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에게 물었습니다.
“구독자 100만 명에 평균 조회수 50만 회가 나오는 채널과, 구독자는 1만 명이지만 내가 무엇을 팔든 사주는 찐팬 1만 명이 있는 채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두 번째로 가겠습니다.”
조금 의외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44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고, 10년 넘게 유튜브를 해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조회수보다 적은 수의 강한 팬을 선택한 것입니다.
“유튜브 없으면 저 망합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유튜버 장기풍님입니다.
개그맨을 꿈꾸다가 유튜브를 시작했고, 현재 4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냥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고 웃어주는 것이 좋았고, 친구들이 “네 영상 봤는데 웃기더라”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구독자가 1,000명이 되었고, 유튜브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가 본업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지금 유튜브 수익 구조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솔직했습니다.
“불가능하죠.”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내용은 꽤 무거웠습니다.
잘될 때는 많이 벌지만, 안 될 때는 정말 못 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다음 달에도 지금처럼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다시 시작하는 느낌
장기풍님은 8년째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뭐 해야 되지?”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야 합니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와야 합니다.
어제 조회수가 잘 나왔다고 해서 오늘도 잘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10만 조회수가 나온 영상이 있어도 다음 영상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이런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잘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
안 되면 당연히 걱정이고,
잘되면 오히려
“이게 다음 달에도 이렇게 이어질까?”
라는 걱정이 생긴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조회수는 계속해서 새로운 관심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합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창작자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팬은 있다고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나왔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본인은 팬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있다고 했습니다.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특징을 묻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자분들. 일본을 좋아하는 분들.
장기풍님의 콘텐츠에는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는 소재와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 여성과 관련된 콘텐츠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콘텐츠를 계속해서 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기풍님은 그 사람들이 자신의 팬덤이라는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팬클럽도 없었습니다.
팬미팅도 없었습니다.
팬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계속 영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조금 놀랐습니다.
팬이 없어서 팬덤을 만들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팬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 팬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팬은 무엇을 사는가?
인터뷰 중에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장기풍님은 과거 일본어 번역기 제품의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실제 구매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특정 지역의 경찰서에서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여러 개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광고주에게 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장기풍님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콘텐츠와 연결되는 구체적인 필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관심이 있고, 일본 사람과 대화하고 싶고, 장기풍님이 보여주는 콘텐츠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
그렇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광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품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풍님은 이런 팬들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공동구매도 해봤지만 먹는 제품 정도였고, 공동구매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이유도 명확했습니다.
“공구는 또 팔아야 되거든요. 안 팔리면 스트레스받고.”
이 말이 재미있었습니다.
팬이 없어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팬에게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러운 겁니다.
“두 번째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입니다.
구독자 100만 명에 평균 조회수 50만 회가 나오는 채널.
그리고 구독자는 1만 명이지만 그 1만 명이 정말 나를 좋아해서 내가 무엇을 내놓든 구매해주는 채널.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장기풍님의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두 번째로 가겠습니다.”
그 이유가 더 중요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는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
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말을 들으면서 제가 과거에 조회수를 만들면서 느꼈던 감정을 떠올렸습니다.
조회수를 뽑는 삶은 매번 새로운 시험을 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어제 성공했다고 해서 오늘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다음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야 합니다.
반면 팬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무엇을 만들지 고민할 때 처음부터 0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장기풍님에게는 팬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보였습니다.
콘텐츠에는 오랜 시간 반복되는 소재가 있었고,
그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라이브를 하면 혼자 소통하는 상황에서도 수십 명이 들어왔습니다.
여성 게스트가 등장하면 시청자가 수백 명에서 1,000명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슈퍼챗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특정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내 팬이 몇 명인지 모르겠다.”
고 했습니다.
팬미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팬덤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장면이 저에게는 꽤 큰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팬이 없어서 팬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는 그동안 팬덤을 연구하면서 팬덤이 없는 사람에게는 팬덤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조금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됐습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이미 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팬들이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댓글에 한 명.
라이브에 한 명.
구매자 중에 한 명.
오랫동안 콘텐츠를 봐온 사람 한 명.
다른 사람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사람 한 명.
이 사람들을 모두 합쳐놓고 보면 분명 하나의 집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창작자는 그것을 팬덤이라고 인식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팬덤을 측정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수는 유튜브가 알려줍니다.
조회수도 알려줍니다.
좋아요와 댓글 수도 알려줍니다.
하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몇 명입니까?”
라는 숫자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조회수는 사람을 데려오지만
저는 오랫동안 조회수를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할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볼지,
어떤 콘텐츠가 터지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조회수가 커질수록 이상하게도 다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계속 새로운 조회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회수는 사람을 데려오지만, 그 사람들이 계속 남는다는 보장은 하지 않는다.
사람을 데려오는 것과 사람이 남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저는 지금 팬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팬덤이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팬덤을 어떻게 하나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팬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통 팬덤의 크기를 팔로워나 구독자 숫자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장기풍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44만 명이 구독하고 있어도 그 44만 명이 모두 팬인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1만 명밖에 없더라도 그 사람들이 나를 믿고,
내가 추천하는 것을 구매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따라오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궁금해한다면,
그 1만 명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와 함께하고 있느냐
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팬은 정확히 언제 만들어지는 걸까요?
저는 이제 그 질문을 더 깊게 파고들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한 문장
팬덤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관심을 하나의 관계로 연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상 직접 보기 (https://youtu.be/5d5-PzP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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