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24 | 표절과 양심.

what a wonderful my world!

2022.07.19 | 조회 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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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평화로운 깊은 바다
평화로운 깊은 바다

요즘 유희열 씨의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군요.

창작이 어디에부터 시작되고, 영감의 영역은 어디까지 인지 모두 의견이 분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라고 구역을 정하는 말을 썼지만 솔직히 보통의 사람에게는 꽤 명확한 지점이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우리가 약속하지 않았어도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범위가 반드시 겹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가끔 어딘가 기준이 이상한 사람들의 선을 넘는침범 때문에 공분이 이는 것이겠지요.

어쨌든 일차적으로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씁쓸한 이야기는 일단 이 정도로 하고 좋은 감상의 세계로 갑시다. 답답한 생각을 하니 오늘따라 음악도 답답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

성이숴의 재즈레터 #24 | 표절과 양심.
성이숴의 재즈레터 #24 | 표절과 양심.

음악을 듣다 보면 각자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던 감상이 어느 공통의 지점에서 만나 스파크를 일으킵니다. 스파크라고 좀 자극적인 단어를 썼습니다만, 이 촉발점은 강물이 바닷물과 섞이듯 뭉근하게 일어날 때도 있고 밀밭과 보리밭의 경계가 바람에 섞이듯 차르르한 모양으로 섞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별빛과 별빛이 비껴가듯, 빗방울이 하나가 되어 흘러내리듯 자연스럽지요. 연주자나 가수가 발산하는 음표들이 언제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와 의미가 되었는 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찰나에 어느 날의 감정이 아득히 울립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음악과 사람을 분리해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알면 여지껏 느껴온 감정들이 한번에 뒤틀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너무 좋아했던 노래가 단번에 미워지는 슬픈 상실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떨 땐 너무나 연약해서 양심 없는 못된 작가가 던진 파편을 맞고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내게 실제로는 영향을 줄 이유가 없는 사람 보다 내 속에 영영 남을 감정과 추억이 더 소중하지 않습니까

가련한 관객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취향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편안하게 음악을 듣겠다는데 너무하다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든 이 세상에 뭐든 쉬운 건 없는 겁니다. 하나도 없죠.

아래는 제가 쓰고 있는 책 중 한 부분입니다.

‘순수예술’이란, 책에서 말하는 말그대로 ‘순수한’ 이론에 불과하다. 모든 작가는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입을 벌리고 있으며, 가련한 관객들은 그 입 속 어떤 이빨에 물린 줄도 모르고 마음에 파편을 맞고 만다.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 일으킬 수록 그 파편에 맞은 사람들은 중상을 입고 나머지는 그 파편은 어느새 그들의 인생이라는 살점에 서서히 덮여간다. 마음 어딘 가에 남은 ‘작가의 검은 속내’가 과연 관객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끼치는 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나는 로키의 말에 속아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진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낸 것을 후회했다. 역시 작품으로서는 무리다.

그림자 여행 - 북쪽의 도시들 편성ㄱ

재즈는 다양한 뮤지션이 하나의 곡을 여러 버전으로 연주하는 장르입니다. 표절의 문을 활짝 열어 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는 표절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 않는 장르 중 하납니다.

그 이유는 재즈가 낭만과 연관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것은 바로 자존심이죠. 재즈는 나만의 것’ ‘나만의 연주그것으로 승부를 보는 장르입니다. 어쩌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애초에 인정하고 시작한 쿨한 장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곡과 연주는 또 다른 문제라 다시 복잡해 지려고 하는군요. 저는 재즈레터를 보내고 있으니, 재즈를 듣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이런 배신을 당할 위험이 적다는 면을 열심히 홍보하는 선에서 이만 쓰겠습니다.)

개인의 감상과 표출, 그 날 그 순간의 에너지를 숭상하는 장르답게 재즈는 첫인상으론 모든 곡들이 비슷하고도 또 천차만별 다양합니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어떤 이의 연주를 진득하게 듣지 않으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 수록 재즈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건, 음악을 감상하는 나의 자존심도 깊어지고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재즈의 세계
재즈의 세계

오만한 자존심을 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자존심의 바다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져가는 것이죠. 하찮은 표절과 그저 따라하기에 불과한 노래들을 피식 웃고 넘겨버리게 됩니다. 들을 가치가 없는 아류가 던진 파편을 맞아도 끄떡없어지는 거죠. 견고하고 순수한 취향의 성을 쌓아가는 일은 내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 앞에 나 자신이라는 커다란 성문을 열어 둘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인심 좋은 만석꾼이 되어 우리의 문을 자비롭게 열어 둡니다.

비열한 도둑놈이요?

와서 우리의 감상을 좀 흩뜨려 놓아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성은 끊임없이 가득 채워지죠.

작가는 사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영 남을지도 모르는 기억을 내 놓는 사람들이니까요. 모든 작가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기회를 누리지 못합니다.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수많은 작가들이 자기 속에 있는 감상을 갈고 닦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

누군가에겐 미련해 보여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유지된다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훗, 핫, 훕, 합, 너의 모든 걸 걸고 와라!
훗, 핫, 훕, 합, 너의 모든 걸 걸고 와라!

 

파편을 맞고 상처입은 분이 있다면,

넓고 깊은 재즈의 세계로 오십시오.

"강호의 낭만이 있는 재즈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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