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조원 기업가치의 파타고니아는 원래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고?

사지 말라고 외치는데도, 미친듯이 팔리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또 기업 가치 4조 원의 기업을 상장하지 않고, 모두 재단에 기부하며 “지구가 우리의 주주입니다.”라 말하기도 했죠. 그는 그 어떤 창업가보다 괴짜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창업가 보다 단단한 가치관을 수 십년 동안 지켜왔고, 그랬기에 지구상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 중 하나를 만들 수 있었기도 합니다. 오늘은 ‘파타고니아’의 Day 0, 1973년으로 돌아갑니다.

1. 브랜드를 만드는 것 = 나만의 규칙을 정하는 것

많은 브랜드,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서의 브랜드는 창업자의 가장 내밀한 동기와 배경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이키, 룰루레몬, 노스페이스 등 많은 브랜드들은 뛰어난 사업성이나 전망보다는 개인의 소비 생활에서 발견한 니즈에서 출발했습니다.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 아웃도어 스포츠의 매니아이자 산악인으로서의 이본 취나드의 아주 개인적인 가치관에서 출발했습니다. 평소 등산가로서 “지속 가능한 환경에 도움을 주는 제품”, “아웃도어 활동에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니즈에서 출발한거죠.

그가 가장 자주하는 말 중 하나는 '이건 짜증나, 내 방식대로 할 거야' 입니다. 그는 어릴 적 부터 키가 제일 작았고, 스포츠에 재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룰을 만드는 게임을 개발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가 등산과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기업가가 하는 일도 결국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새로운 규칙을 정하라고” 말합니다. 대기업과 같은 방식의 브랜드를 만들면, 그들이 곧바로 여러분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memo: 취나드는 14살 때 부터 산악 매니아였는데, 그때만 해도 등산 인구는 정말 극소수였다. 처음 시작한 회사가 ‘금속 등산 장비’ 회사일 정도로, 매니악한 소비자로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사도 성장할 수 있었다.

2. 강력한 기업 지배구조 = 브랜드의 매력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은 지구 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케팅 캠페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물건을 팔고, 돈을 벌어, 이익을 남겨야 하는 회사가 자신의 옷을 사지 말라니요.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베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건 파타고니아의 지분 구조가 크게 한 몫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파타고니아는 상장기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취나드가 파타고니아의 100%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최근 회사의 모든 지분(약 4조원 가치)을 재단을 통해 운영하는 것으로 기부했습니다. “우리의 주주는 지구이다.”라는 엄청나게 쿨한 메시지와 함께요.

만약 회사의 지배구조가 단단하지 못했다면, 파타고니아가 지금까지와 같은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지구 상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개된 회사였거나, 다른 이해관계자가 섞인 주식회사였다면, “물건을 사지 않고도 더 행복해지는 역설”을 설파하는 브랜드, “성장을 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가지는 브랜드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본 취나드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100% 지분을 소유한 지배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memo: 기업가치 4조원이 넘는 회사가 이렇게 간단한 지분 구조를 가진 건 정말 드물다. (한국에도 기업 가치 수 조원 대의 비상장회사가 있지만 가족지분-자회사-손자회사 구조 등등… 복잡한 경우가 많았다) 100% 지분을 가진 회사였기에, 창업자의 비전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 비전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3. 빠른 성장 < 단단한 성장

그는 취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창업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등산 장비를 판매했고,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산하던 장비가 암석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는 등 환경을 크게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는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피톤(등산 장비 중 하나) 산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같은 해 취나드는 스코틀랜드에서 등반하는 동안 구입한 Umbro 럭비 셔츠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면의 견고한 구조와 목을 보호하는 대형 칼라를 갖춘 럭비 티셔츠 였습니다. 스코틀랜드인의 취향에 맞춘 형형 색깔을 갖춘 것이 특징이었죠. 그는 이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아 티셔츠, 모자, 플리스 등 패션 아이템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이름은 그가 평소에 자주 등반하던 산인 “파타고니아”로 짓게 되죠.

📒memo: 1970년대 광고 사진이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구매한 럭비 셔츠를 미국에 처음으로 소개했고, 이게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다. 목에 칼라가 있어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쁘기까지 했다.

파타고니아를 시작한 이후 매년 50% 성장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빠른 성장은 외부의 경제 위기가 있을 때 멈추었습니다. 이 때, 취나드는 빠른 성장이 브랜드와 회사에 역설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지방으로 살이 찌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지방으로 살이 찌면, 비만이 되고, 비만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제품을 사지 말고, 수선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브랜드가 인류 역사상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다른 누군가가 재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파타고니아는 그것을 해냈기에 대단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4. 조직 구성원의 행복 =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

그는 직원들의 채용과 일하는 문화, 그리고 복지에도 많은 신경을 씁니다. 결국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과 팀이기 때문이죠. 효율적인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많은 회사가 하향식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이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의욕적이고 독립적인 젊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내버려둔다고 말합니다. 그가 쓴 'Let My People Go Surfing'이라는 책에는 파도가 치면 일을 그만두고 서핑을 하러 간다는 방침이 담겨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무려 40년 전부터 회사 내에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회사가 만들어낸 가장 자랑 스러운 제품은 “그 탁아소를 거쳐간 직원들의 아이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파타고니아의 성공은 그의 고집스러운 가치관과 매니아로서의 제품 기획력,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집스럽게 팔 수 있는 지배 구조, 그리고 소비 트렌드 변화가 핏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팀원들이 일하는 방식 또한 큰 성공 비결이죠.

사실, 파타고니아를 공부하면 할 수록, 재현 가능한 성공 방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경쟁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룰을 만들고, 그 룰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라. 그리고 그에 알맞은 채용과 조직 문화를 만들어라.”와 같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겠네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memo: 취나드는 “지구와 자연을 사랑하자. 인생을 즐기자. 특히 소중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 와 같은 정말 당연한 말을 한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이유는 이렇게 당연한 말들을 수 십 년 간 그의 삶과 경영에서 지켜왔기 때문일거다. 그것도 매년 수천억원의 탄탄한 매출과 내는 회사를 통해 말이다.

💬 ”파타고니아는 고객에게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고 말하죠.” - 이본 취나드

‘나는 회사를 키울 생각이 없었지만 너무 커버렸다’는 얘기, 무슨 영화 속 주인공 같은데요, 위 이미지를 클릭하고 뉴스레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전문을 먼저 본 에디터의 소감으로 살짝 스포 합니다

📕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다. ‘요령으로 성공하는 법’이 난무하는 시대에, 제품력과 고객 집중으로 성공한 일종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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