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19 | 로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판테온 같은 한 주 였습니다. 재즈와 클래식, 현대와 고대가 한데 뭉쳐 어지러웠습니다.

2022.06.14 | 조회 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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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로마 로마 로마
로마 로마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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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주일 간의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로마는 정말 더웠고, 복잡했습니다. 고대의 열기가 여전히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도시는 불멸할 듯 골목 구석구석 입김을 토해 냈습니다. 

스파게티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껏 먹었던 스파게티에게 배신감이 들었거든요. 모두 가짜였단 생각입니다. 또 버팔로 모짜렐라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엔쵸비와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놀랐습니다. 

생선과 치즈, 토마토와 조개, 가재와 스파게티, 튀긴 빵과 생선스프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곳. 폭발 할 듯 다채로운 열기에 거의 질식할 것 같았습니다.

돌아오니 독일은 춥군요. 하하. 그 강렬한 열기가 힘들었는데, 금방 그리워집니다.

ROMA
ROMA

여행은 재즈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차곡차곡 쌓아온 만큼 보게 되는 것 같지만 한 번도 알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되지 않습니까.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도 말이죠. 

고대의 도시와 재즈. 

첫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더군요. 오히려 클래식이 대번에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탈리안 재즈 연주자가 드물기도 하고요. 

"흠... 재즈 레터를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클래식 재즈 쪽으로 틀어야 할까?"

"아냐, 차라리 클래식 레터를 띄워야 할까봐."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도시 자체가 재즈같아. 이토록 다채롭고 엉망인 듯 오랜 본능의 점들이 최소한의 규칙에 얽혀 선을 이루고 있으니."

ROMA
ROMA

로마란 이름에 비하면 재즈는 갓난아기 같습니다. 많이 잡아야 백년 즈음 밖에 안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로마란 도시에서 재즈를 생각하고 있으니 꼭 갓난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는 것 같더군요. 힘차게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 말입니다. 우렁찬 생기는 오래된 도시에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이 오래된 도시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는 지 훤히 압니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도시이기도 하니 그것 쯤이야 어렵지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아이의 미래는 모릅니다. 로마의 신들이 모든 영웅의 미래를 점칠 수 없었던 것처럼요. 

재즈가 이제는 사라져 가는 고전인 줄만 알았는데... 그래서 이제는 듣는 사람이 없는가보다고, 너무 유행에 뒤쳐졌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재즈는 로마의 거리에서 그토록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재즈가 여전히 갓태어난 핏덩이라고 느껴지자 깊은 곳에서 무언가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자라고 있다."

ROMA
ROMA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하루 아침에 황제의 운명이 뒤바뀌는 로마의 거칠고 뜨거운 골목에서 살아남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니. 

저야 듣는 일 밖에 하지 못하지만, 지금도 실력을 갈고 닦을 연주자들에게 쩌렁쩌렁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Paulo Fresu : Postcard from home 

파울로 프레수는 이탈리안 재즈트럼페티스트입니다. 서정적인 연주로 쳇 베이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부드럽게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주변의 공기마저 몽글몽글 보드라워 집니다. 

꼭 들어보시길~

  • 나만 알고 싶은 노래..... 

구독자 님을 위해 보내드립니다.

정말 너무 좋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않겠습니다. 

 

 

오늘도 같이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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