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하나가 아니다

인기 많은 애들도 몰랐던 매력의 비밀

2026.10.22 | 조회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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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

안녕하세요.

인기 많은 친구한테 비결을 물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요.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만 되면 책상에 선물이 산처럼 쌓이는 애들이 있었거든요. 신기한 건 늘 그 애들이었다는 거예요. 받는 애들만 계속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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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궁금했어요. 저 애들한테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그래서 일부러 친해졌고, 어느 날 물어봤습니다.

“너는 왜 인기가 많아?”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어요. “몰라.”

처음엔 알려 주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똑같았습니다. 정말 몰랐던 거예요. 자기가 왜 인기가 많은지.

그때는 그냥 넘겼어요. 그런데 이 “몰라”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 한마디가 저를 어디까지 끌고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 뉴스레터 이름에 왜 ‘매력학자’가 붙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답이 어딘가 있을 줄 알았다

대학에 가서도 이 궁금증은 그대로였어요. 아니, 더 커졌습니다. 이번엔 책에 답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도서관 심리학 코너를 닥치는 대로 뒤졌습니다. 사람은 왜 사람에게 끌리는지, 남자 심리, 여자 심리.

그런데 책은 늘 문 앞까지만 데려다줬어요. 힌트는 있는데 답은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왜 인기가 많았는지 딱 짚어 주는 책은 끝내 못 찾았어요.

지금이라면 쉬웠을 거예요. AI한테 물어보면 해외 연구를 몇 초 만에 찾아 주니까요. 그런데 그때는 영어 논문을 찾는 것부터가 벽이었습니다. 겨우 찾아도 하나하나 읽고, 그게 맞는 말인지 직접 확인해야 했어요. 그럴 시간도 없었고요. 혼자서는 시간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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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커지는데, 답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었던 거죠.

이성을 ‘연구’하는 사람들

막힌 길을 뚫어 준 건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었어요. 2008년인가 2009년쯤이었습니다. 픽업아티스트들의 이야기였어요. 스스로를 ‘이성을 꼬시는 기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요.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성을 끌어당기는 법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제가 중학생 때부터 혼자 붙잡고 있던 질문을, 이 사람들은 몸으로 부딪혀 가며 파고 있었던 거예요. 논문은 못 읽어도 이건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사람들이 쌓아 온 걸 뜯어보면 매력 이론을 완성할 수 있겠다고요.

그래서 당시 한국에 있던 커뮤니티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거의 매주 정모에 나갔어요. 잘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밥을 먹고, 클럽에도 따라가고, 친해지면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왜 당신은 되는 것 같냐, 뭐가 제일 중요하냐, 상대는 뭘 매력적으로 느끼냐. 그 사람들 입장에선 꽤 피곤한 놈이었을 거예요.

저는 꼬시는 법이 궁금했던 게 아니었어요. 그 사람들 안에 있는 ‘매력의 재료’를 꺼내서 이론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배우는 쪽보다 지켜보는 쪽에 가까웠어요.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옆에서 봤고, 강의도 직접 들어 봤습니다. 표정은 이렇게, 자세는 이렇게, 첫마디는 이렇게. 옷차림까지 정해 주더라고요.

그런데 지켜보다 보니 이상한 게 보였어요. 똑같이 배웠는데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었던 겁니다.

안 되는 사람들은 답답해했어요. 강사한테 이렇게 묻더라고요.

“저도 똑같이 입고,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했는데요. 왜 저한테는 번호를 안 주고 쟤네한테는 주는 거예요?”

강사들의 대답은 늘 비슷했습니다. “행동이 잘못됐다.” “마인드셋이 아직 덜 됐다.” 듣기엔 그럴듯한데, 뭘 어떻게 고치라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죠.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강사들도 사실은 몰랐던 거예요. 뭐가 진짜 이유인지.

6개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

제가 더 이상하다고 느낀 건 잘되는 쪽이었어요.

잘되는 애들은 강사가 시킨 대로 하지도 않았거든요. 말은 조금씩 어색했고, 행동도 조금씩 이상했어요. 그런데도 번호를 잘 받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정확히 한 사람은 안 되고, 어설프게 한 사람은 되는 거예요. 기술이 핵심이라면 말이 안 되는 결과였죠.

그래서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던 게 눈에 들어왔어요.

잘되는 애들은 하나같이 잘생겼더라고요. 키가 크거나, 몸이 좋거나, 스타일이 좋았어요.

강의 어디에서도 그 이야기는 안 나왔습니다. 다들 말투와 행동, 마음가짐만 이야기했어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정작 가르치는 사람들 눈에는 안 보였던 거예요.

그때 중학교 때 그 “몰라”가 떠올랐습니다. 똑같은 거였어요. 매력을 가진 사람도, 그걸 가르친다는 사람도 진짜 이유는 몰랐던 거죠. 너무 당연하게 눈앞에 있으니까요.

저는 이걸 육체적 매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얼굴만이 아니라 키, 몸, 스타일까지 눈에 보이는 전부요.

조사를 이어 가자 같은 패턴이 계속 나왔습니다. 서울대생, 의사, 변호사처럼 지위가 확인되는 사람은 똑같은 말을 해도 성공률이 올라갔어요. 사회적 지위죠. 누가 봐도 돈이 많아 보이거나, 좋은 차를 타거나, 앞으로 잘 벌 것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였고요. 재정적 전망입니다. 잘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요소가 일관되게 많았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말투나 행동, 사람들이 ‘스킬’이라고 부르는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게 있다는 걸요. 그 사람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먼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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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는데 잘되는 사람들

이걸로 끝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공식을 정면으로 깨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얼굴은 못생겼고 배도 나왔는데, 이상하게 상대를 잘 끌어당기는 사람들이요. 외모도 지위도 돈도 아닌데 된다? 제 이론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었죠. 이번엔 그 사람들을 두 달 동안 따라다녔습니다.

당시 픽업아티스트들은 학파가 정말 많았어요. 말로 승부하는 파, 특이한 행동으로 승부하는 파, 돈으로 승부하는 파. 그런데 전부 펼쳐 놓고 보니 결국 두 갈래였습니다. 외모·지위·돈처럼 가진 걸로 끌어당기는 쪽, 그리고 그 반대쪽.

반대쪽 사람들에게 있던 건 용감성이었어요. 남들이 엄두도 못 내는 걸 해 버리는 사람. 보는 사람이 “와, 저 사람 진짜 용감하다” 하게 되는 사람. 외모가 부족해도 그 행동 자체가 매력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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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재정적 전망, 용감성. 네 개가 모이자 이제 다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어요.

석 달이면 끝났다

이 네 가지로 연애까지 간 사람들을 계속 지켜봤어요. 그런데 이상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6개월을 넘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3개월쯤에서 끝났습니다.

다 가진 사람들인데 왜일까요? 처음엔 남자들이 쉽게 갈아타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반대였습니다. 마음이 바뀐 건 상대 쪽이었어요. 외모로 시작한 여자들도 똑같았고요. 석 달쯤 지나면 그 힘이 빠졌습니다.

여기서 제가 매력을 어떻게 보는지 잠깐 말씀드릴게요. 저는 매력을 자석 같은 힘이라고 봅니다. 상대를 끌어당겨서 내 옆에 붙어 있게 하는 힘이요. 그러니까 석 달 만에 헤어졌다는 건, 그 자석이 힘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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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3개월 뒤에는 다른 자석이 필요한 게 아닐까? 2010년, 2011년쯤 저는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1년, 2년씩 하는 사람들을 찾아봤어요. 두 부류더라고요. 뻔뻔한 개그를 잘 치는 사람, 그리고 그냥 대화를 잘하는 사람. 말을 잘하면 오래가는구나, 거기까지는 짐작했지만 왜 그런지는 몰랐어요.

답은 진화심리학 책에 있었습니다. 펼쳐 보고 놀랐어요. 제가 현장에서 몸으로 찾아낸 육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용감성이 거기 그대로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아직 못 찾은 두 개가 크게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유사성과 이타성이요.

그때부터 퍼즐이 맞춰졌어요.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오래가는 건, 대화가 “이 사람 나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만드는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유사성이죠. 그것도 아무 대화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유사성을 만드는 대화법이 따로 있었어요. 유머는 결이 달라서 따로 떼어 냈고요.

그런데 대화 잘하는 사람들도 대개 2년이었습니다. 그 너머까지 사람을 붙잡는 건 뭘까. 7년, 8년 만난 커플들을 보니 답이 보였어요. 서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해 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타성이에요.

그렇게 일곱 가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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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에는 순서가 있다

그런데 진화심리학 책에도 없던 게 하나 있었어요. 시간입니다. 일곱 가지가 ‘언제’ 힘을 쓰는지. 이건 제가 현장에서 찾아낸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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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이건 관문이 아닙니다. 3개월이 지나야 유머가 생기는 게 아니에요. 일곱 가지는 처음부터 다 작동합니다. 다만 시기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의 중심이 옮겨 갈 뿐이에요.

왜 하필 이 순서일까요? 저는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외모, 지위, 돈, 용감한 행동은 보자마자 판단돼요. 그래서 빨리 끌리지만, 빨리 익숙해집니다. 유머와 유사성은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 알 수 있고요. 이타성은 제일 오래 걸립니다.

새로 온 동료가 첫날 점심을 샀다고 해 볼게요. “다음엔 내가 사야지”는 바로 떠오르죠. 그런데 “이 사람 원래 베푸는 사람이구나”는요? 몇 달은 지켜봐야 나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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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어요. 텍사스대의 이스트윅과 헌트는 대학생들에게 같은 수업을 듣는 이성 동기들의 매력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학기 초에는 누가 매력적인지 의견이 꽤 비슷했어요. 그런데 한 학기를 같이 보내고 나니 그 일치가 무너졌습니다. 다들 자기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더 높게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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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 달의 벽이 풀립니다. 외모, 지위, 돈, 용감성만 가진 사람은 처음 석 달은 강해요. 그런데 다음 차례인 유머와 유사성이 비어 있으면, 그때부터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지 않는 구간에 들어갑니다. 저는 이걸 무매력 구간이라고 불러요. 상대가 떠나는 게 딱 그때입니다.

제가 만난 픽업아티스트들은 처음 석 달을 이기는 법을 연구한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그마저도 왜 이기는지는 정확히 몰랐고요. 중학교 때 “몰라”라고 했던 그 친구들처럼요.

오늘의 한 줄

매력은 타고난 하나가 아니라 일곱 가지이고, 시기마다 다른 매력이 사람을 붙잡습니다.

팬덤 이야기를 하다가 왜 매력일까

사실 이 이론으로 책을 한 번 낸 적이 있어요. 지금 보면 솔직히 허접합니다. 저도 개념을 다 정리하지 못한 채 냈거든요. 그 뒤로 2년을 더 파서, 일곱 가지 요소와 시기별 순서, 각 요소를 실제로 끌어내는 특성과 기술까지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저 혼자만 알고 있었어요.

그걸 오늘 큰 줄기만이라도 꺼낸 건 팬덤 이론 때문입니다. 제가 부채서사 이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이요. 이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매력 이론의 큰 그림이 먼저 있어야 하거든요.

매력 이론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원리라면, 부채서사 이론은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을 팬으로 만드는 원리예요. 둘은 같은 문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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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중 이타성을 뺀 여섯은 관심과 친밀감을 만들어요. 그리고 마지막 이타성이, 이 뉴스레터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부채감의 출발점입니다. 구독자도 조회수도 느는데 아무도 사 주지 않는 채널이 있다면, 매력은 있는데 이타성이 비어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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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곱 가지가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제 예시는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풀어 볼게요. 이 이야기는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 영상 링크]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여러분은 일곱 가지 중 어떤 걸 갖고 있나요? 댓글로 알려 주시면 다음 이야기를 고를 때 참고하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 채널 정체성 찾기 워크북 + 팬덤 만드는 전체 방법 (무료) 👉 https://maily.so/desireanalyst/form?group_id=gd5ryk10z1w&src=workbook&nickname=off


참고: Eastwick, P. W., & Hunt, L. L. (2014). Relational mate value: Consensus and uniqueness in romantic evalua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6(5), 72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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