn't know what time it was - Cecile McLorin Sal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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